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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투나잇> 정리해야"... 보도통제 막 오르나

KBS사원행동 "권혁부 이사,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 주장

등록|2008.09.05 14:17 수정|2008.09.05 14:17

▲ 권혁부 이사의 발언 내용을 담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9월 4일 특보 ⓒ KBS 사원행동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KBS 사원행동)'이 4일자 특보를 통해 권혁부 KBS 이사가 이병순 사장에게 <시사투나잇>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권 이사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친이명박 계열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 비판적 보도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던 가운데, 이같은 발언 파문이 빚어져 향후 양측의 진위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권혁부 이사 "사실 무근... 명예훼손 소송 준비중"

KBS 사원행동은 4일 특보를 통해 권 이사 발언 파문을 전했다. 사원행동 특보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권 이사는 이병순 사장에게 "MB 대선후보 시절, <시사투나잇>이 계속 비판해가지고 캠프에서 이걸 가지고 논의했다는 거 아니냐, <시사투나잇>을 정리해야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보는 권 이사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9시 뉴스> 리포트에 대한 게이트키핑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고 썼다.

권 이사는 심 의원에게 "사장이 새로 바뀌고 KBS가 매우 중요해졌다, 내가 이병순 사장 불러다 <9시뉴스> 리포트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취임식 말이다, 오후 4시 편집회의 이전에 말을 해놔야 된다 말이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되거든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KBS 사원행동은 "당시 기념식에 참석했던 익명의 제보자가 직접 보고 들은 환담 내용을 알려왔다"며 "내용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실에 근거한 제보 내용 중 KBS 관련 대화 일부만을 특보를 통해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이사는 사원 특보 내용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그간의 사원행동 특보 내용까지 포함해 명예훼손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오마이뉴스>는 발언의 진실을 알기 위해 권 이사와 몇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이사회 저지 투쟁을 하던 KBS 사원행동은 지난 8월 20일 특보를 통해 "권 이사는 'KBS 출신'이라는 가면을 쓴 방송장악 '돌격대원'"이라며 "권 이사는 지난 1974년 당시 박정희 정권의 집권당인 민주공화당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원행동은 "지난 2002년 '윤태식 게이트'에도 권 이사는 연루됐었다"며 "수지 김을 살해하고 안기부와 모의해 간첩사건을 조작한 윤씨가 세운 '패스21'의 주식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순 사장 취임사와 꼭 닮은 권혁부 이사 발언

▲ 이병순 KBS 신임 사장 ⓒ KBS


해당 발언의 진위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지만 학계 및 시민단체는 이 사장의 취임 이후 KBS의 변화를 드러낸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권 이사의 발언이 이병순 사장의 취임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도 하다.

이 사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발언 내용만 보면 권 이사가 취임식 전에 이 사장을 압박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권과 KBS 이사회가 왜 무리하게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새 사장을 들여왔는지 그 이유를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 "이병순 사장이 <시사투나잇> 등 비판적 보도 프로그램의 폐지 및 보도에 대한 게이트 키핑 등 일련의 작업을 한다면 자기 스스로 이 정권의 '청부사장'임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도 "특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권혁부 이사와 이병순 사장이 그동안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를 달려오던 KBS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KBS를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병순 사장이 보도에 간섭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특정 프로그램 폐지까지 하리라곤 생각 못했다"며 "지금도 KBS 보도국에서 자기검열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나가면 일반인들도 KBS의 변화를 느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스스로 정권 기반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병순 사장의 취임 과정을 볼 때, 권 이사를 비롯한 KBS 이사들이 이보다 더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사무처장은 "이미 KBS 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 내부에서 권력에 밉보이지 않도록 자기검열을 철저히 하는 것 같다"며 "특히 올림픽을 기점으로 방송사들이 이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추 처장은 "앞으로 이 같은 일은 빈번할 것"이라며 "방송사 내부 기자·PD들이 이런 문제를 잘 이겨 나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이 지난 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순 신임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관제사장 물러가라" "쟁취! 방송독립"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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