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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청년, 퇴근길 오토바이 사고로 사경 헤매

중국 길림성 출신 26살 강철씨, 창원서 5일 저녁 사고 ... 1주일째 의식 못 찾아

등록|2008.09.12 09:03 수정|2008.09.12 09:03

▲ 지난 5일 저녁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조선족 청년 강철씨가 창원 파티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강철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 윤성효


추석을 앞두고 중국 조선족 출신 청년 노동자가 퇴근하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어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사고 원인이 아직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속에 부모들은 아들이 빨리 의식을 되찾기를 소망하고 있다. 또 병원비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강철(26)씨. 그는 지금 창원 파티마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머리는 붕대로 모자를 쓴 듯하며, 산소호흡기가 생명줄을 이어주고 있다. 의식은 없다. 11일 오후 병원 측의 양해를 얻어 면회시간에 맞춰 병실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며, 생명의 간절함으로 느껴졌다.

그는 지난 5일 저녁 8시 45분경 창원시 팔용동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도로와 인도 사이 시멘트 턱에 오토바이가 부닥친 뒤 전봇대에 부닥치고 10m 정도 더 가다 넘어졌다. 곧바로 119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되었다.

뇌를 크게 다쳤다. 곧바로 뇌수술을 했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헬맷을 쓰고 있었지만 얼굴 정면이 전봇대에 부닥치면서 뇌를 많이 다쳤다.

▲ 아버지 강동석씨가 아들의 손을 잡고 의식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 윤성효


그가 왜 사고를 당했는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펼침막을 내걸 예정이다.

가족들은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도 오토바이를 탔으며, 면허증도 발급받았다. 단지 한국에서만 오토바이 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을 뿐이다. 강씨의 한국인 매형은 "중국에서도 오토바이를 자주 탔다"면서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철씨는 오토바이를 산 지 나흘만에 사고를 당했다. 지난 2일 68만원을 주고 중국산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회사와 집까지 출퇴근 때 이용했다. 사고가 난 날에도 회사에서 퇴근한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입국했다. 중국 길림성 용정이 고향이다. 유일한 형제인 누나가 한국인과 결혼해 '취업방문' 형식으로 들어와 창원에 있는 한 공장에 취업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같은 형식으로 입국해 현재 창원에서 일용직 등으로 지내고 있다.

▲ 중국 조선족 강철씨가 5일 저녁 창원 팔용동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 윤성효


강씨의 매형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 왔는데,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강동석(58)씨는 "중국에서 살 때 진 빚도 많은데, 돈을 벌기 위해 왔던 아들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되니 걱정이 태산이다"며 "병원비 마련도 걱정이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살아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씨의 병원비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뺑소니로 인한 사고거나 차량을 피하기 위해 난 사고일 경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길은 열려 있다.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강씨는 '상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사고가 난 오토바이가 회사 소유가 아닌 탓에 산업재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중국에서도 오토바이를 즐겨 탔던 강철씨는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산 지 나흘만에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사진은 강철씨가 오토바이로 부닥친 전복대 모습. ⓒ 윤성효


강동석씨는 "추석 때 펼침막을 제작해서 사고가 난 곳에 목격자를 찾는다고 알릴 계획이다"라며 "꼭 목격자가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로서는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어 수천만 원이 들 것으로 보이는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창원서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담당형사는 "오토바이가 10m 정도 밀려 나가다가 전봇대에 부닥친 뒤 10m 정도 더 앞으로 간 것 같다"면서 "아직 목격자가 없다. 사고원인은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대기업은 통근버스라도 있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출퇴근할 수 있는 교통편이 쉽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교통문제에 대해서도 자치단체나 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지금 강철씨 부모들은 한가위 보름달이 빨리 뜨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보름달을 보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뜨는 한가위 보름달은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힘'이 있음을 이 가족들이 보여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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