모든 시민은 기자다

'머슴 송편' 드셔보셨나요?

모싯잎과 동부, 친환경 쌀로 빚은 옛날 송편

등록|2008.08.30 11:50 수정|2008.08.31 10:53

▲ 깻잎과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모싯잎. 떡이 딱딱해지고 부패하는 것을 막아준다. ⓒ 이돈삼


'모시'는 다년생 풀이다. 이 모시풀의 줄기껍질에서 뺀 실로 짠 베를 '모시'라 일컫는다. 습기의 흡수와 발산이 빠르고 빛깔도 희어 여름철 옷감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세모시는 특상품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모시의 잎은 식품의 재료로 쓰인다. 모양이나 크기가 깻잎과 비슷한 모싯잎은 떡이 딱딱해지고 부패하는 것을 막아준다. 성분도 식이섬유와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어 알차다.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도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총항산화활성은 쑥보다 6배 높다는 게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다.

옛날 농가에선 이 모싯잎을 이용해 일반송편보다 2∼3배 큰 송편을 빚어 먹었다. 여름철 고된 노동을 한 후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상부상조의 따뜻한 정감을 나눴다. 머슴들을 위로해주는 음식이라 해서 '머슴송편'이라고도 불렸다.

이 송편의 맛이 별나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독특한 모싯잎의 향이 일품이다. 푸르고 청정한 빛깔도 돋보인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지사.

▲ 모싯잎송편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정범씨가 모싯잎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모싯잎송편은 모싯잎을 깨끗이 씻어 삶아 쌀과 함께 곱게 갈아서 반죽하고, 그 안에 동부(콩)를 넣어 빚는다. 송편 안에 들어가는 소는 통동부, 깨, 동부고물과 계피 등 다양하다. 보존료와 색소는 물론 어떤 화학첨가물도 넣지 않아 참살이(웰빙)식품이다.

모싯잎송편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정정범(46)씨.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들면서 요즘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씨가 내놓고 있는 모싯잎송편은 찐 것과 생 것 두 가지.

찐 송편은 어머니의 정성으로 빚은 다음 중기고압 압력솥으로 최적시간 찌어 포장한다. 생 송편은 찌지 않은 상태로 급냉시켜 팩으로 포장, 아이스팩과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는다. 소비자가 냉동 보관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꺼내 쪄먹을 수 있다. 모싯잎송편 외에 모싯잎을 이용한 개떡과 인절미도 만들고 있다.

▲ 일반 송편보다 두세 배 큰 모싯잎송편. 왼쪽은 생 것이고 오른쪽은 찐 것이다. ⓒ 이돈삼


생산량의 3분의 1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전국으로 배달한다. 또 3분의 1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한다. 나머지는 떡 도매상을 통해 판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또 모싯잎이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게 정씨의 귀띔이다.

모싯잎송편의 인기는 쌀 소비 촉진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그가 떡을 만들면서 쓰는 쌀은 매달 6∼7톤씩, 연간 70∼80톤에 이른다. 모싯잎도 1만㎡에 재배해 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는 이웃 농가에서 사들여 농가소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정씨는 "서해안 해풍을 맞고 자란 모싯잎과 친환경 쌀을 재료로 해서 옛날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 그대로 모싯잎떡을 만들고 있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맛과 영양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 정정범씨가 대표로 있는 옥당바이오식품 영농조합법인에서 모싯잎송편을 빚고 있다. ⓒ 이돈삼


▲ 모싯잎송편. 크기가 일반송편보다 두세 배 크다. '머슴송편'이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전통의 웰빙식품으로 인기다. ⓒ 이돈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