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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솜꽃이 방글방글

전남 곡성군 겸면 목화밭 1만5천㎡

등록|2008.08.31 11:48 수정|2008.08.31 11:48

▲ 하얀 솜꽃.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 이돈삼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것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목화'다. 이 목화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갔던 문익점이 붓대롱 속에 씨를 숨겨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 온 나라에 목화씨를 퍼뜨린 것도 그의 공력이다.

목화는 오랜 세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옷감의 소재가 되고, 시골집 뜨락의 정원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목화꽃은 가을 농촌들녘의 단골이었다. 꽃이 진 다음에 열리는 다래도 있었다. 떨떠름하기도 하고 달큼하기도 한 그 맛의 여운은 진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수입 원면과 화학섬유에 밀려 재배면적이 줄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엔 목화밭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아이들도 책 속에서만 본 신기한 꽃 가운데 하나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 목화밭을 만나기라도 하면 화들짝 반가운 추억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가을하늘 아래 목화밭. 전남 곡성군 겸면에 있다. ⓒ 이돈삼


▲ 슬비와 예슬이가 목화꽃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이돈삼


이제는 가물가물 잊혀져 가는 이 목화를 실컷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 목화밭이 그 곳이다. 목화축제를 위해 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들녘에 부러 조성해 놓은 것이지만 면적이 드넓다. 모두 1만5천㎡에 이른다.

목화밭 사이를 거닐어본다. 다래가 지천으로 열렸다. 다래는 꽃이 진 뒤에 달리는 목화의 열매다. 하나 따서 쪼개보면 네 조각의 하얀 속살이 숨어있다. 나중에 익으면 솜으로 피어날 것들이다.

▲ 다래가 익어 벌어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하얀 솜꽃. ⓒ 이돈삼


▲ 예슬이가 하얀 솜꽃을 보며 탐을 내고 있다. ⓒ 이돈삼


이 다래가 익어 벌어지면서 드러낸 하얀 솜꽃도 부지기수다. 목화잎도 빨갛게 물들었다. 벼논의 곡식이 누렇게 변색하고 있는 가운데 보이는 이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선다. 목화꽃도 많이 피었다. 한 그루에 다래와 솜덩이가 함께 달려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목화밭은 하천변에 조성돼 있어 바람도 시원하다. 군데군데 원두막도 설치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즐거워한다. 아이들도 책에서만 봤던 목화를 직접 확인하며 자연학습을 할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하천둔치에는 또 목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여기서도 목화를 볼 수 있다. 기장 등 토속농작물도 많이 심어 놓았다. 하천 뚝방길에는 코스모스와 야생화가 줄지어 서있다. 원두막 쉼터와 농작물 터널도 만들어져 있다.

▲ 목화꽃과 다래이 애틋함을 더해준다. ⓒ 이돈삼


▲ 어릴 적 물을 빨아먹던 다래.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였다. ⓒ 이돈삼


목화축제는 9월20일부터 이틀 동안 이곳, 곡성군 겸면 칠봉리 목화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일곱 번째. 잊혀져 가는 옛 농작물인 목화를 배경으로 전통과 환경문제를 생각해보는 자리다. 목화밭을 거닐며 옛 추억도 더듬어볼 수 있다.

‘목화와 함께 그리운 옛 향수를 느껴보자’를 주제로 열릴 목화축제에 가면 목화종자의 파종에서부터 재배, 생산, 솜 타기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수수, 기장 등 15종의 토속농작물과 금낭화 등 20여종의 야생화도 좋은 볼거리다.

소달구지 타기, 목화전시관 관람 등도 체험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심청마당극과 난타 공연, 불꽃놀이, 목화가요제 등은 덤이다.

▲ 슬비와 예슬이가 목화밭을 거닐고 있다. '목화아가씨'들이다. ⓒ 이돈삼



▲ 예슬이가 목화밭에서 하얀 솜꽃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돈삼



▲ 겸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오는 9월20일과 21일 열릴 목화축제 준비를 위해 목화밭 사이에 난 풀을 베어내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은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곡성읍 방면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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