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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우리 아이 입시를 결정한다

[서평] 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를 읽고서

등록|2008.09.02 20:03 수정|2008.09.03 11:25

책 겉그림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 ⓒ 후마니타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통해 부를 축적할까? 옛날처럼 농사를 많이 짓거나 짐승을 많이 키워 부자가 되는 예는 이제 없다. 그럼 직장에서 주는 월급이나 연봉을 모아 은행에 저축하거나 주식에 투자하여 부자가 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길은 이제 한 가지뿐이다. 땅을 사거나 집을 사들여 높은 값으로 되팔 때 그 이득을 통해서다. 부동산이 부를 모으는 최첨단의 지름길이 된 셈이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을 정도다.

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는 우리나라에 6단계의 부동산 계급사회가 존재한다고 밝힌다. 1가구 다주택자의 1계급에서부터 움막이나 동굴이나 지하방에 사는 6계급의 단계가 그것이다. 혼자서 2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있는 1계급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집이 없어서 움막이나 지하방에 거주하는 68만 가구의 6계급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돈이 모이면 그 돈을 부동산에 바친다. 벌이가 시원찮으면 빌려서라도 바친다. 부동산을 잘 모시는 사람일수록 높은 계급이 되고, '아파트신'과 '빌딩신'과 '토지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하층 계급으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이유, 19쪽)

땅이 또 다른 땅 낳는 세상

이 책은 부동산이 왜 문제인지, 부동산이 대한민국 사회를 얼마나 큰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지, 그에 따른 올바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총 6장으로 묶어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심상정 의원 보좌관 4년 동안 여러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값진 보고서이기도 하다.

왜 그처럼 우리나라에 부동산 계급이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부동산의 사유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만 해도 국토의 절반 이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80% 이상을, 대만은 69%를, 스웨덴은 40%를 각각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서 투기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내 땅 내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다. 땅이 또 다른 땅을 낳을 수 있는 황금알인 셈이다. 그런 상황이니 부동산 투기에 소수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은행 빚을 빌려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 6%의 가구가 사유지 기준으로 국토의 7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셋방을 떠도는 데 비해, 평균적으로 5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집 부자가 105만 가구에 달한다고 하니, 부동산에 얼마나 양극화가 심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부동산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부동산은 이미 대학입시도 결정하고 있고, 은행의 문턱 높낮이도 결정하고 있고, 수명까지도 좌우할 정도라 한다. 실제로 집값이 7억이 넘고 연간 아파트 값 상승액이 8000만원이 넘는 강남과 서초구는 집값이 2억이 안되고 1년 상승액이 1000만원대인 은평 등 7개구에 비해 서울대 합격자 수가 4배나 높다고 한다. 부동산 계급은 대학입시도 계급화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토지 사유제를 공유화로 개혁하는 것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토지관련 세금과 임대료를 제대로 거둬들여 사유지를 사들이든지, 채권을 발행하여 한꺼번에 사들인 뒤 토지 소유자가 살아 있는 동안 이자를 지급하고 사망했을 때는 원금을 갚되 상속세로 환수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주택 문제에 있어서도 건설재벌들의 폭리만을 취하게 하는 아파트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공정의 80%를 마친 뒤 분양토록 하는 후분양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하고, 1994년 김영삼 정권 때부터 시작된 임대사업 등록자에 대한 특혜가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를 위한 피난처가 되고 있으니 그것 또한 폐지할 것을 주문한다.

더욱이 전월세 계약을 10년으로 갱신토록 하여 주택이 없는 서민들에 대한 애환을 달래주고, 전월세 인상률에 대한 상한제를 도입하여 월세금의 지나친 부담을 해소토록 해주고, 방이 빠지지 않아 이사를 못가는 서민들을 위해서는 전월세보증센터를 도입하는 것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일 상속양도세를 대폭 감면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땅따먹기 먹이사슬을 가동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바대로 1단계에서부터 6단계까지의 계급사회를 더욱더 부채질하는 꼴밖에 안 될 것이다.

이런 부동산 계급 사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되풀이 된다면 과연 이런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기나 할까? 생각할수록 암담할 뿐이다. 그런데도 움막이나 지하방의 6단계 사람들이 보증금 5천만원의 월세방에 사는 5단계 사람으로, 전월세에 사는 3단계 사람들이 1가구 1주택에 사는 2단계로 진입하려고 죽을 똥을 싸고 있으니, 이 어찌된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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