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업무방해야!" "다 고소하세요" 무더기 징계 막았지만, 상처난 YTN
[현장] 기자들, 4시부터 '낙하산 반대' 배지 착용 '리포팅'
▲ YTN 노조원 100여 명은 17일 오후 3시께부터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 17층 회의실을 점거하고 인사위가 열리지 못하게 막았다. ⓒ 박상규
▲ 17일 오후, 노조원들에 회의실 진입을 저지 당한 YTN 인사위원. ⓒ 박상규
▲ 17일 오후, 인사위 저지에 나선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사측의 인사위원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 박상규
▲ 구본홍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YTN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7일부터 YTN 노조 소속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의미하는 배지와 리본을 착용한 채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구본홍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YTN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7일부터 YTN 노조 소속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의미하는 배지와 리본을 착용한 채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어제 오후 1시 '뉴스의 현장' 진행 중 노조원들의 시위가 방송되는 사고가 빚어졌다. 어제 방송사고에 시청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사측의 사과 방송이 나간 직후 YTN 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정방송, 애사심, 보도의 독립성, 방송의 공정성, 방송인의 자질, 노사 신뢰관계... 오늘 사측이 늘어놓은 표현들은 도저히 속이 메스꺼워 들어줄 수가 없다"며 "대선 캠프 특보를 지낸 인사를 사장으로 모시겠다는 자들 입에서 어찌 반성도 없이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방송이라는 신성한 표현이 나오는가"라며 사측을 비난했다.
또 '뉴스의 현장'은 그동안 앵커 뒤 배경으로 뉴스룸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던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진행됐지만, 17일에는 '매직비전'을 끊고 스튜디오를 가린 채 진행했다. '매직 비전'을 꺼버리면 뉴스룸의 분주한 장면 대신 파란색 배경으로 뉴스가 진행되는 것이다.
16일 생중계 시위 때 정영근 YTN 편집부국장이 직원들에게 "화면 내리라"고 요구했던 건 바로 이 매직비전을 끊으라는 말이었다. 매직비전이 실행되면 앵커 뒤 배경으로 스튜디오가 보이게 된다.
이홍렬 YTN 보도국장 직무대행은 이례적으로 '뉴스의 현장' 방송 때 매직비전을 끊은 것과 관련 "16일 노조의 시위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지만, 꼭 그것 때문에 뒤 배경을 가린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종종 매직비전을 끈 채 뉴스를 진행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석재 YTN 노조 사무국장은 "원래 '뉴스의 현장'은 늘 오픈 스튜디오로 진행됐는데 어제(16일) 시위 때문에 사측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뒤 배경을 가린 것 같다"고 밝혔다.
▲ '출근 투쟁' 실패한 구본홍 사장 구본홍 사장이 17일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 박상규
▲ 17일 YTN 노조원 50여 명이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를 위해 YTN 본사 17층 사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박상규
[1신 : 17일 낮 12시 32분]
자신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시위 모습이 생방송 뉴스 시간에 그대로 노출되는 '굴욕'을 겪었기 때문일까. 구본홍 사장의 17일 아침 '출근 투쟁'은 여느 때와 달랐다.
구 사장은 17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 17층 사장실로 출근을 시도했다. 그의 곁에는 평소 출근 시도 때보다 약 2배가 많은 20여 명의 경영기획실 직원과 간부들이 있었다.
20여명 대동, 여느 때와 달랐던 구본홍의 출근투쟁
구 사장과 이들은 이미 사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약 50여 명의 YTN 노동조합원(위원장 노종면)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낙하산은 물러가라" "공정방송 사수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이 발생해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의 허리띠가 끊어지기도 했다.
62일째 출근 저지를 당한 구 사장은 오전 9시께 17층 예비군 중대 사무실로 이동했다. 구 사장은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머물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YTN 본사를 떴다.
한편 YTN 노조는 "이날(17일)부터 시작된 YTN 기자들의 '공정방송' 리본 및 '낙하산 사장 반대' 배지 착용과 연가 투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가 투쟁 첫날인 17일에는 계획대로 대전지국(4명)과 춘천지국(2명) 조합원들이 100% 참여했다. 이들은 연가 휴가를 내고 17일 오전 서울로 올라와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구 사장 출근 저지에 동참했다.
'낙하산 반대' 배지 단 기자, 4시 뉴스부터 볼 수 있다
▲ 구본홍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YTN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7일부터 YTN 노조 소속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의미하는 배지와 리본을 착용한 채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취재 현장에 나가 있는 YTN 기자들은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는 리본과 배지를 단 채 뉴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모습은 빠르면 오후 4시 '뉴스Q'와 저녁 7시 '뉴스창' 시간에 방송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이 "어떻게든 '리본·배지 투쟁'을 막는다"고 공언하고 있어 실제 방송이 성사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는 "데스크, 사측과 개별적인 대응은 피하라"고 노조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개별 충돌을 막고 조직적으로 한꺼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YTN 사측은 이날 오후 3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이동 조치를 거부한 조합원 24명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징계 대상자 24명은 모두 인사위에 출석해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적극 주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YTN은 16일 '생방송 시위'와 관련 보도국 차원의 사과방송을 하기로 했다. 사과방송은 17일 오후 1시 '생중계 시위'가 있었던 <뉴스의 현장> 시작 순간에 앵커 멘트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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