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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9) 차별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416] '기존 글들과 차별화하겠다' 다듬기

등록|2008.09.05 11:15 수정|2008.09.05 11:15
.. 맞춤법 해설서 같은 느낌을 주는 기존 글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초기의 방향 설정이 독자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 ..  <한국어가 있다 (1)>(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커뮤니케이션북스,2005) 머리말

 ‘해설서(解說書)’란 “풀이하는 책”, 곧 ‘풀이책’을 뜻합니다. “초기(初期)의 방향(方向) 설정(設定)”은 “처음 세운 방향”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독자의 요구(要求)와 맞아떨어졌다”는 “독자가 바라던 대로였다”나 “독자들 바람과 맞아떨어졌다”로 풀어내 봅니다.

 ┌ 차별화(差別化) :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
 │    구별된 상태가 되게 함
 │   - 품질의 차별화 / 서비스의 차별화 /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다 /
 │     매출이 높은 상품들을 따로 차별화해서 진열하였다
 │
 ├ 기존 글들과 차별화하겠다는 방향 설정
 │→ 그동안 나온 글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
 │→ 예전 글과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생각
 └ …

 보기글은, “그동안 나온 맞춤법 풀이책과는 다르게 나아가겠다는 생각이 독자들한테 두루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지 싶습니다. 그러면 이런 뜻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도록 쓰면 좋다고 느껴요. ‘느낌을 주는’이라는 말을 덜고 ‘기존 글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옛날 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쯤으로 다듬고, ‘초기의 방향 설정’은 ‘처음 잡은 방향(흐름/방법)’으로 풀 수 있으며, ‘독자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독자들이 바라던 바이다’나 ‘독자들이 바라고 있었다’쯤으로 손보면 됩니다.

 ┌ 품질의 차별화 → 품질에 따라 달리 나눔
 ├ 서비스의 차별화 → 더 나은 서비스를 내어줌
 ├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다 → 예전 제품들과는 다르게 만들다
 └ 따로 차별화해서 진열하였다 → 따로 나누어 선보였다

 우리가 써야 할 말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봅니다. 우리가 넉넉히 쓸 만한 말하고, 우리가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 말은 어떻게 나뉘는가를 곱씹어 봅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차별화’라면 ‘더 낫게 한다’고 이야기해 주면 뜻이나 느낌이 환하게 드러납니다. 이것과 저것은 높낮이가 다름을 보여주는 ‘차별화’라면 ‘달리 나눈다’고 이야기하거나 ‘따로 나눈다’고 이야기할 때 뜻이나 느낌이 잘 나타납니다.

 ┌ 그동안 나온 글보다 한결 나은 이야기를 선보이고자
 ├ 여태까지 나온 글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자
 ├ 이제까지 나온 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선보이고자
 ├ 비슷한 틀을 넘어 남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자
 └ …

 보기글이 실린 <한국어가 있다>라는 책을 보면, 맨 첫머리부터 ‘맞춤법 이야기’이며, 끝까지 맞춤법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옵니다. 다만, 맞춤법이 이러니저러니 풀이하는 글은 아니지만, 맞춤법을 다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보기글이 실린 <한국어가 있다>라는 책이, 여태껏 나온 다른 ‘우리 말 이야기’ 책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그다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느 대목에서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엮은 분은 스스로 ‘차별화했다’고 밝힙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똑같이 맞춤법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너무 지루하게 다루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만 해도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맞춤법을 좀더 손쉽게 익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해도 ‘다른 모습’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도 아니고 ‘우리 말 이야기’를 펼치는 책인데, 꼭 ‘차별화’ 같은 말투를 써야 했을까 궁금합니다. 아무리 맞춤법 이야기를 살갑게 풀어낸다고 하여도, 우리한테 좀 더 알맞춤한 말투를 살필 수 없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가 추스르거나 북돋울 말은 어떤 모습일는지, 우리가 가꾸거나 추스를 말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좀더 곱씹을 수 없었나 궁금합니다.

 한편, ‘差別’이라는 낱말은 썩 달갑지 않습니다. 한자말 ‘차별’은 토박이말로는 ‘푸대접’, 곧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는 자리에 흔히 씁니다. 이런 낱말 뒤에 ‘-化’까지 붙여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펼칠 수밖에 없나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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