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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너무 많은 전화가 온다"

해고당한 이 모 <중앙일보> 기자, 자신의 심경 담은 글 공개

등록|2008.09.09 10:59 수정|2008.09.09 17:35
"촛불민심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비판 글을 블로그에 올려 <중앙일보>에서 퇴출당한(<PD저널> 9월 8일자 보도) 이모 <중앙일보> 기자가 블로그에 자신의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이 기자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나온 기사에 조금은 놀랐다"며 "다급히 제 블로그에 입장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로부터 너무 많은 전화가 와서 전화를 켜둘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문자만 겨우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9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중앙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을 올리고 그간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자신의 해고사실에 대해 "사실 이 결정은 소수가 주도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임이 분명했다"며 "파견나가 있는 문화부의 에디터와 데스크조차도 저에 대한 통보 직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사가 구성원의 생각 하나 수용 못하나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며 "내 처지를 한탄하기에 앞서 <중앙일보>가 안 됐구나 하는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자는 "과거를 복기해보니 이를 예고하는 듯 한 징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블로그 글(5월 29일자 글 '<중앙일보>가 기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건' 이후 자신에 대한 압박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기자는 "편집국장은 한 때 블로그에 대한 파문을 잊고 일에만 매진하라고 격려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회식 자리에서는 '(블로그의 글을 암시하며) 걸리는 게 하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며 "<중앙일보>를 잘 안다는 회사 바깥 선배는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며 대안을 마련하라는 충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 앞서 <중앙일보>의 조치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나를 한 번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자 선배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자 내용과 절차에 있어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 계약직으로 <중앙일보> 경력기자로 입사할 당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일종의 무기 계약직으로 받아들였다"며 "실질적인 정규직에 준하는 자리로 판단했고, 회사측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회사는 해고 사실을 당일이 아니라 적어도 3달 전에는 통보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해고 명분이 부당한 것은 물론 절차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법적다툼으로 번질 경우 승소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아마 <중앙일보> 같은 대언론사가 노사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나 노동위원회, 심지어 지방법원에 밀리겠느냐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실제로 어느 노무사 한 분도 회사측이 그렇게 나올 경우 승산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의 몇몇 선배들로부터 정말 많이 배우고, 여전히 그 분들을 존경한다"면서도 "몇몇 선배분들의 언행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 분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그 이유에 대해 "그 분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제 블로그 글을 보고 단순히 견해차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질책했더라면 저는 그 분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분들은 '그 글을 보고 사장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느냐'는 말로 일관하면서 '글을 내려라, 제목을 바꿔라' 하는 주문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것이 양심에서 비롯된 글을 쓴 기자 3년차인 후배에게 할 말과 취할 태도란 말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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