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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4000억엔... 리먼에 발등 찍힌 일본

[해외리포트] 금융시장 패닉... 금융위기 장기화 전망도

등록|2008.09.18 20:51 수정|2008.09.18 20:51

▲ 닛케이225 지수의 월별 변동 현황.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9월 이후 급락세가 뚜렷하다. ⓒ 네이버 화면 갈무리


리먼 브라더스는 러일전쟁(1904~1905) 당시 일본에 전비를 조달해줬던 쿤로브상회를 후일 인수한 기업으로 일본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일본은 당시 전비를 제때 조달함으로써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100여 년 전 일본으로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전비를 조달해줬던 쿤로브 상회를 인수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사태로 일본은 최대의 손실을 입게 됐다.

<요미우리신문> 9월 17일자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각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 채권은 약 58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단독 채권국으로서는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채권과 사채(社債) 보유액까지 합치면 4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일본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16일 수상관저에서 금융관계각료회의를 열고 리먼 사태에 관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후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국내 금융기관과 국내 현지법인에는 한정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금융기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칠 상황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일본은행은 충격 확산을 막기 위해 16일 금융시장에 2.5조 엔의 자금을 긴급 지원했고, 17일에도 8천억 엔을 공급하는 한편 기준금리를 현 0.5%로 동결했다.

정부 "큰 영향 끼칠 상황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혼란기"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서 16일 한때 닛케이225 평균 주가가 6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18일에는 16일보다는 하락 추세가 덜 가파르긴 하지만, 260.49포인트(2.22%)가 하락한 11489.30으로 장을 마쳤다. 200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리먼 관련 채권의 향방과 관련 손실을 포함한 사태의 전모 파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가가 또다시 급락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엔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가 진행됨에 따라 수출업계가 받을 타격을 염려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닛케이225 평균 주가가 1만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니혼케이자이> 신문은 "연쇄 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이 "혼란기"로 돌입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일본의 경기회복 시기는 더욱더 멀어질 위험이 있고 금융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번 리먼 사태는 '잃어버린 10년(버블경제 붕괴 후 2002년까지 이어진 장기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일본 경제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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