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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747공원'을? "저질 블랙 코미디"

청와대 경내 야외광장 조성 논란... "747 주술에서 벗어나야"

등록|2008.09.17 20:25 수정|2008.09.18 09:37

▲ 청와대 전경 ⓒ 남소연


"결국 '747 공약'이란 것이 보잉747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하자는 말이었니? 우리가 전부 속았구만! 박근혜가 하던 말이 생각나네! '속았다'고 하던 말이…."


지난달 29일 정부에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자유롭게 타고 다닐 수 있는 대통령 전용기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ID : jkrjacob)의 댓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란 '7% 경제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엔 청와대가 경내에 '747 광장'을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당장 "저질 블랙 코미디"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 "747 주술로부터 탈출하지 않으면 불행해질 것"

청와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폐쇄적인 위민2관 앞 광장을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재조성해 대국민 서비스 및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직원들이 사용하는 위민2관과 경호처 건물 사이의 공간을 야외광장으로 만들어 직원들은 물론이고 청와대를 방문하는 국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

청와대는 이 야외광장을 3단의 스텐드식 계단으로 둥그렇게 만들고, 잔디밭과 분수, 정자 등을 설치해 쉼터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공사비는 3억여원으로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 광장의 명칭이다. <서울신문>은 17일자에 청와대가 이 공원을 747평(2470㎡) 규모로 조성해 '747 공원'으로 부를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747(공약)의 조기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데다가 청와대 안팎의 여론을 감안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원 이름 공모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광장 면적은 약 640평(2117㎡)으로 '747 공약'을 따 부지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야외광장이 조성될 부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 '747 광장'으로 불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공사를 하기 이전 광장 부지 규모가 정확하게 747㎡여서 직원들이 '747광장'으로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번에 야외광장으로 새롭게 조성하면서 원래 부지 규모가 3배 가량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야당은 청와대 경내에 '747 광장'이 조성된다는 보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 직원들의 쉼터를 만드는 것은 만류할 생각이 없지만 왜 하필이면 '747 공약'을 기리는 쉼터를 마련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747 공약은) 이미 국민 마음 속에 폐기된 휴지종이 공약"이라며 "정부가 747 공약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각종 경제정책을 헛발질했기 때문에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견해인데 아직도 747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최 대변인은 또 "747의 주술로부터 정부여당이 탈출하지 않는다면 현 정권도, 한나라당도, 대한민국도 불쌍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부성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청와대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환율급등과 주가폭락 속에서도 한가로이 청와대 경내에 747평짜리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747 공약'을 지켰다면 치적 자랑하는 것도 어느 정도 참아줄 요량이 있지만, 747과 한국경제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대체 뭐하자는 짓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공원 명칭) 공모작 가운데 '747공원'이 있으면 그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언급한 뒤, "사실상 명칭을 정해 놓고도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이쯤 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고, 저질 블랙 코미디라고 명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747공원'은 전두환의 평화의 댐처럼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한 대표적인 본보기로 청와대의 한 귀퉁이에 오랫동안 보존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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