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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인수시도 무조건 비판은 곤란... 산은 민영화가 더 문제

[반론] 청와대, 자화자찬 보다는 금융정책 문제점 살펴봐야

등록|2008.09.17 10:29 수정|2008.09.17 10:45
미국발 경제위기의 시작인 리먼 브라더스 파산사태를 바라보며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만일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의 큰 위기를 낳았을 거라는 식의 예상까지 선보이며, 심지어는 이를 청와대가 개입하여 막아냈다는, 즉 청와대의 판단으로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살렸다는 식의 논리까지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정말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리먼 파산은 인수협상 실패에서 기인

리먼 브라더스는 왜 파산신청을 피하지 못했을까. 리먼의 부실이 심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타 금융기관에 인수되지 못하면 파산을 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만일 미 정부와의 인수협상이 제이피 모건(J.P. Morgan)의 베어스턴 인수시와 같이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리먼의 파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왜 베어스턴에는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이 이루어지고 리먼이나 에이아이지(AIG)에는 그러지 못하나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크다. 기자의 생각에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기회를 통해 싼값에 세계적인 규모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투자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산업은행의 투자은행화를 촉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만일 미국정부의 보증을 받은 상태에서 리먼을 인수할 수 있었다면 헐값에 큰 규모의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인수하여 산업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클레이가 리먼 부분인수 시도하는 까닭

9월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먼 인수협상에 참여했던 영국계 금융회사 바클레이가 리먼의 미국내 증권업에 대한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리먼 인수가 바클레이에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어떤 가격에 어떤 조건으로 인수하는가에 따라서 그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사는 콜린스 스튜어트의 알렉스 포터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하여 리먼의 인적자원은 바클레이가 세계적 금융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즉, 인수조건에 따라 바클레이의 시도가 긍정적일 수도 혹은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가 리먼 전체의 인수를 포기하면서도 부분적 인수를 지금 시도하는 이유는 아마도 가장 싼 가격에 좋은 조건으로 인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시도 역시 그 시도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투자은행화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투자은행화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중동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부펀드의 부상은 전문적 투자은행의 필요성을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은행의 투자 실패에 따른 영향은 고객의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업은행에 비해서 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은행을 투자은행화함에 있어서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만일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다면 이는 산업은행 민영화 및 투자은행화를 촉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서 더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청와대가 부실 금융기관의 인수를 막아 경제를 살렸다는 자화자찬보다는, 이번 사태에 따라 근본적인 정책의 문제점은 없는지를 신중히 따지는 게 더욱 시급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원용 기자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Drexel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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