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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청, '정주영박물관' 재추진 논란

울산교육연수원 부지 활용 놓고 교육계 반발

등록|2008.09.18 18:24 수정|2008.09.18 19:07

▲ 대왕암공원안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 ⓒ 박석철



동해안 절경인 울산 동구 대왕암 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 이전 문제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오마이뉴스> 2006년 11월 7일 'MJ계 구청장 '정주영박물관' 추진에 교육계 반발').

2006년 당시 동구 지역구 정몽준 의원의 후원으로 당선된 정천석 동구청장이 대왕암공원 내 울산교육연수원 부지에 선거 공약인 '정주영박물관' 등 건립을 위해 심포지엄을 여는 등 여론몰이를 했으나 교육계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연수원 부지는 뜻있는 분으로부터 후학 양성 용도로 기증받은 곳으로 교육 목적 외에 쓸 수 없다"고 반발했고, 특히 당시 울산교육감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개혁적 성향의 서용범 부교육감(현재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의 반대로 연수원 이전 거론이 주춤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출, 안효대 전 정몽준 사무국장의 한나라당 울산시당 위원장 선출 등으로 행보에 날개를 단 동구청장이 정주영박물관 등 건립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민선 교육감으로 당선된 현 김상만 울산교육감은 연수원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동구청장과 연수원 이전에 합의하면서 다시 일부 교육계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교육계 인사들은 "교육감이 교육계의 여론을 들어보지도 않고 인기영합을 위해 연수원을 동구청에 내주려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교육계 인사들은 18일 '울산시민과 국민에게 고함'이란 자료를 내고 "시의회와 교육계의 승인도 거치지 않고 교육감과 동구청장이 연수원 이전에 합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왕암공원에 문무대왕과 왕비는 없고 왕회장(정주영 회장)이 들어가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동구청은 올해 들어 대왕암 공원에 생태고래체험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주영박물관'을 거론하지 않고 있으나 교육계 인사들은 "주 목적은 정주영박물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18일 "울산시가 고래도시라는 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래를 훈련시켜 대왕암앞바다에서 시민이 직접 체험토록 하는 생태고래체험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라며 "현재 연구 용역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주영박물관 등 구청장 공약사항은 계속 진행중이며 큰 틀로 함께 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바라 본 대왕암 해변 ⓒ 박석철



이에 대해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울산강북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을 지냈던 곽용씨는 18일 "문무대왕과 왕비를 기리고, 고 이종산씨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추모하는 연수원 시설은 연수원에 두고, 그외 사업은 연수원 밖 공원부지에 마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와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울산시민과 국민에게 고함'이란 자료를 작성해 18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지난 1947년 고 이종산씨가 어렵게 마련한 학교를 교육청에 기부한 뜻에서부터 고인의 가족들이 어렵게 살면서도 그 뜻을 숭고하게 여기고 있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곽용씨는 "고인의 가족을 면담한 결과 '아버지가 죽어서도 기증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뛰노는 모습에 기뻐하실 것인데, 자식이 못나서 아버지가 남긴 교육사업을 송두리째 빼았기게 됐다'고 울분을 토하더라"며 "교육자산으로 가치가 없으면 차라리 되돌려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모 국립대에 기부한 교육재산이 원래 목적 외 사용돼 기부자가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다"며 "동구청장과 교육감은 주민소송을 자초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주위의 어떤 압력을 받아도 이를 배척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씨는 이어 "법적으로 공원면적 10% 미만이면 울산시장의 결단으로 공원부지의 수정 변경이 가능하다"며 "가야산국립공원에도 해인사와 학교, 파출소 등 필요한 시설은 존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연수원 이전은 현 교육감 공약으로 연수원 부지에 대해 동구청장과 '이전'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일이 있다"며 "하지만 대체부지와 매각 대금을 놓고 동구청은 50억을 제시한 반면 교육청은 현실성을 감안해 300억원을 요구해 구체적 합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공원부지 공시지가(3.3㎡ 20만원)에 따라 매각 대금을 제시한 것"이라며 "매각부지를 놓고 교육청과 이견이 있으나 울산시와 교육청, 동구청이 협의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동구 대왕암공원에는 일산해수욕장이 인근해 있고 공원부지인 대왕암공원을 벗어나면 평당 지가가 700~1000만원에 이른다.

연수원 이전, 왜 논란인가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공원은 동해안 절경 중 으뜸으로 29만여평의 넓이에 울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천혜의 해변에는 신라의 문무왕비가 죽어서 문무왕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바위에 잠겼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대왕암이 솟아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울산 8경 중 하나로 지정돼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며 지역 주민들의 자랑거리로 여겨진다. 대왕암 공원의 요지인 공원안 입구 쪽에는 2만5699㎡(7774평)의 울산교육연수원이 있는데, 현재 교원 연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연수원은 해방 직후인 1947년 지역 독지가 이종산씨가 후학양성을 위해 동구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인 수산중학교를 지었던 곳으로, 이후 고인은 학교를 울산교육청에 기부했고 교육청은 학교를 이전한 후 현재 연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울산교육청은 2006년 연수원 이전 논란을 겪은 후 연수원을 재건축하려고 예산까지 마련했으나 동구청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고, 급기야 교육감이 바뀌면서 이전의 기로에 섰다.

신임교육감의 연수원 이전 약속에다 울산시가 대왕암을 현대화하기 위해 올해 100억원의 예산을 동구청에 지원하는 등 대왕암공원에 대한 정비작업이 본격화된 것도 연수원 이전에 기름을 붙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는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유명한 장생포항을 관할하는 남구청이 장생포 일원을 고래문화특구로 해 고래 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고, 북구청은 '돌고래쇼장', 울주군은 '반구대암각화 고래박물관' 등 울산의 기초지자체마다 고래 관련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때문에 "고래사업이 너무 남발되면서 지자체별 중복사업으로 예산낭비"라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 여론이 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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