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내려주신 봉침 한방에 3만원?
증조할머니 산소 벌초하다 땅벌 30방 맞은 사연
매년 이맘때면 조상님들 산소에 벌초하는 일로 고속도로 체증이 심해지고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만이 볼 수 있는 특이한 일이 아닌가 싶다.
금년 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7대 종손이신 관계로 우리 집안은 약 20기가 되는 산소에 벌초를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올해 당장 아버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작년 같으면 벌초하러 간다고 전화 드리면 제초기를 꺼내서 점검하시고 기름 넣고, 시동을 걸어보시고 점검을 다 해 놓으셨을텐데. 8월 29일 금요일 밤 11시가 넘어 고향집에 도착해보니 제초기는 헛간 시렁위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
토요일(30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제초기를 챙기고, 기름 보충하고 숙부님댁에 전화하여 벌초에 동원된 인원은 우리 형제를 비롯해 숙부님 3분과 사촌2명, 총 7명이다.
우리 집안의 경우 풍수도참사상을 전적으로 신봉하는 조상님들 덕에 풍수들이 정한 길지를 찾아 산소를 모시다 보니 여수시에 3곳. 순천시 해룡면 하사리에 2곳, 상내리에 2곳. 노월리에 2곳. 농주리에 2곳 등 여러 곳에 조상님들 산소가 흩어져 있다.
3개조로 편성되 벌초 1조의 사촌 두 사람은 여수 쪽을 맡고, 동생과 셋째, 다섯째 숙부님은 하사리와 노월리 쪽을 맡기로 하고 나는 넷째 숙부님과 우리(농주리)마을 앞 선산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막내 동생이 맡은 노월리 쪽 산소에서 발생했다.
노월리 산소는 증조부께서 할머니 두분을 두셨던 관계로 작은 할머니가 계신 곳이다. 여천군 삼산면 섬달천으로 출가한 따님집 근처에 묘가 있었는데 내가 초등 4학년때쯤 우리면으로 이장을 해 오신 산소다. 이 산소는 좁은 탓에 금방 끝내고 마을 앞 선산으로 합류할줄 알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동생조가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했더니 순천의료원 간호사가 동생 전화를 받는다.
깜짝 놀라 내용을 확인했더니 휴대폰 주인인 동생이 벌에 쏘여 응급실에 들어와 치료받느라고 간호사가 전화를 받는 것이란다. 상황을 확인했더니 작은 증조할머니 산소에서 제초기로 풀을 베는데 땅벌 수천마리가 달려들어 아마도 30방은 쏘인 것 같단다.
동생은 시골에서 자라 조경업을 하고 있는 터라 벌을 자주 쏘여본 경험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산소에서 내려와 시동을 거는데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발바닥까지 가려워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바로 순천의료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런닝셔츠 속은 물론 머릿속까지 땅벌이 파고들었다 날아가는 바람에 간호사가 기겁을 하기까지 했다니 대단한 땅벌의 보호 본능이 아닐 수 없다. 동생은 응급실에서 혈압을 재봤더니 100에 60까지 떨어지고 하여 주사 3대를 맞고 링거를 두병이나 맞고 안정을 찾아 약 4시간 후에 약 한보따리를 지어 귀가 할 수가 있었다.
반면 같이 벌초를 하신 셋째 숙부님은 앉아서 낫으로 풀을 베는 바람에 약 10방 정도를 쏘인 것 같았는데 워낙 자주 벌을 쏘여서 내성이 생겼는지 별 이상이 없으시다고 한다.
어머님께는 걱정하실까 싶어 말을 하지 못하다가 퇴원해서 오는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서야 "작은 할머니가 산소에다 벌을 키워서 벌초하러 온 증손자 병원신세를 지게 하는 걸 보니 작은 할머니 살아 생전에 괄시를 많이 받으셨던 모양이죠?"했더니 어머니는 "무슨 말이냐" 며 걱정이 대단하시다.
막내 숙부님 역시 치료 끝나고 오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으시고 서야 "봉침 한방에 3만원씩이라는 데 40방 정도 쏘였으면 120만원은 벌었다 야!" 하시며 "금년 내내 감기 같은 것은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며 안도의 웃음을 웃으신다.
