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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 세트장, '이거 참 창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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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2008.09.19 11:23 수정|2008.09.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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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동요 세트장, 갈까? 말까? ⓒ 오명관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주요관광지에 '드라마촬영지'가 나오고 서동요 세트장과 교도소세트장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익산 관광추천코스로 익산역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통해 서동요 촬영지도 방문하고 있지만 차라리 가는 것보다는 안 가는 게 낫다.

더구나 서동축제가 불과 1개월하고 10여 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곳을 들른다면...

서동요 세트장은 지난 2005년 9월 5일부터 시작해 2006년 3월 27일에 끝난 SBS사극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약 27여억 원을 들여 신흥동과 여산면에 지은 것이다. 더불어 부여에도 세트장이 있으니 이 드라마를 위해 3곳에 세트장을 차린 것이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중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됐지만 방송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발길이 뜸해지더니 지금은 거의 찾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그러나 부여 세트장은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가고 있고 관광버스가 오고가는 등 익산보다는 좀 더 활용도를 높히고 있다. 또 입장료도 받고 있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익산에 있는 세트장은 2곳이지만 수익은 제로. 올해 예산관리비는 약 3여억 원이지만 관리상태는 엉망이다. 초가지붕 위는 잡초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기와지붕 위는 기와들이 들떠 있어 너덜너덜하다.

또한 문풍지는 구멍이 쓩쓩 뚫려 있어 백제의 화려한 역사와 서동 선화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세트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영 아니다. 마치 귀신체험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낮에 갔음에도 오싹할 정도이니 누가 다시 찾고 싶겠는가?

한마디로 '돈먹는 하마'로 전략한 서동요 세트장. 우리나라 방송사상 처음으로 백제를 다룬 드라마이기에 관심도 많았지만 대책없이 지어놓고는 결국 애물단지로 변한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연구조차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종료된 후에 그냥 방치한 상태로 엉망인 이곳을 관광코스라고 버젓하게 내놓은 익산시 공무원의 행태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익산의 4대축제(서동축제, 돌문화축제, 보석축제, 국화축제)가 오는 10월 30일부터 열리지만 이번 축제에서도 세트장을 활용할 계획조차 없다.

축제기간만이라도 백제의 무왕(서동)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세트장에 백제의상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고 익산의 특산물을 판매하거나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한다면 차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텐데도 말이다.

여산면에 있는 제2세트장 취재 중에 마침 2명의 관광객이 찾아왔기에 인터뷰를 했지만 본 기자도 참으로 머쓱했다. 익산이 집이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관광객은 서울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많은 기대와 함께 주차장에서 약 700여 미터 산중턱까지 땀을 흘리며 찾았지만 이내 실망했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별로 담을 게 없는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다가 구경만 하고는 이내 떠나고 말았다.

나름 드라마 촬영지라고 타지에 있는 고향사람이나 친구,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데리고 갔을 시민들이 얼마나 창피했을까? 이왕 지어진 세트장, 활용할 방안을 찾는다면 분명 방법은 나올 것이다.

여산면의 세트장은 농촌지역인데다가 산 중턱에 있기에 풍경이 아름답다. 이곳을 민박촌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지 자문을 얻고 가능하다면 공기 좋은 산새에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지...

신흥동 세트장은 내년이면 서동축제가 열리는 중앙체육공원에서 도로를 건너는 육교가 설치되어 세트장까지 산책하는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곧 열리는 서동축제 때 올 관광객을 위해 손을 봐야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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