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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14명, 추석 뒤 일터로 돌아갑니다"

창원 소재 한국씨티즌정밀 노-사 양측 5월부터 갈등 겪다가 12일 타결

등록|2008.09.12 13:22 수정|2008.09.12 13:44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씨티즌정밀은 지난 5월부터 137일간 밤샘농성 등의 투쟁을 벌인 끝에 12일 회사 측과 합의했으며, 추석 이후 정상 근무하게 된다. ⓒ 한국씨티즌정밀지회



"추석 전에 타결되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하네요."


'위장매각 철회' 등을 내걸고 지난 5월부터 밤샘농성과 전면파업 등을 벌여온 정형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씨티즌정밀지회장의 말이다. 노-사 양측은 11일 아침부터 마라톤협상에 들어가 밤 10시경 '잠정합의'를 도출했고, 노조 지회는 12일 오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이것으로 해고자 14명이 추석 뒤 복직할 수 있게 되었다.

조합원이 91명인 한국씨티즌정밀지회는 지난 4월 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투표자(84명) 전원이 찬성해 투쟁 깃발을 들었다. 노조 지회 확대간부들은 이날 저녁부터 경남 창원시 외동 853-9번지에 소재한 공장 안에 천막을 설치하고 밤샘농성에 들어갔던 것.

일본자본인 씨티즌정밀(주)(씨티즌홀딩스의 자회사)는 1988년 한국씨티즌정밀을 설립, 시계를 생산해 전량 수출해 왔다. 이후 일본 자본은 회사 설립 20년만인 지난 4월 24일, 한국씨티즌정밀 주식 100%를 부산 소재 한 신발제조업체에 일괄 매각했다. 그러나, 노조 지회는 나흘이 지나서야 회사가 매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수업체는 한국씨티즌정밀을 '제이티정밀'로 바꾸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단체협약 이행'과 '위장매각 철회' 등을 주장하며 몸부림쳤고 지난 5월 1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것. 이들은 회사 앞과 창원시내에서 출근 투쟁과 선전전, 1인시위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의 투쟁은 부산과 멀리 일본에서도 계속됐다. 노조원들은 부산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에서 집회와 1인시위를 벌였고 6월 5일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일본 원정 투쟁'도 불사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8월 말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결렬돼 추석 이전 타결이 불투명했는데, 11일 아침 상황이 바뀌었다.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김춘백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등이 나서기도 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아침 부산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고 마라톤협상 끝에 밤 10시경 의견접근을 이루었다. 12일 오전에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과반수가 찬성해 가결된 것이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씨티즌정밀지회는 12일까지 창원에 있는 공장에서 137일간 천막 밤샘농성을 벌여왔다. ⓒ 한국씨티즌정밀지회



파업기간에 사측은 노측에 대해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해 놓은 상태였고, 15명은 해고된 상태였다. 그런데 노-사 양측은 이 문제도 모두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합의한 지 3일 이내에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고발에 대해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또 해고자 14명은 복직시키고, 정형옥 지회장은 재징계절차를 거쳐 정직하기로 결정했다. 정 지회장은 정직 기간이 지나면 복직된다. 또 사측은 노조 지회 발전기금을 내놓기로 했고, 파업 기간(일부 제외) 동안 임금을 100% 보전하기로 했다. 조합원들은 추석 연휴를 보낸 뒤 오는 18일부터 정상 근무한다.

정형옥 지회장은 "8월 말에 타결될 뻔했다가 결렬된 적이 있는데, 어제 노-사 양측이 추석을 넘기지 말고 타결하자는 차원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였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정리되어 기분은 참 좋고, 한편으로는 허전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그동안 투쟁과정에서 지역의 여러 노동·시민단체에서 많이 도와주었는데, 그런 힘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면서 "조합원들은 추석 연휴를 보낸 뒤 새로운 각오 속에 일터에 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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