땅벌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2008년 추석맞이 벌초였다. 사정상 벌초에 참여하지 못한 서울의 다른 형제들이 소식을 듣고 전화가 빗발쳤다. 내년에는 벌초하는 회사에 벌초를 맡기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해보자는 건의사항을 비중 있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금년 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7대 종손이신 관계로 우리 집안은 약 20기가 되는 산소에 벌초를 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올해 당장 아버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작년 같으면 벌초하러 간다고 전화 드리면 제초기를 꺼내서 점검하시고 기름 넣고, 시동을 걸어보시고 점검을 다 해 놓으셨을텐데. 8월 29일 금요일 밤 11시가 넘어 고향집에 도착해보니 제초기는 헛간 시렁위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
우리 집안의 경우 풍수도참사상을 전적으로 신봉하는 조상님들 덕에 풍수들이 정한 길지를 찾아 산소를 모시다 보니 여수시에 3곳. 순천시 해룡면 하사리에 2곳, 상내리에 2곳. 노월리에 2곳. 농주리에 2곳 등 여러 곳에 조상님들 산소가 흩어져 있다.
▲ 벌초를 마친 조상님의 산소갈대밭같은 조상님 산소를 깔끔히 벌초하였다. 하지만 내년이면 또 갈대밭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양동정
3개조로 편성되 벌초 1조의 사촌 두 사람은 여수 쪽을 맡고, 동생과 셋째, 다섯째 숙부님은 하사리와 노월리 쪽을 맡기로 하고 나는 넷째 숙부님과 우리(농주리)마을 앞 선산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막내 동생이 맡은 노월리 쪽 산소에서 발생했다.
노월리 산소는 증조부께서 할머니 두분을 두셨던 관계로 작은 할머니가 계신 곳이다. 여천군 삼산면 섬달천으로 출가한 따님집 근처에 묘가 있었는데 내가 초등 4학년때쯤 우리면으로 이장을 해 오신 산소다. 이 산소는 좁은 탓에 금방 끝내고 마을 앞 선산으로 합류할줄 알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동생조가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했더니 순천의료원 간호사가 동생 전화를 받는다.
깜짝 놀라 내용을 확인했더니 휴대폰 주인인 동생이 벌에 쏘여 응급실에 들어와 치료받느라고 간호사가 전화를 받는 것이란다. 상황을 확인했더니 작은 증조할머니 산소에서 제초기로 풀을 베는데 땅벌 수천마리가 달려들어 아마도 30방은 쏘인 것 같단다.
동생은 시골에서 자라 조경업을 하고 있는 터라 벌을 자주 쏘여본 경험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산소에서 내려와 시동을 거는데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발바닥까지 가려워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바로 순천의료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런닝셔츠 속은 물론 머릿속까지 땅벌이 파고들었다 날아가는 바람에 간호사가 기겁을 하기까지 했다니 대단한 땅벌의 보호 본능이 아닐 수 없다. 동생은 응급실에서 혈압을 재봤더니 100에 60까지 떨어지고 하여 주사 3대를 맞고 링거를 두병이나 맞고 안정을 찾아 약 4시간 후에 약 한보따리를 지어 귀가 할 수가 있었다.
반면 같이 벌초를 하신 셋째 숙부님은 앉아서 낫으로 풀을 베는 바람에 약 10방 정도를 쏘인 것 같았는데 워낙 자주 벌을 쏘여서 내성이 생겼는지 별 이상이 없으시다고 한다.
어머님께는 걱정하실까 싶어 말을 하지 못하다가 퇴원해서 오는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서야 "작은 할머니가 산소에다 벌을 키워서 벌초하러 온 증손자 병원신세를 지게 하는 걸 보니 작은 할머니 살아 생전에 괄시를 많이 받으셨던 모양이죠?"했더니 어머니는 "무슨 말이냐" 며 걱정이 대단하시다.
막내 숙부님 역시 치료 끝나고 오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으시고 서야 "봉침 한방에 3만원씩이라는 데 40방 정도 쏘였으면 120만원은 벌었다 야!" 하시며 "금년 내내 감기 같은 것은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며 안도의 웃음을 웃으신다.
땅벌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2008년 추석맞이 벌초였다. 사정상 벌초에 참여하지 못한 서울의 다른 형제들이 소식을 듣고 전화가 빗발쳤다. 내년에는 벌초하는 회사에 벌초를 맡기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해보자는 건의사항을 비중 있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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