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잔치 끝났는데, 돌아갈 일상이 없다?
사회포럼 '촛불 이후... 진보적 사회운동의 재구성'
▲ 한국사회포럼 2008 '촛불 이후, 정치사회 지형과 진보적 사회운동의 재구성'에 대한 토론이 30일 경희대에서 열렸다. ⓒ 조은미
한국사회포럼 2008 기획워크샵 '촛불 이후, 정치사회 지형과 진보적 사회운동의 재구성'에 대한 토론이 30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경희대에서 열렸다.
송주명 성공회대 교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엔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교육위원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촛불을 들고 나선 시민들에 대해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새로운 급진화 세력의 등장"라고 평했고,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능동적 대중"이라고 평했다.
촛불 세력에 대해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 사회에 진보적으로 나갈 수 있는 대중이 살아있구나라고 느꼈다"며, "저항을 갖고 분노하는 대중들이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고 평했다.
또 "한국사회 정치운동 토양은 대단히 기름지고, 능동화 될 대중은 존재하는데 그들의 물꼬를 틀 진보운동의 사회적 신뢰는 역설적으로 굉장히 약하다"고 진단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은 "왜 이렇게 자발적이 됐는지 지나치게 정치적 측면에서 해석하면 오류가 될 수 있다"며 "광우병 문제는 민주주의적 절차에 대한 무시가 있었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직결돼 있었던 게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고 촛불이 일어난 동력을 분석했다.
이어 박진섭 부소장은 "촛불 과정을 보면 리더십의 부재는 분명하다"며 "현재 운동에 맞는 조직 모양과 형식을 갖춰가야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촛불 이후의 과제는? 진보의 '허브' 구축
▲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7월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촛불을 거치며 민주노총은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이수봉 정책연구원장은 "총파업하는데 지지 댓글이 좍 달렸다"며, "지지를 받는 총파업은 참 오랜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보수화됐는데 가치의 정치로 전환됐단 해석이 있고, 또 한편에선 신자유주의 정책 결과로 계급외적 분노, 각성, 반미의식 이런 식으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계급환원론적 해석이 있다"며, "하지만 가치의 정치로 전환됐다거나 계급환원론적으로 가면 진정한 동력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가치를 지향해 터져 나온 게 아니라 (정부 약속에) 국민들이 속지 않았던 것이고, 그 확산을 인터넷이 발화했으며 그 전엔 공장 매개로 한 착취 전선이 이젠 사회로 넓어졌다"며, "문제는 잔치 끝났는데 돌아갈 일상이 없다. 촛불이 과제로 던진 건, 돌아갈 일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지난 봄, 진보진영에 깊게 드리웠던 비관적 상황인식을 (촛불이) 일시에 걷어냈다"며, "이명박 정권의 실체가 남김없이 드러났고, 검찰, 보수언론 등이 촛불 광장에서 옷을 하나씩 벗으며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가 막연히 느꼈던 것, 한국 보수사회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는 대중이 실제 존재하고 이들은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나선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진보진영에게 굉장히 희망적인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뢰할 만한 사회세력이 부재했고, 지배적 여론에 대항할만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 운동을 발전시킨 핵심적 동력이었다"며 "새로운 사회 흐름 운동이 기존 사회세력에 흡수될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교육위원장은 "촛불 동력 살펴보면, 광우병 진짜 안 된다는 사람들, 대운하 등 5대 의제 설정해 이명박을 저지해야 한다는 사람들, 이번 기회에 차별과 불평등 확 바꿔보자는 기층 민중으로 세 가지 세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보수 대 진보냐, 반 신자유주의 전선이냐
촛불에 대한 평가에 이어 촛불 이후 사회운동의 과제에 대해서도 토론은 이어졌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교육위원장은 "신자유주의를 이성을 잃은 자본주의라 하는데 신자유의야말로 이성적인 자본주의로, 이명박 정부가 살리려는 경제가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라며, "신자유주의 전선을 '종'으로 민주주의 수호 확대 전선을 '횡'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상황이 그닥 낙관적이지 않다"며, "차근차근 지금 상황에 맞는 악착 같은 내용이 우선적이어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 한국사회포럼 2008 '촛불 이후, 정치사회 지형과 진보적 사회운동의 재구성'에 대한 토론이 30일 경희대에서 열렸다. ⓒ 조은미
이어 그는 "사회운동이 촛불 과정을 성찰하고 우리가 그로부터 뭘 배워야 하나 되새김질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진보진영 사회 운동의 결핍 요소로 운동가들만 쓰는 '언어'를 지적한 뒤 "온라인에서 서투른 소통방식의 문제와 진보진영 사회운동에 중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우리 목표"라며, "강한 담론을 제시하며 맞장 떠서 타결 이루지 않으면 사상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사회운동이 반 신자유주의 운동으로 더 가야하는 게 당면한 1차적 목표"라며 "지난 촛불 투쟁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반 신자유의 투쟁을 제대로 한 것으로,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가 앞으로 과제"라고 말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은 "운동적 리더십과 구심력이 요구되는 시점 같다"며, "정치구조의 틀이 만들어져 운동이 밀리지 않고 가야, 승부수를 띄울 시기와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전통적인 운동 주체와 촛불 주체, 이 주체 간에 화학적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시민사회 운동 진영은 지난 촛불을 계승하고 발전할 방향으로 민주주의와 민생 제기하는 포괄적이고 상시적인 공동 전선을 구성할 필요 있다"며, "반 신자유주의 운동이 발전하려면 중요한 고리가 노동자 투쟁과 연결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 했다면 촛불 운동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을 짜야 한다"며, "진보의 우위를 어떻게 점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서 그는 "이념적 기반을 다시 정립하고, 그것을 대중의 언어나 사고체계에 맞게 일관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며, "진보의 허브를 구축하는 일에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7월1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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