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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작전은 말 아닌 몸으로써 보여주는 것?

상경집회 차단 위해 지방청에 보낸 경찰청공문 논란

등록|2008.09.04 14:46 수정|2008.09.04 16:38

▲ '범국민행동의날 경비 대책시 경찰청장 지시사항' 일부. ⓒ 윤성효


경남 창원지법이 농민·노동자들의 상경집회를 저지한 경찰에게 "노동자·농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가운데, 경찰청이 이날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 지방경찰청에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함안·의령·양산지역 88명은 지난해 11월, '한미FTA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려 했지만 경찰이 곳곳에서 차단해 상경 자체가 무산되자 버스 임대료와 음식값 등의 손해를 보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지난 8월 19일 창원지방법원 제8민사단독(판사 이미정)은 국가가 이들에게 각각 1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경찰은 항소해 놓은 상태다.

당시 경찰청이 하달한 공문에는 ▲1만명 이상 대규모 연합집회는 통제불능 상태 초래되어 법질서 문란되므로 차단 ▲서울시청 앞에 1만명 이상이 모인다면 서울의 시설이 파손되고 법질서가 문란 상태에 빠지게 됨 ▲최선을 다하여 집회를 관리하던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는 문책하지 않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문책이 뒤따를 것임 ▲경찰 작전은 글이나 말로써 대처하는 것이 아니며 몸으로써, 행동으로써 보여주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문은 경남지방경찰청이 경남진보연합으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창원지법에 낸 증거자료의 일부다. 1심 소송수행자였던 경남지방경찰청은 당시 "상경 차단이 정당했다"며 경찰청에서 하달한 '범국민행동의날 사전점검회의 지시사항'과 '경비 대책시 청장 지시사항', 경남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보낸 '상경집회 대비철저 지시' 공문을 법원에 제출했다.

"집회 관리 중 발생한 문제는 문책하지 않겠다"

▲ '범국민행동의날 경비 대책시 경찰청장 지시사항' 일부. ⓒ 윤성효


이들 자료에 의하면, 경찰청 사전점검회의는 범국민행동의날 집회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해 11월 8일 열렸다. 당시 경찰청은 "이번 집회에 엄정대처하지 못하면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 등에도 대처에 어려움 지속", "각 지방청은 지역책임제에 의해 가용병력 총동원과 총력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또 경찰청이 집회 하루 전날 지방경찰청에 내려 보낸 '지시사항 공문'을 보면, "상경 차단으로 집결인원 최소화가 관건, 상경 차단은 정당한 법집행이므로 지휘관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지시사항 공문은, "1만명 이상 대규모 연합집회는 통제 불능 상태 초래되어 법질서 문란되므로 차단", "서울시청 앞에 1만 이상이 모인다면 서울의 시설이 파손되고 법질서가 문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또 "법적 근거가 명확·명백하므로 지방청장들은 경찰서장과 협의하여 지구대·파출소·분소 등에서 자치단체·농협 등 직원들과 협력하여 출발지에서 차단하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

지휘관의 의지를 강조한 경찰청은 "최선을 다하여 집회를 관리하던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는 문책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 작전은 글이나 말로써 대처하는 것이 아니며 몸으로써, 행동으로써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낸 공문에 의하면, 당시 지방경찰청은 경찰서장과 정보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러 차례 간담회와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경남지방경찰청은 상경집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해 11월 6일과 8일 행정부지사와 농협중앙회 경남도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연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문에 의하면,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은 자율방범대(44명)와 여성명예소장(2명), 생활안전협의회장(22명)을 동원해 상경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고 되어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경찰 내부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

▲ '범국민행동의날 경비 대책시 경찰청장 지시사항' 일부. ⓒ 윤성효


이와 관련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는 "이번 자료를 볼 때, 당시 경찰은 노동자·농민들의 상경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와 농협의 조직을 동원하고, 구성 목적에도 맞지 않는 자율방범대 등의 조직을 동원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의 지시사항 공문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다"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작전을 펴듯이 치밀하게 전개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국민을 설득해도 문제인데, 경찰은 말이나 글이 아니라 몸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국민의 집회 자유를 막으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지방경찰청 교통경비과 관계자는 "경찰 내부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당시 상경집회 차단은 법적 근거를 갖고 집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상경집회 차단은 상부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했더니, 재판부가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 준비서면을 통해 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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