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사진말 (18) 사진에 말을 걸다 97∼102]
▲ 골목집, 골목꽃골목길 거닐면서 늘 바라보는 골목꽃과 골목집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좋은 모습을 혼자서만 눈으로 담기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서 이웃들하고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 최종규
[97] 모아서 보여주기 :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일만으로는 헌책방 모습을 제대로 담거나 적바림하기에는 모자라겠어요. 사진 찍기만 해도 바쁘거나 벅차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바쁜 틈틈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갈무리해서 사람들 앞에 내보이고 구경시키고 나눌 수 있어야겠어요. 애써 쓴 글도 묵히거나 묻어 두지만 말고,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뭇사람들이 더 널리 쓰고 즐길 수 있도록 내놓고 말입니다.
▲ 골목길 빨래골목 한켠에 널려 있는 빨래. 사람들 거의 안 다니는 골목 한켠이라서 선뜻 내놓을 수 있겠지만, 햇볕과 바람에 말려야 더 보송보송하니까, 이처럼 골목길에 내놓으려고 할 테지요. ⓒ 최종규
[98] 좋다고 느끼는 사진 : 내가 오늘 찍는 이 사진이 참말 좋다고 한다면, 내 삶터에서 내 모습이나 내가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로 오늘 찍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 헌책방을 찍으며한 장 두 장 찍는 사진은 먼 뒷날 훌륭한 적바림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지금은, 알아보아 주는 이가 거의 없어서 굶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뭐, 배부른 사진을 생각하면서 이 길을 걷지 않았던 만큼, 배고픔을 달갑게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울 외국어대 옆 〈신고서점〉) ⓒ 최종규
[99] 사진책이 비싸더라도 사는 까닭 : 그다지 내키지 않거나, 썩 못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안 삽니다. 그렇지만 참 마음에 들거나, 아주 잘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값이 퍽 비싸더라도 주섬주섬 쌈지돈을 모아서 사곤 합니다. 첫째, 자기 모두를 담아서 사진을 엮어낸 분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기 때문에. 둘째, 이 좋은 사진을 기꺼이 책으로 묶어내어 세상에 내놓아 준 출판사가 고맙기 때문에.
▲ 자전거와 함께언제 어디서나 사진기와 함께 늘 제 곁에 몸뚱이처럼 따라다니는 자전거. 자전거와 사진기와 책이 없으면, 그리고 수첩과 볼펜이 없으면 ‘최종규가 아닙’니다. 고무신을 신고 겨울에도 반소매를 입는 사람은 ‘최종규가 아닙’니다. (서울 자양동 〈대성서점〉) ⓒ 최종규
[100] 안 쓴 필름을 날리다 : 지난주에 맡긴 필름을 찾았습니다. 인화된 필름을 하나씩 들면서 얼마나 제대로 찍었는가 살핍니다. 그러다가 그냥 감겨 있는 필름을 하나 봅니다. 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안 찍은 녀석을 모르고 맡겼습니다.
“아이고, 다른 필름도 아니고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날려 버렸네요.”
“그러게요. 앞에만 조금 열어 보면 찍은 건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데.”
“그래요? 몰랐어요.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요. 겹쳐서 찍었으면 큰일나는데요.”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한 통 날렸습니다. 이렇게 새 필름을 그냥 날린 적 여러 번입니다. 이때마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이보다는 사진을 안 겹쳐서 찍어서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놓습니다. 안 쓴 필름이었지만 감겨 있었고, 감겨 있었기 때문에 찍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녀석을 '어, 안 찍은 필름 같은데 왜 감겨 있지?'하고 생각하며 그냥 썼다면… 자그마치 두 통치 찍은 사진을 날려 버리는 셈이니, 필름값 아까운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상받은 사진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주는 상을 하나 받고, 제가 찍은 사진 가운데 넉 장도, 사람들이 아주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아 주는 분들은 제가 왜 이런 사진을 구태여 찍는지, 왜 자꾸자꾸 헌책방에서 사진질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을 왜 열 해 넘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려고 하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아 줄까 궁금합니다. 다문 한 사람이나마. ⓒ 최종규
[101]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 :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은, 내가 앞으로 찍어야 할 내 사진길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훌륭하게 잘 찍은 어느 사진작품이나 사진틀거리를 흉내내거나 따를 생각은 아닙니다.
[102]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하나같이 ‘찍은이’ 둘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습니다.
▲ 내 사진으로 전시골목길을 찍은 사진을 그러모아서, 동네 〈시 다락방〉에서 사진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자리가 넓지 않아서 촘촘하게 붙였는데, 오히려 촘촘하게 붙이니 더 나아 보입니다. 제가 찍은 골목집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골목집 찍은 사진도 다닥다닥 붙여야 제맛이구나 싶어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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