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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거 씨앙차이였잖아!

[요리를 통해 본 세상] 음식문화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겠죠?

등록|2008.09.04 11:37 수정|2008.09.04 11:37

씨앙차이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고수라고 불린다. ⓒ 양중모



"으음."


어렵다. 너무 어려웠다. 대체 요리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요리들은 난이도가 '하'인 것들조차 만드는 법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밥을 안 해 먹을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떻게 할까 싶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좋은 수가 생각났다. 굳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은 없지 않은가.

요리 대회에서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창조성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남이 써 놓은 요리법을 베끼려 하는 것보다 직접 스스로 생각해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좋다. 해 보자.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일단 마트에 가보자.

마트에 가면 여러 가지 식재료가 있고, 그것을 보다 보면 무언가 기발한 요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새우였다. 새우? 일단 집자. 내가 좋아하는 것 아닌가. 그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돼지고기! 돼지고기도 사자.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가만 야채도 좀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디, 저기 괜찮은 야채가 보였다. 새우와 돼지고기 그리고 이름 모를 야채 이 세 가지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멍하니 재료들을 쳐다보았다. 무슨 요리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것만 아무 생각없이 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일단 새우를 볶고 그 다음에는 돼지고기를 볶았다. 그리고 야채는 물에 살짝 데치기로 했다. 그렇게 요리를 시작하는 순간 어디선가 코를 찔러오는, 한약방에서나 맡을 만한 냄새가 나는 것 아닌가.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새로 이사 온 집이 약방을 하나?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해도 점점 독해져 오는 한약 냄새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대체 어떤 집에서 하고 있는 거야?


코를 찔러오는 한약 냄새가 견디기 힘들었지만 일단 밥을 먹어야 하니 볶은 새우와 돼지고기를 밥과 같이 다시 볶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 야채도 넣어서 볶아야지. 그리고 야채를 넣으려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야채 냄새를 맡는 순간 그야말로 뭐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중국에는 '씨앙차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식재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고수'라 불리는 이것은 주로 한약재를 파는 곳에 가야 구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식습관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식재료가 아니다. 오죽하면 중국에 살면서 중국어 배우기 싫어하는 어르신들조차 "부야오 씨앙차이(고수 넣지 마세요)"라고 할까.

이 씨앙차이라는 것이 냄새도 냄새지만, 앞서 말했듯 맛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을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넣어버리기로 했다. 먹고 죽기야 하겠는가.

새우와 돼지고기, 씨앙차이를 모두 넣고 밥을 비벼 먹으니 그래도 먹을 만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 중에 청국장 냄새에 기겁하는 이도 많지 않은가. 그런데 중국에 살면서도 '씨앙차이'가 굳이 내 입맛에 안 맞다고 무조건 거부하고 버리거나 그런 식재료를 사용하는 중국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음식을 싫어하는 상대에게 억지로 권유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내가 그 음식을 싫어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그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은 꼭 음식 문화에서 뿐 아니라 종교 문화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특히 종교 편향 정책으로 종교 간 대립으로까지 번질 조짐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 '씨앙차이'의 맛을 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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