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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원에 달하는 안양시 시금고를 잡아라!

농협의 사수와 타 은행들의 탈환... 보이지 않는 전쟁 시작

등록|2008.09.09 19:07 수정|2008.09.09 20:05

▲ 안양시금고 지정과 관련 금융기관에 배포한 신청 안내서 ⓒ 최병렬



올해 말 지정을 앞두고 있는 안양시 시금고. 2007년 결산기준으로 일반회계 6100억, 기타특별회계 714억, 통합관리기금 227억 등 전체 8179억원의 예산과 금고별 평잔 2110억원에 달하는 시금고 지정을 놓고 시중은행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본격화됐다.

안양시는 그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금고를 선정했으나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금고를 선정키로 하는 '안양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지난 3월 일부 개정한데 이어 8일 안양시금고 지정 설명회를 가짐으로 시금고 지정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2009년(1.1)부터 2011년(12.31)까지 3년간 시금고 업무를 취급할 시금고 지정을 위해 공개경쟁 입찰방식 금고지정계획을 공고한 데 이어 8일 오후 3시 금고지정에 관한 설명회를 안양시청에서 갖고 제안신청서 접수를 9월 25일과 26일 받는다.

이어 9월부터 10월까지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구성 및 평가를 실시하여 10∼11월 시금고 지정 및 약정체결, 12월∼2009년 1월 신·구 금고 합동근무 및 인계인수 절차 순이나 현재 시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기존의 농협중앙회가 재지정될 시엔 인계절차가 생략된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재 시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를 비롯 기업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해 안양시 일반·특별회계 및 기금 예산 현황과 금고별 평잔 현황과 운영계획, 신청서 작성, 평가자료 작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개최한 안양시금고 지정신청 설명회 ⓒ 최병렬



우선 순위를 점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수십년간 시금고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중은행과 경쟁할 만반의 준비가 된듯 다소 느긋한 표정인 반면 처음으로 시금고 지정에 뛰어든 시중은행들은 전담TF팀 구성 금고 탈환을 숙의하는 등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안양시가 제시한 '금고 지정 평가 항목 및 배점 기준' 5개 항목 중에서 농협은 지역주민 이용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추진능력 면에서 사회환원 활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점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대내외 신용도 및 재무구조,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면에서 유리해 증자를 통한 규모 확대와 고금리를 앞세워 농협을 압박할 경우 유치 경쟁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높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각 은행들은 시금고 지정에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TF팀을 통해 관련 정보 파악에 분주하고 시와 시의원의 접촉을 위한 물밑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반금고와 통합기금금고 분리, 복수금고 운영

안양시금고 주요업무는 각종 세입금의 수납 및 세출금의 지급, 세입세출외현금의 수납 및 지급, 유가증권(수입증지 등)의 출납 및 보관, 기타 금고업무 취급상 필요하다고 지정한 업무 등이며 일반.특별회계.기금 및 통합관리기금 등 복수금고 체계로 운영된다.

안양시는 경기도내 다수 지자체가 단수금고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은행의 서비스 향상과 시 금고 운영의 안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반금고(일반회계·특별회계·일반기금)와 통합기금금고 분리 운영하는 복수금고를 조례로 채택하고 있어 발전적이다.

안양시가 공고한 금고지정계획에 따르면 평가결과 최고 득점을 받은 금융기관을 '일반금고'와 '통합기금금고' 지정해 복수금고로 운영하며 각 금융기관들이 금고별 중복신청은 가능하지만 '일반금고'에 지정된 금융기관은 '통합기금 금고' 지정에서 제외한다.

'안양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시의원과 교수·회계사·세무사·금융전문가 등 모두 9명으로 구성했으나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13명으로 늘렸으며 시금고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출된 제안서에 근거하여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특히 심의위원회는 시금고 계약 때만 한시적으로 운용되며 계약이 결정되고 나면 자동 소멸된다. 그동안 심의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투표로 결정하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투표가 행사된 예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안양시금고 평가항목 및 배점 기준 ⓒ 최병렬



안양시 자금관리 운용 현황과 문제점 진단


안양시 자금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특별회계 일반기금 금고에 해당하는 일반금고로 도시개발사업·도시교통사업·의료급여기금·기반시설부담금 등 특별회계 8개, 애향복지장함금 등 일반기금 15개를 운용하고 통합관리기금 금고로는 1개를 운용하고 있다.

시금고 설치 현황으로는 시 본청(13명)과 만안구청(5명), 동안구청(4명)에 상주 인력을 배치하여 지출대행점인 출장소를 농협중앙회 안양시지부가 설치 운영중에 있다.

안양시 자료에 따른 자금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일반.특별회계 및 기금 예산은 2007년도 결산액의 경우 일반회계 6199억, 상하수도특별회계 1240억, 기타특별회계 714억, 일반기금 25억, 통합관리기금 227억원 등 총 8179억원이며 2008년 예산은 7408억원이다.

안양시가 운영해 온 금고별 평잔은 2007년의 경우 일반회계 1144억원, 상·하수도 특별회계 955억원, 일반기금 347억원, 통합관리기금 227억원으로 전체 2110억원에 달한다. 2006년도의 경우 1890억원이며 2008년의 경우 6월 30일까지 165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예치 기준금리는 2007년의 경우 일반금고가 4%대이며 통합관리기금은 다소 높은 6.8%로 그동안 시 기금은 2005년까지 각 과에서 별도로 운영해 왔으나 2005년 12월 안양시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한 이후 2006년도부터 기획예산과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다.

▲ 현재 안양시금고를 운용하는 농협 안양시청 출장소 ⓒ 최병렬



기부.협찬에 눈감는 낮은 이율 1년이면 수십억 손실


이와관련 안양시의회에서도 기금별 이율과 더불어 기금관리 운영에 대한 논란이 컸다.

'지방재정법'에 있어 금고의 목적 및 성격에 따라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기금 이 세 가지 금고를 따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안양시의 경우 일반회계, 특별회계는 농협에, 통합기금은 기업은행이 관리해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93이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1일 안양시의회 총무경제위원회에서는 2007년 농업에 맡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상하수도 기금 등 이율 4.3%와 기업은행에 맡긴 정계예금 이율 6.8%로 2%의 차이로 이는 1년이면 2∼3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답변자로 나선 안양시 세정과장은 낮은 이자에 대해 "농협이 출장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채용된 직원들 인건비 때문"이라 답변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협 출장소는 시청사를 비롯 만안·동안구청 민원실 내에 위치하고 있어 근무하는 공무원은 물론 민원실을 찾는 안양시민들의 이용률이 높아 별도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8천억에 달하는 방대한 예산이 농협을 통해 입·출금되며 수입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안양시의회 모 의원은 "조례 개정안 심의에서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과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분리하고 특별회계와 통합기금을 한데 묶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비록 개정된 조례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시금고 지정 금융기관으로 부터 시 행사 등에 물품 기부과 협찬 등을 받고 있는 반면 이율은 타 금융기관 보다 낮은 점은 시금고 지정 심의시 심도깊게 검토하는 등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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