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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감상에 빠지게 하는 풍경을 재현하다

[리뷰] 박진영 사진전 '히다마리 _ 찬란히 떨어지는 빛'

등록|2008.09.13 11:01 수정|2008.09.13 13:10
한국사진은 지난 1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문화적으로 달라진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 1990년대 초반에는 세 번에 걸쳐서 기획된 ‘한국사진의 수평’전을 비롯하여 한국사진의 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여러 기획전이 개최되어 표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가나아트 갤러리를 비롯한 대형 상업화랑에서 사진에 관심을 갖고 해외 유명작가들의 전시회를 거의 해마다 개최하여 한국사진가들과 사진애호가들의 사진적인 안목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외에도 2003년도부터는 사진전문갤러리들이 개관하기 시작하여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사진전문 갤러리가 몇 년 사이에 3개에서 10여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미술작품 수집가들의 사진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와서 사진작품의 유통과 소비에도 기대를 갖게 되었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작가들의 작업태도와 작가로서의 활동 내용에도 큰 변화가 있는데, 특히 30대젊은 작가들은 과거 선배작가들에 비해서 좀 더 깊이 있는 미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개성적이면서도 세련된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활동범위도 사진계를 벗어나 상업화랑에서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하는 것 외에도 국내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유명 전시회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 한사람이 이번에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S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30대 젊은 사진가 박진영이다. 작가는 그동안 세 차례의 개인전을 통하여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현실을 자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록하여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은 사회적인 현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사진기록물이 아니라, 카메라와 카메라 렌즈의 메커니즘적인 특성과 자연광의 조화를 이용하여 감성적이면서도 독특한 컬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 박진영_첫 눈_C 프린트_125×155cm_2008 ⓒ 박진영


▲ 박진영_가난한 여행_C 프린트_100×125cm_2008 ⓒ 박진영


▲ 박진영_가난한 여행_C 프린트_100×125cm_2008 ⓒ 박진영



작가는 특정한 공간에서 초상사진, 책, 와인 잔 등을 소품으로 사용하여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부드러운 광선을 이용하여 학교나 바닷가에서 인물사진을 찍어서 관객들을 감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은 작품의 소재나 주제는 과거에 발표한 작품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치밀하고 진중하게 느껴진다. 직관에 의존하여 스냅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과 교감하는 소재와 특정한 장소를 선택하여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그 결과 관객들의 감성과 깊은 교감을 하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 박진영_봄의끝 #02_C 프린트_155×125cm_2008 ⓒ 박진영


▲ 박진영_아저씨 #01_C 프린트_100×125cm_2008 ⓒ 박진영


▲ 박진영_자서전 #02_C 프린트_125×155cm_2008 ⓒ 박진영



전시작품의 내부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낭만적인 소재와 광선의 선택 그리고 세련된 카메라워크가 상호의미 작용하여 외형적으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데 성공 하였다. 빛과 소재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어우러져서 관객들의 감정을 흔드는 조형언어가 생산된 것이다.

특히 대형 카메라의 극사실적인 재현을 바탕으로 대형 사이즈로 인화하여 관객들의 감성과 시선을 좀 더 강렬하게 유혹한다. 작가는 작품 한 장 한 장마다 다양한 소재를 선택하였고, 자유로우면서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카메라워크를 구사하여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 외형을 보여주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한국사진은 10년 동안 인문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발표되었는데, 그것과는 다르게 작년부터는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시회도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사진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하는 전시회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2008_0903 ▶ 2008_0924 / 일요일 휴관
갤러리 S_GALLERY S
서울 강남구 청담1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빌딩 2층
Tel. +82.2.512.6470
www.gallery-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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