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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눈 스님들이 중생을 구하다

[서평] <공부하다 죽어라>

등록|2008.09.02 10:17 수정|2008.09.02 10:17

▲ '공부하다 죽어라'는 1999년 세상을 떠난 혜암스님의 열반송이다. ⓒ 조화로운삶


지난 1월 출간된 <공부하다 죽어라>는 대전 지광사에서 매달 둘째 주 일요일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을 초청해 진행(2003년 11월 9일~2004년 9월 12일)한 영어 법회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파란 눈의 승려 11명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영국, 스위스, 그리고 스리랑카 사람들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법회를 위한 초대에 기꺼히 응했다.

대학을 졸업한 서양의 엘리트인 그들이 물질의 풍요 속에 빈곤해진 정신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리를 찾아 방황하다가 자신들이 스스로 불교를 선택하고 진아(眞我)를 찾아 나선 인생화두에 관한 얘기들이다.

과거 2000년 동안 서양엔 기독교가 생활 깊숙이 자리했다. 이러한 세상에 불교가 어떠한 연고로 엘리트들 사이에 불과 20~3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는지 그 사연과 사례를 이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불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인 종교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적인 하나님을 초월하고 교리나 신학을 넘어선 것이어야 한다. 즉 자연의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연과 정신모두의 경험에서 나오는 종교적인 감각에 기초를 둔 것을 의미한다. 불교가 이런 요구를 만족 시키는 종교이다."

동양불교와 서양불교의 현주소

서양불교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처음 설법한 내용인 네 가지 고귀한 진리 사성재(고재, 집재, 멸재, 도재)를 터득하고 화급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종교임에 비해 동양불교, 특히 한국 불교는 선불교의 종지를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주민들의 생활속에 스며들어 토속신양과 혼합된 기복신양의 성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자비심을 얻어 구도를 행하고자 수행자 길을 택한 현각 스님을 비롯한 11명의 스님들의 법문을 한권의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부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외국인들의 사례는 신선한 충격이 되어 우리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고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나침판이 될 것이다.

각 스님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귀한 생활 철학을 담고 있는 법문이다. 이 중 195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1985년 달라이라마로부터 비구계를 받아 승려가 된 게셰 툽텐 룬둡 스님은 일반적인 우리 법문의 총체적인 설명과 달리 자비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을 서양인 특유의 논리적방법으로 전개한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구도(求道)의 필요성과 그 방법을 흥미 있는 사례를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간다.

룬둡 박사는 자비심이란 타인의 고통을 소멸시키기 위한 염원으로 모든 종교의 본질이라고 정의한다. 자비심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세 가지 고통 즉,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감각기관을 통해 느끼는 고통, 즐거움 속에 내제된 시간의 흐름에 영속하지 못하는 고통, 생명을 갖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겪어야하는 윤회계의 본질인 고통으로 분류하고 이를 인식하는 방법과 명상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에게 불교의 의미

매월 4번째 수요일 오후는 체력단련 시간이다. 체력단련 보다 시랑헌 일 때문에 밀린 집안일을 할 생각이었으나 모처럼 한가하고 자유스러운 기분으로 연구원 정문을 나서다보니 색다른 기분이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분위기 있는 점심을 제안했더니 집사람은 전복과 전어를 푸짐하게 준비했다. 신선한 해물에 6년산 매실주를 곁들이니 오후 집안일들은 물 건너가 버렸다.

집사람이 가까운 사찰까지 드라이브도 하고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도 뵙고 백팔배 수련을 하자고 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주차비와 입장료는 부처님을 가로막고 있는 장해물로 보인다.

대웅전에 이르러 옆문을 통해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주먹보다 큰 자물통이 앞을 가로막는다. 부처님 계시는 곳에 자물통이라. 스님들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안에 계신 부처님은 갇혀 있다는 느낌일 것 같다.

돌아서는 맛이 씁쓸하다.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 들어서니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포치 의자에 앉아 탁자에 발을 걸치다보니 하늘에 스스로 존재하는 별들이 눈에 꽉 찬다. 백사장 모래알보다 많은 별들이다. 광대무변한 우주를 잊고 살면서 우주의 섭리를 운운한 나의 우매함에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매일 새벽 6시면 드리는 백팔배의 첫 번째 절을 올리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해답을 구하려 부처님을 뵈려하나 세상의 부처님은 대웅전 안에 계신다. 책속의 부처님이나마 뵐 수 있는 영광을 중히 여기고 자주 뵙도록 힘써야겠다.
덧붙이는 글 책이름 : 공부하다 죽어라, 저자 : 현각외 10명, 출판사 : 조화로운 삶, 옮긴이 : 청아,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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