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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미국 경제는 여전히 튼튼"-오바마 "어디 경제가?"

[미 대선 D-50] 리먼과 메릴린치는 매케인-오바마의 든든한 기부금 후원자

등록|2008.09.16 12:33 수정|2008.09.17 08:03

▲ 2008 미 대선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민주당 오바마-바이든 후보와 공화당 매케인-페일린 후보. ⓒ 오바마·매케인캠프 홈페이지


미 대선에서 페일린을 둘러싼 '립스틱 정치공방'은 사라졌다. 15일(현지시간), '리먼 핵폭탄'으로, 미국 선거판의 이슈는 당연히 경제 이슈로 집중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상대 후보의 발언과 정책 내용을 빌미로 한 비판이 더 우세할 뿐, 자신의 경제 진단과 그에 대한 치유법 제시는 미미한 상황이다. 양 선거 진영은 월가 위기에 대해 각종 발표문과 TV 선전 등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페일린 '립스틱 공방' 날려버린 리먼 핵폭탄

15일 뉴욕 증권 거래 지표는 이미 지난 주 300여 포인트 하락한 이후 다시 추가로 504.48포인트 하락을 기록하면서 마감했다. Standard & Poor’s 500 지표는 4.6% 포인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4.6% 포인트의 하락을 기록했다. 158년 전통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에 들어갔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되었으며,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는 "48-72시간의 시한부 선고설"에 시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최대의 예금 융자 회사인 워싱턴뮤추얼 역시 다음 '희생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채무 대비 자산의 부족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연방 준비 은행에 40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신청해둔 상황이며, 3단계 구제 계획을 세워 대대적인 개혁을 준비 중에 있다. 미 연방 준비 은행은 15일, 제이피 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와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로 하여금 700~750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 AIG에 융자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뉴욕 주의 데이빗 페터슨 주지사는 월요일, AIG를 상대로 200억 달러 주정부 보조금을 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 증권 거래소 마감을 30분 앞두고 몰리기 더더욱 시작한 매각 행렬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클로징 벨이 울린 이후에도 지표는 계속 떨어졌다.

15일, 가나 대통령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에서 부시 대통령은 요동치는 월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금융 시장의 조정은 단기적으로는 문제 회사에 투자를 해온 투자자들과 고용자들 모두를 힘들게 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미국의 자본 시장이 이같은 조정에 유연하게 대응해서 잘 회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도 금융 시장이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지만 미국 금융 구조의 견실함과 회복력에 자신감을 표명했다.

미국 대선 후보들 중 제일 먼저 견해를 밝힌 이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었다. 2008년 대선에서도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플로리다에서 매케인은 "우리 경제의 기본 바탕은 튼튼하다"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매케인 "미국 경제의 기본은 튼튼하다" 말실수

서부 격전지 중 하나인 콜로라도에서 유세를 하던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한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책임을 물은 후, 매케인을 향해 "우리는 오늘 막 금융 대란 소식에 잠이 깼는데, '경제의 근본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매케인 상원 의원, 당신은 도대체 어디 경제를 얘기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물론 매케인의 의도는 미국 경제가 정말 튼튼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증권 시장의 폭락에 패닉을 겪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의 금융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있다"고 지적한 후, 그럼에도 국민들의 혈세가 부실 회사를 구제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이 매우 놀랐다. 우리 경제는, 난 여전히 생각하건대, 우리 경제의 근본은 튼튼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매우, 매우, 어렵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케인의 실수를 놓칠 리 없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는 매케인이 위기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비난을 계속했다.

▲ 유동성 위기에 빠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리먼이 결국 파산 신청을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마바 측 "존 매케인 경제철학은 문제가 있다... 그는 '부시 44'"

경제 이슈로 서부 격전지를 유세하려고 계획했던 오바마는 월요일의 월가 위기와 매케인의 실언으로 유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현재 월가의 위기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심각한 금융 위기"라 규정한 후, 지난 8년간 정권을 잡았던 공화당에 대한 비난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경제 문제를 매케인의 잘못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그가 추구하는 경제 철학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더는 그와 같은 실패한 철학을 4년 더 지탱할 여력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미시간에서 유세 중이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조 바이든은 "여기서부터 랜싱까지 걸어간다고 해도, 우리 경제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중간에 존 매케인과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닉네임이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를 "부시41"(41대 미국 대통령), 현 부시 대통령을 "부시43"라고 하는데, 매케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부시44"가 될 것이라며, 매케인의 경제 정책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시간은 미국의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이 위치해있는 곳으로, 미국 경제 침체로 제일 큰 타격을 받은 주 중에 하나다.

오바마와 바이든의 공격에 당혹감을 느낀 매케인은 다음 유세 지역이었던 올랜도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서둘러 해명했다. "상대 후보들(오바마와 바이든)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내가 튼튼하다고 말했던 경제의) 근본이란, 미국의 노동자들, 창의력,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바탕이 오늘 월가에 기반을 둔 탐욕스런 세력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고쳐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먼과 메릴린치는 매케인과 오바마의 든든한 후원자

한편,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붕괴와 맞물려 메케인과 오바마가 월스트리트 금융업계로부터, 특히 문제의 회사들로부터 얼마의 기부금을 받았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모아졌다. 두 후보 모두 거액의 선거 기부금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위한 용도로 오바마는 채권과 투자은행 업계에 종사하는 개인들로부터 약 990만 달러를, 매케인은 660만 달러를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은 740만 달러를 기부받았다. 이같은 금액은 오바마에게는 4번째로, 매케인에게는 3번째로 많은 것이다.

오바마는 특히 리먼브러더스의 직원들과 그 직계 가족으로부터는 37만 달러를, 매케인은 11만7천 달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케인은 메릴린치의 직원들과 직계가족들로부터 3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는데 이는 단일 기업상 매케인 캠프의 최대 기부자로 기록됐다. 메릴린치의 회장이자 CEO인 존 세인은 매케인을 위해 50만 달러를 모금해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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