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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방행정체제 광역화 '반대' 표명

개편추진 강행시 엄중 대처.... 기득권지키기 꼼수?

등록|2008.09.03 10:18 수정|2008.09.03 10:18

▲ 경기도 31개 시.군 행정구역 ⓒ 최병렬


경기도가 최근 중앙 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공론화되고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1일 한석규 도 기획조정실장을 통한 긴급 기자브리핑에서 "국민 여론이나 자치단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 실장은 "충분한 논의 없이 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묶어 전국을 70여개 행정단위로 광역화하려는 정치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경제가 어려워 민생경제를 챙겨야 하는 시점에서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지사, "탁상공론이자 안하무인식 생각"

<경인일보>에 따르면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는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도 출신 국회의원들을 초청한 가운데 경기도 현안 설명회 자리에서 행정체제 개편논의에 "지방자치를 깡그리 무시하는 탁상공론이자 안하무인식 생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기존 행정체제는 1천년간 이어져왔을 뿐 아니라 현대적 행정체계가 갖춰진 지도 100년이 됐다"며 "도를 없애버리고, 31개 시·군을 10조각으로 나누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는 "70여개 소규모 단위로 지방행정체계를 광역화할 경우 자치 역량이 떨어뜨려 신중앙집권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현행 지방행정구조 기본현황 ⓒ 최병렬


도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역사성·시대성은 물론 국민 여론과 이해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를 부여, 소규모로 나눠져 있는 자치단체들의 자율적인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현행 지방행정체제가 부분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행정체계 개편은 지자체의 기능·재정·중앙정부 권한의 이양 정도·통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져야 할 사항이고 국가가 안정됐을 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반대입장 표명, 기득권지키기 꼼수?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거대 지자체로서의 경기도가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은 너무 성급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한 실장은 "성급한 대응이 아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영향력과 규모를 갖춘 지자체로 핵심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또 '도내 31개 시·군의 입장도 반영한 결과인가'라는 질문에 "(도내) 시·군도 도와 함께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주장하며 "현재 16개 시·도의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라 애로가 많은데 앞으로 70개로 나눠질 경우 의견을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가 안정돼 있고 종합적인 검토가 수반됐을 때 진행한다면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하는 등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경기도의 반대 입장은 도 산하 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신명칭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행정계층 구조는 시대적 요구로 새로운 행정계층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던 내용과도 상반된다.

▲ 경개개발연구원의 행정개편 연구보고서 ⓒ 최병렬


이 연구보고서는 "최근 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하기 위해 행정계층이 축소돼야 한다는 논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교통의 발달로 인한 주민 생활권의 확대, 지방분권화에 따른 기존 행정계층의 이중 행정과 이중 감독으로 인한 행정업무의 비효율성과 비능률성의 초래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가장 큰 거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행정체제 개편에 성급히 대응하는 것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처럼 보인다"며 "경기도민과 지자체 시민 입장도 반영하여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중앙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는 등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16개 광역시도를 없애고 지방자치단체를 3분의 1로 줄이는 내용의 행정구역 개편을 정기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며 한나라당 지도부인 허태열 최고위원도 지난 31일 지방행정체제의 전면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전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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