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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사고지역, 불편한 관광버스 타세요"

구례 사성암, 주말엔 차량 통제· 관람시간은 30분?

등록|2008.09.05 16:14 수정|2008.09.05 16:14
사성암 풍경

ⓒ 전용호


사성암 약사전. 아래서 올려다보면 웅장함과 함께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 전용호


섬진강이 구례를 감아 돌아가는 맞은편으로 오산(531m)이 우뚝 서 있다. 꼭대기 바로 아래 까마득히 보이는 암자가 있다. 사성암이다.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래는 오산암이라 불리다가 이 곳에서 원효·도선·진각·의상 등 네 성인이 수도하였다 하여 사성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섬진강을 건너는 문척교를 지나 사성암으로 다가서니 길을 막아선다. 사성암으로 올라가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한다고 한다. 왕복버스비 3000원. 사고예방을 위해 차량을 통제한다고 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이왕 온 거 올라갔다 오자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차량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출입통제도로사정이 협소하여 잦은 차량사고가 발생하여 차량을 통제하며 이에 관련하여 마을버스를 운행한다고 써 있으며, 1인당 왕복운행 요금 3,000원이라는 안내를 착실하게 해주고 있다. ⓒ 전용호


얼마 전까지 차로 올라갔는데 주말에만 사고예방을 위해 마을버스를 운행한단다. 서울이며 경북이며, 전국에서 사성암을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무척 불만이 많다.

"사고 예방을 위해 버스를 운행한다는데,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 나는 게 아닌가?"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는 아저씨는 황당하다며 강하게 항의한다.

"거리가 얼마 된다고 3000원이야."

기다리던 아주머니도 한 마디 거든다.

차량을 막고 서 있는 여자분은 무전기로 계속 연락을 하는 것 같다. 한 30분 기다렸을까? 승합차 한 대가 내려온다. '설마 저게 마을버스는 아니겠지?'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고, 기껏해야 9인승 승합차가 마을버스란다. 당시 기다리는 사람만 해도 한 30여 명.

모두 어이가 없어 바라보기만 한다. 몇 분이서 차량에 타고, 급한 마음에 나도 타려고 하니 이미 만원. 출입통제를 하는 여자는 버스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무척 짜증이 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은 당연한 줄 알고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 내려온 버스?소형 승합차가 마을버스란다. 9인승에 다 탈 수 있을까? 그래도 정원은 지킨다. 더 탈 수가 없으니. ⓒ 전용호


어찌 하오리까?만원입니다. 다음 차를 이용하세요. ⓒ 전용호


한참을 지나서야 버스가 내려왔다. 그 버스는 나를 더욱 놀라게 한다. 영업용 버스가 아닌 하얀 번호판을 달고 있다. 그나마도 소형버스. 기다리던 사람은 30명도 넘는데. 가운데 접었던 의자까지 펴고 탄다. 가족여행 온 일행은 다 타지 못하고 일부만 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교통정리가 되고 차는 사성암을 향해 올라간다. 불편하기 짝이 없으며, 안전장비도 없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대형 사고다. 차안에서 어떤 여자 분이 강하게 항의한다.

"이렇게 많이 태워도 돼요?"
"25인승에 23명 태웠는데 뭘 많이 태워요."

어이없는 대답에 다들 말을 잃었다.

차는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사성암까지 4.5㎞라고 한다. 짧은 거리는 아니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내내 불안하기만 하다. 지리산이며, 한라산이며, 전복사고의 대부분은 버스사고다. 이게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관광객을 상대로 위험천만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형버스하얀 번호판? 이거 자가용 차량 아닌가? 요금내고 타라고? 아니면 1시간 반 걸어갈래? ⓒ 전용호


만원사례?버스는 통로도 없이 꽉 채우고 출발한다. 사고라도 난다면? 끔찍하다. ⓒ 전용호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관람시간 30분?

어찌했든 차는 사성암에서 내려준다. 내리자마자 눈을 꽉 채우는 약사전은 파란하늘과 대비되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약사전 돌계단을 올라가서 원효대사가 그렸다는 마애불도 본다.

