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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연휴, 뭘 해야 '잘 놀았다' 소문 날까

[함께 만드는 뉴스] 한가위 '명절 놀이'를 찾아라

등록|2008.09.11 12:23 수정|2008.09.11 12:23

고향 가는 길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최윤석


추석입니다. 조상님은 말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만 후손들은 지금 말할 판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한가위만 같으면……. 나, 돌아가실래."

물가는 오르고, 세금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덩달아 내 혈압도 오르고, 다들 오르는데 오르지 않는 건 딱 하나입니다. 내 월급입니다.

죄송합니다. 회사원 아니신 분들, 오르지 않는 게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내 성적도 안 오르고, (자식 혹은 부모님이 주는) 용돈도 안 오르고, 하루하루를 사는 기쁨 지수도 당최 오르지 않습니다.

또 있습니다. 이번 한가위 연휴는 어찌하여 이리도 짧단 말입니까? 귀향길에 먼 길 가야하는 당신이라면, 더욱 마음이 꼬입니다.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절 하는 데 하루…, 그러고 땡입니다.

"이럴 순 없단 말야. 내 휴일을 돌리도!" 목청 다해 외쳐보고 싶지만, 그러다 "휴일 아주 많이 줄게. 앞으로 쭈욱, 계속 쉬어" 소리 들을까 무섭습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이라도 받는 게 어딥니까? 지금 나가면 갈 데라곤 PC방 한 구석밖엔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지난 2005년 대전역광장에서 펼쳐진 '평등명절 만들기' 캠페인 ⓒ 장재완



한숨 나고 열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야기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넋두리는 이제 그만, 짧아도 연휴는 연휴, 추석 3일간 뭐하고 놀 생각은 하셨습니까?

흔들리는 버스나 기차에 몸을 싣고 고개숙인 머리를 같이 흔들다 보면 도착하는 고향집. 반가움도 잠시, 어색함이 만드는 텅빈 시간을 어떻게 놀아야 할까요? 찾아갈 집이 지척이라도, 차례상에 오를 음식을 지지고 볶느라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모르겠다는 당신이 아니라면 남는 시간을 어찌 메울까요?

모처럼 만나 안부인사 두어 마디 하고나면 집안을 가득 메우는 서먹함을 달래고자, 누가 얼마나 많이 버는지 탐색하고 서로 사는 아파트 이름과 아이 학교 성적 비교하다가, 그도 저도 다 끝나면 '역시 말 안 하고 시간 때우는 덴 고스톱이 최고야'라며 화투장만 세게 방바닥에 내리꽂아댈까요?

실은 무척 좋아하지만 애들 보기에 민망해 고스톱은 지양하고 그나마 우아하게 윷놀이라도 한 판 하시나요? '오고가는 금전 속에 싹트는 애정'이라며, 애들 모르게 살짝 아름다운 금전 교환 풍경도 연출하면서요? 아니면 "'간만에 영화 좀 볼까"라며, 어스름한 저녁 극장가로 온 가족끼리 혹은 음식 차리는 가족은 버리고 애들과 아빠들만 출동할까요?

▲ 윷놀이로 하나 되는 가족들 ⓒ 김혜원


참, 심심합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 차리느라 여자들은 몸이 부서지지만, 음식 준비도 다 끝나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설거지도 다 끝나고 나면, 뭐하고 놀까요?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음식 준비에서 손 뗀 이들은 뭐하고 놀까요?

그저 S자로 드러누워 TV 시청하며 머리에 든 생각들을 깡그리 말려버릴까요? 요즘은 그나마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나마 남은 대여점을 뒤져 만화책이라도 빌려 쌓아놓고 볼까요? 그렇게 가족과 친척이 모여 '나홀로 집에'처럼 각자 놀이로 빠져들까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만있으면 몸에 가시가 돋아나는 아이들은 어쩔까요? 야밤에 몰래 동네 초등학교에서 숨어들어, 살짝 폭죽이라도 터뜨릴까요? 제기라도 찰까요? 제기 구할 길이 없어, 농구공이라도 축구공처럼 찰까요?

궁금합니다. 뭘 하고 놀아야, 추석 때 '잘 놀았다' 소리 나오게 놀 수 있을까요? 추석 때 재밌게 놀아본 분, 앞으로 재밌게 놀아볼 분, 아이디어를 내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과 다 함께 혹은 친척들을 피해 나홀로, 우리 같이 잘 노는 비법을 나눠 보아요. 이번 추석 땐 어찌 좀 놀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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