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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01) 인간적

― ‘더 인간적이라고’ 다듬기

등록|2008.09.07 18:52 수정|2008.09.07 18:52

.. 우리들이 생각할 때, 과연 어느 꿈이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됩니까? 그리고 어느 꿈이 더 싱싱하다고 생각됩니까? ..  <강은교-사랑의 불을 놓으리라>(새벽,1980) 20쪽

 ‘과연(果然)’은 ‘참으로’나 ‘참말로’로 다듬어 줍니다.

 ┌ 인간적(人間的)
 │  (1) 사람의 성격, 인격, 감정 따위에 관한
 │   - 인간적 약점 / 인간적 욕망 /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이다
 │  (2) 사람다운 성질이 있는
 │   - 농민은 그 얼마만 한 인간적 대접을 받아 왔던가요
 ├ 인간(人間)
 │  (1)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   -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  (2) 사람이 사는 세상
 │   - 한 손에 환생 꽃 들고 인간에 내려와
 │  (3) 사람의 됨됨이
 │   - 인간이 어째 그 모양이냐 / 그런 정신 상태니, 인간이 안 된다
 │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 이 인간이 글쎄 또 사고를 쳤어 / 그 인간하고는 상대도 하기 싫다
 │  (5) ‘식구’를 이르는 말
 │   - 한집안의 인간 / “인간이 몇이나 되오?
 │
 ├ 더 인간적이라고
 │→ 더 사람답다고
 │→ 더 사람 냄새가 난다고
 │→ 더 알맞다고
 └ …

 우리 말은 우리 말답게 써야 합니다. 이 땅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일하고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우리 삶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말이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 삶이 고스란히 배어든 말이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우리 삶을 우리 말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몇몇 지식인뿐이었고, 지식인들은 여느 사람들 말을 글에 담지 않았습니다.

 계급으로 나뉘어진 제도에 따라서 말이 눌리고 글이 비틀린 기나긴 세월을 보낸 뒤, 비로소 여느 사람들도 글을 쓸 권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글을 쓰게 된 여느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가며 쓰던 말을 글에 담지 않거나 못했고, 자기 삶을 담아내어 쓴 글은 제대로 눈길을 못 받고 따순 사랑을 못 받았습니다.

 이러는 동안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몇몇 계급한테만 주어졌던 글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한테 문이 열린 글이 되었으나, 이제는 사람들 삶이 고유한 자기 삶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서양바라기 삶, 서양바라기 문화, 서양바라기 사회에다가, 서양바라기 교육으로 퍼져나갑니다.

이런 흐름이 깊이깊이 뿌리를 내린 오늘날, 자기 삶을 담아내는 글이란, 올곧거나 알맞거나 아름답지 못합니다. 껍데기와 겉치레와 눈가림이 넘쳐납니다. 흙에 뿌리를 내린 삶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무늬만 빛나는 꽃병에 담긴 물에 뿌리를 적시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 인간적 약점 → 사람다운 아쉬움 / 사람한테 있는 모자람
 ├ 인간적 욕망 → 누구나 품는 마음 / 사람이 품는 마음
 ├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이다 → (?) / 우직하게 애썼다
 └ 인간적 대접을 받았다 → 사람 대접을 받았다 / 푸근하게 대접을 받았다

 올바르게 꾸려가는 삶이면서 올바르게 담아내는 말이면 좋을 텐데. 알맞게 가꾸는 삶이면서 알맞게 펼쳐 보이는 말이면 그지없이 반가울 텐데. 아름답게 추스르면서 아름답게 여미어 내는 말이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텐데.

 긴 그림을 못 보는 요즘 세상이라지만, 짧은 그림도 못 보면서 얕은 꿍꿍이에 빠지고 마는 요즘 세상입니다. 사람 삶에서 돈이 있어야 한다지만, 돈만 있고 다른 삶은 모두 저버리게 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뜻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돈은 부지런히 벌어들이지만, 벌어들인 돈을 즐겁게 나누지 못하고 이웃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자기며 이웃이며 서로한테 무슨 값과 뜻이 있겠습니까.

 ┌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 사람 마음바탕은 착하다
 ├ 환생 꽃 들고 인간에 내려와 → 환생 꽃 들고 세상에 내려와
 ├ 인간이 어째 그 모양이냐 → 사람이 어째 그 모양이냐
 ├ 이 인간이 글쎄 또 사고를 쳤어 → 이놈이 글쎄 또 일을 쳤어
 └ 한집안의 인간 → 한집안 식구

 먼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다움을 고이 간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언제라도 사람이 사람됨을 잃지도 잊지도 않는 가운데, 나와 내 이웃과 동무도 똑같이 애틋한 목숨붙이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럴 때 비로소 저마다 사람다움을 듬뿍 실어 내는 말이 됩니다. 바야흐로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말이 됩니다. 시나브로 사람맛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말이 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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