약사전은 마애불을 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전각이지만 구조도 특이하고 어떻게 이런 절집을 구상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공중에 올라서있는 기분이다. 난간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은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약사전을 내려와서 800년 된 느티나무도 보고 지장전·소원바위·산신각도 본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도선굴은 안에 들어가면 몇 명이 앉을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통과해서 나오면 아름다운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너무나 멋있는 풍경이다. 절집을 둘러보면서 연신 감탄을 한다. 좁은 공간에 있는 바위를 그대로 이용하여 작은 공간마다 오밀조밀하게 지은 절집은 최고 수준의 건축술을 보는 것 같다.

사성암 풍경공중정원 같은 느낌이다. ⓒ 전용호



그렇게 오랫동안 경치 감상도 하고, 절집 구경도 하고, 주변 산속도 거닐다 버스를 타려고 약사전 앞으로 왔다. 아까 보았던 승합차가 있고 기사는 그늘에 쉬고 있다.

"차 언제 내려가요?"
"일행들이 다 와야 내려가는데요."
"아까 버스 타고 왔는데."
"그럼, 타고 갈 자리가 없어요."
"아니, 왕복으로 운임을 받았는데 탈 자리가 없다니요."
"타고온 차를 다시 타고 내려가야 하고요, 30분간 관광하고 이 자리에 모이면 출발하는 겁니다."

버스 기사는 그런 말을 해주지도 않았지만, 차량을 통제해놓고 어떻게 30분만 보라고 제한을 할 수 있는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다.

승합차 기사는 무전기로 차를 타지 못한 관광객이 있다고 하면서 버스를 보내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버스가 올라온다고 하니 기다리라고 한다. 이미 몇 분은 걸어 내려간 듯하다.

"관광버스도 아니고 이렇게 운행하는 게 어디 있어요? 군에서 허가는 받고 한 거요?"
"사성암에서 용역 줬고 우리가 위탁받아 운행하니까, 문제 될 건 없어요."
"내려가면 군청이고, 경찰서고 민원을 넣을 거요."
"(웃음을 지으며) 알아서 하세요."

옆에서 보고 있던 관광지 주변 용역조사차 나왔다는 젊은 분이 "차가 있으니 같이 내려가자"고 한다. 너무나 어이없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주차장에 오니 할머니 세 분도 바닥에 주저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를 얻어타고 내려가니 걸어가는 분이 두 분 더 계신다. 한참을 내려가니 부부가 차를 세운다. 걸어 내려가기 너무 힘들다고 태워주란다. 그러면서 몹시 화가 나있다. 내려가면 항의를 한단다.

차가 출입통제한 곳까지 왔을 때도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할머니 분들을 생각하니 성질이 더욱 난다. 이게 '자연으로 가는 길' 관광구례의 모습일까? 사성암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불만만 가득 담고 있는 듯 하다.

사성암 아래 섬진강이 흐르고.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섬진강에 마음도 따라 흘러간다. ⓒ 전용호


800년된 느티나무시원한 그늘 아래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여유를 즐긴다. ⓒ 전용호




- 꼭 버스운행이 필요하다면, 셔틀버스나 노선버스를 지정해 주세요
주기적인 안전점검을 받고, 안전장비도 갖추고 있는 정규 버스를 운행해 주면 누가 불만을 말할까요? 운임도 적정하게 신고하게 하고요. 지금처럼 아무런 규제 없이 필요시 운행하고, 30분만 구경하라는 황당한 제약이 없도록 해주세요. 30분 보려고 그 먼 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구례군에서는 마을버스 사업자 공고를 내 놓았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쉽게 해결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선이 되면 좋겠지만 마냥 사업자 공고했다는 핑계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사성암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수입을 잡고 싶다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세요. 차량통제 방법보다는 그게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보입니다. 자기차로 올라가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되고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세 곳 위험한 곳이 있는데 그 정도는 사찰 수입금이나 군 지원을 받아 도로 개량을 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버스를 운행해야 한다면 차량통제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차량이용자에게 주차요금 받으면 되지 않을 까요? 그 수익금으로 주차장도 확충하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성암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8월31일. 구례 사성암에 들렀다가 즐거움도 있었지만 불쾌함도 있었습니다. 사성암뿐만아니라 문화유적은 개인소유이기 이전에 공공의 재산입니다. 먼곳에서 찾아온 분들에서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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