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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업주들, 서장 바뀌길 기다리겠지만..."

[인터뷰①]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해체 나선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등록|2008.09.18 14:46 수정|2008.09.18 14:46

▲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황운하(46) 대전 중부경찰서장. 그는 거침없는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재작년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판에 동조,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일로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됐다. 지난해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이택순 전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대전중부경찰서장으로 현장에 복귀한 그는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전투 상대로 지목했다. 목표는 '임기 중 완전폐쇄'. 실제 전쟁을 선포한 지 2개월 만에 업주들이 자진해서 집단 휴업계를 제출하고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백기투항을 이끌어냈다.

그는 전투개시에 앞서 내부 간부토론과 주민설문조사, 공청회, 기관장 캠페인 등으로 조직내부는 물론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여론을 등에 업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어 선전포고와 함께 경찰은 물론 소방서·구청 공무원들을 연일 투입해 대대적인 협공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업주들이 잠시 문 닫고 기다리다 내년 1월 정기인사 때 서장이 바뀌면 그 때 영업하자는 전략인 것 같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성매매가 아닌 인권유린"이라며 "임기 중 후임자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확실히 마무리 짓겠다"고 거듭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전시에 대해서도 "성매매업소가 자진 휴업할 때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성매매업소 여성들을 상대로 자립재활대책을 내놓고 홍보해야 한다"며 "시청 공무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질은 인권 문제, 해법은 해체"

17일 오후 중부경찰서 집무실에서 황 서장을 만나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들어 봤다.

- 지난 3월 대전 중부서장 부임 이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단속계획을 언제 어떤 계기로 세우게 됐나?
"중구경찰서장으로 와서 보니, 과거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경찰의 뚜렷한 대응방침이 없었다. 강력 대응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사고가 생기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일회성 처방에 그치는 정도로 대응해 왔던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어떤 해법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고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겠다 생각했다. 5월부터 중부서 팀장급 이상 간부들과 토론을 했다. 이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유천동 문제의 본질을 확인했다. 피상적 성매매 문제만이 아닌 인권 문제로 인식했다. 해법도 강력한 단속과 함께 지역 주민들과 힘을 모아 해체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본질은 '인권 문제'이고 해법은 '해체'라고 정리했다."

- 이후 어떤 방법으로 단속해 왔나?
"처음에는 기관장들과 함께 위력시위를 했다.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기관장들과 각 기관이 관심을 갖게 하고 역할을 배분했다. 공청회도 거쳤다. 공청회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단속하면 반발이 나오니까 성매매업소 관계자들이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중부서 내 팀장급 이상 회의에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왔나?
"첫날 토론에서는 현실적인 단속의 어려움을 얘기 하더라. 힘들게 단속을 해서 구청에 통보해봐야 영업정지가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검찰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고.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피해자들이 얘기를 안 한다는 고충도 나왔다. 이유인즉 경찰을 안 믿는다는 거다.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업주들로부터 '경찰은 우리하고 다 연결이 돼있다, 신고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듣고, 실제 단속해도 구청과 검찰에서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까 업주 말을 믿게 된다는 거다.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부분 '불가능할 것이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여러 방법이 제시되자 '성공할 수 있겠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속 두 달만에 모든 업소가 자진해서 휴업계

▲ 인권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는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단속 초기에는 지역 여성단체들도 경찰의 단속의지를 신뢰하지 않았다. 초기 여성단체들의 불신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성매매 근절과 인권보호는 여성단체들이 앞장서 주장해왔다. 그런데  경찰이 공청회 연다고 했더니 불참하겠다더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직접 여성단체 간부들과 통화도 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여성단체들이 경찰을 비판하고 견제·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여성단체에서 지방경찰청에 공청회를 중단시켜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니까 여성단체들이 성매매업소 단속을 반대하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여성단체들과 허심한 얘기를 나눠보니 경찰이 전시행정에 그치거나 업주들과 인권침해 없는 성매매는 용인하는 식으로 대충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더라.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면서 지금은 서로 신뢰하고 도와주는 관계가 됐다."

