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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진전 '화려한 휴가' 리뷰

등록|2008.09.08 15:31 수정|2008.09.08 15:32
사진은 사실적이고 지시적인 매체이지만, 현실을 재현하는 것 외에도 심리적인 흐름이나 감정적인 느낌과 같은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하기 애매한 언어의 영역을 벗어나는 그 무엇을 표현 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19세기 예술 사진가들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 유제와 물감을 혼합하여 회화와 같은 외형을 보여주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는데, 동 시대 작가들도 표현방식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이와 같은 표현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 ‘화려한 휴가‘ ⓒ 이젠


▲ ‘화려한 휴가‘ ⓒ 이젠



이번에 갤러리 룩스에서 사진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이젠은 낯선 휴가지에서 어린 시절 기억과 감성을 되살려주는 풍경을 만나고서 그것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그것을 검 프린트 방식(아라비아 고무와 중크롬산을 이용해 감광유제를 만들고 그 유제를 종이에 바른 뒤 자외선에 감광시키는 방식)으로 재현하여 회화와 같은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하였다.

▲ ‘화려한 휴가‘ ⓒ 이젠


▲ ‘화려한 휴가‘ ⓒ 이젠



작가는 감성적인 바닷가풍경과 들판 그리고 꽃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는데, 표현대상 그 자체도 정서적인데 프린트 방식으로 인하여 좀 더 강조되어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평범한 풍경과 사물이지만 자신의 감성과 코드가 일치하므로 그것을 좀 더 명료하게 시각화하여 보여주기 위해서 보는 이들의 내면에 진한 자국을 남기는 인화방식을 선택 한 것이다.

▲ ‘화려한 휴가‘ ⓒ 이젠


▲ ‘화려한 휴가‘ ⓒ 이젠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작품 한 장 한 장이 고요하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관객들도 작품과 동화되어 정서적인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작가는 카메라 디스턴스(촬영거리)를 대부분 넓고 멀게 선택하여 자신의 정서적인 감정을 차분하면서도 소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촬영방식과 프린트방식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 하였다.

한국사진은 최근 몇 년 동안 세련되고 감각적인 소재를 대형 카메라로 찍어서 초대형 인화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많았는데, 이번 전시회는 그에 비해서 소재도 외형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작품 사이즈도 작지만 작품에서 작가의 고뇌와 정체성이 느껴지므로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 해주고 있다.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편안하게 순화 시켜주는 전시회이다.
덧붙이는 글 갤러리 룩스 2008.9.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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