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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을 중순 맞아?

등록|2008.09.17 18:10 수정|2008.09.17 18:10
"어휴~ 덥다. 어느새 가을이 오나 보다 했더니 다시 여름이네?"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 오시던 어머니가 양산을 접으며 말씀하셨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침 저녁에 느끼는 쌀쌀한 기온만 본다면 예전과 다름없는 가을이지만, 낮 최고기온만큼은 한여름이다.

모기도 다시 기승을 부린다. 언제나 여름은 모기와의 전쟁이었는데, 이번 여름은 여느 때보다 높았던 기온 덕에 한결 수월했다. 충분히 더운 밤낮의 실외날씨로 굳이 모기가 실내까지 침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사라졌던 모기들이 따뜻한 기온을 맞아 다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17일 정읍 낮기온 33.4도, 지금이 가을 중순 맞아?

▲ 1999년~2008년 10년 간의 9월 중순 하루평균 기온 ⓒ 손은영


기상청의 '평년기온'은 지난 30년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낸다. 이 중 지난 10년간의 9월 중순(14일~15일) 하루평균기온만을 그래프로 나타냈다. 위의 표를 보면 올해 평균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올해의 낮 최고기온이 평년에 비해 4~5도 정도 높으며, 이번 주말까지는 가을더위가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기상청 예보정책과 하창환 통보관도 평년에 비해 올해 기온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현재 고기압의 영향으로 중국이 맑은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함께 받고 있습니다. 바람까지 약해서 기온의 혼합이 되지 않아, 평년에 비해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죠. 이번 주까지는 계속 덥다가 다음 주 부터는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7일 오후 2시경 각 도시의 온도는 서울 31.2도, 합천 32.5도, 대전 30도, 광주 30.6도, 정읍 33.4도였다. 8월의 한낮 기온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지나친 일교차에 대비하지 않으면 자칫 감기에 걸리기 쉽다. 요 며칠 더운 날씨 때문에 민소매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추위에 떨며 귀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오늘 하루만 이렇게 더운 거겠지'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9월 16일은 '세계 오존층보호의 날'
 

▲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식을 줄 모르는 가을 ⓒ 손은영


이러한 이상 기온이 단지 올해만의 특이현상이라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이 기록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까 걱정이다.

지난 9월 16일은 UN이 정한 '세계 오존층보호의 날'이다. 점차 파괴되어 가는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 1987년 9월 16일에 채택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각 나라들에, 이 협약에 상응하는 좀더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날이기도 하다.

물론 가을의 늦더위가 주는 작은 이로움도 있다. 일조량이 많으면 벼농사의 병충해 발생이 적고, 과실의 당도를 높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에 걸맞는 적정온도의 이점과 비교할 수 있을까. 뜨거워지는 지구, 식을 줄 모르는 가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청명하고 서늘한 가을이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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