- 언제부터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을 벌였나.
"지난 7월 17일 경찰의 유천동에 대한 종합 정비대책을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강도 높은 단속 등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 종합정비대책을 발표 후 두 달이 흘렸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
"두 달 됐는데 초기에는 이런 방법으로 과연 경찰이 의도하는 집결지 해체가 이루어 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휴가철이고 비수기이기에 업주들이 잠시 휴업하는 업소가 늘어날 수 있지만 영업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종합정비계획 발표 후 딱 두 달째인 오늘(17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어제 업주들이 회의를 했는데 오늘과 내일(18일) 이틀간에 걸쳐 모든 업소가 자진해서 휴업계를 내고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단다. 실제 일부 업소는 세무서에 오늘 휴업계를 냈다. 물론 정말 모든 업소가 통일적으로 행동통일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 하지만 일단은 경찰의 해체 방침에 백기 투항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이 벌인 해체작전의 승리이고 업주들의 백기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피해여성도 여성단체도 경찰 못 믿었지만"

▲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자진해서 휴업계를 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개인적 생각인데 강도 높은 단속 이후 어차피 영업은 안 되고 지역주민들까지 나서 성매매집결지 반대 캠페인을 하니까 아예 문을 닫자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경찰의 단속이 느슨해지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하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문 닫고 기다리다 내년 1월 쯤 정기인사에서 경찰서장이 바뀌면 그 때 영업하자는 전략인 것 같다.

실제 업주들이 대략 3개월 정도 휴업하겠다고 하고 있다. 업주들이 경찰서장 정기인사가 1월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기다려 보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주들이 휴업계를 실제로 다 낸다면 이는 초유의 일로 매우 의미있다."

- 성매매집결지가 유지되고 있는 한 요인으로 경찰과 공무원의 유착과 비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경찰과의 유착설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무상 경찰이 업주들과 맺고 있는 인간관계 모두를 유착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업주들이 일부러 경찰이 도와주고 있다고 허풍을 떠는 등 실제보다 굉장히 부풀려졌을 수 있다. 부하직원들을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찰은 단속정보를 업주에게 직접 알려줬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탈선 경찰관은 여러 방법으로 색출해서 조직대열에서 떠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장안동 성매매집결지 단속을 벌이고 있는 동대문서 이중구 서장과는 경찰대 1기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단속과 관련한 상의나 교감이 있었나.
"이중구 서장하고는 동기이고 비교적 가까운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서로 하는 일이 바빠 전화 통화할 시간도 없다. 이 서장은 7월에 부임했고 나는 3월 말에 부임했다. 대전 유천동 집결지 단속할 때 이 서장은 동대문서에 부임하지도 않았고, 상의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불법 성매매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유천동 성매매집결지를 경찰이 나서서 해체하지 않을 경우 경찰 신뢰나 권위를 회복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서장도 이심전심으로 장안동 집결지를 그대로 두는 것은 관할 경찰서장으로서 명예와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와 서울 장안동 성매매집결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서울 장안동은 업주에 의한 감금과 착취가 이뤄지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반면 유천동은 업주들의 종업원에 대한 선불금 강요, 감금과 감시, 착취 등 인권의 문제가 존재한다. 장안동이 좀 기업화된 대형 성매매업소라면 유천동은 보다 전근대적이고, 열악하고 낙후된 성매매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전시, 적극적으로 자립자활대책 내놓아야"

▲ 황운하 대전 중부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자치단체의 자립자활대책 정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성매매여성들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결지 해체 못지않게 자립자활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한 지역에서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근절하겠다는 것이라면 반드시 자활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관련법에도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성매매피해자 보호와 자립을 위한 사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처럼 성매매업소가 자진 휴업할 때를 놓치지 말고 자립재활대책을 내놓고 홍보해야 한다. 시청 공무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 단속하면서 개인적으로 협박을 받거나 한 적은 없나?
"대전에서 초중고를 다 졸업했기 때문에 유천동 업주 동향을 들려주는 사람들 많이 있다. 얘기 중에는 '가급적 혼자 다니지 마라' '흥분한 업주나 관계자들이 과격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음해성 루머도 퍼지는 것 같다. '서장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 하는 거다' '서장이 중구 지역 고향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는 식이다. 이는 유천동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면서 단속의지를 떨어트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서장이 바뀌면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내년 1월에 인사가 있으니 실제 3개월 가량 밖에 임기가 남지 않았다. 때문에 유천동 문제를 후임자가 부담을 갖지 않을 수준으로 매듭을 지을 생각이다. 황운하 서장 있을 때 반짝하다 말았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확실히 마무리 하겠다. 성매매집결지 해체는 개인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 때문이기도 하다."

(* 인터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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