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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나홀로 싱글족들은 무얼 할까?

등록|2008.09.12 11:36 수정|2008.09.12 11:36

▲ 영화 <싱글즈>의 한 장면 ⓒ 야후!영화


이번 추석연휴가 짧은 관계로 본의 아니게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차량이 막혀서 나처럼 못가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물론 열 몇 시간씩 걸려서 고향에 가서 하루 가족들 보고 또 귀향길에 그랬던 것처럼 지옥 같은 교통체증을 겪으며 귀성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이제 결혼 적령기를 살짝 넘은 '골드미스'가 되고 보니, 친척 어른들의 결혼 언제 할 거냐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라도 올해는  서울에서 나홀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

나홀로 맞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여행? 그래, 여름 바캉스도 못 갔는데 여행을 가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 A는 당연히 시댁에서 추석을 보낼 테고, B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서 맞선 보라고 꼭 내려오라고 한단다. 그래서 포기다.

평소에 남자친구가 바빠서 못한 밀린 데이트를 남자친구랑 실컷해 볼까? 남자친구도 추석당일 하루만 빼고 꼬박 근무해야 한다니 이것도 포기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나도 티 안나게 며칠이면 살짝 이뻐질 수 있다는 '쁘띠 성형'을 해볼까? 성형외과도 추석 전엔 문전성시라  예약이 꽉찼단다. 한발 늦은 걸 후회하며 이것도 포기다. 스트레스라도 풀게 쇼핑을 해? 아차 백화점도  도매시장도 추석때는 문닫지? 이것도 포기 휴...

가만 있자, 추석 때는 음식점도 쉴 텐데  무얼 먹고 3일을 지내지? 식당들도 문닫을 테고 식당 가서 혼자 밥 먹긴 쑥쓰럽잖아? 가만 있자, 전에 한 번 갔던 싱글족을 위한 혼자 먹는 식당이 있는데 거긴 추석 때 영업하나? 지금 전화해 보니 싱글족을 위한 식당들은 추석 나홀로 방콕 싱글족들을 겨냥해서 대목을 보려는지 대부분 문을 연다.

추석 송편이랑 전은 시장에서 나 먹을 만큼만 조금 사고, 하루에 한끼는 싱글족 식당에 가서 처량하지만 나홀로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어야겠다. 이걸로 먹을 것 준비는 끝냈고, 서점에서 '골드미스로 잘먹고 잘살기' 뭐 이런 시시콜콜한 책들 있나 찾아보고 몇 권 사서 3일 동안 꼼짝 없이 방콕하며, 책읽고, 자고, 밥먹고, 저녁엔 TV에서 해주는 추석특집영화나 보면서 지내야겠다.

처량하지않냐고? 물론 약간... 아니 많이 그렇다. 황금 같은, 모처럼 주어진 추석연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없을 줄 몰랐다. 하지만 결혼했으면 명절준비 음식하고, 시댁식구들 밥 차리고, 인사 다니고 하루 종일 손에서 물 마를 날 없을 텐데  그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위안해 본다. 나중에 그런 때가 오면 지금이 편했었다고 회상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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