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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경막으로 정상인처럼 강의하는 이상묵 교수의 희망

[서평] 이상묵·강인식의 <0.1그램의 희망>

등록|2008.09.19 16:00 수정|2008.09.19 16:00

책 겉그림이상묵·강인식의 <0.1그램의 희망> ⓒ 랜덤하우스

슈퍼맨으로 널러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브는 말에서 떨어져 사지마비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한없는 수렁에 깊이 빠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며 웃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대 이상묵 교수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 일로 아랫부분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하반신 마비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6개월 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적을 이뤄냈다. 어려운 치료과정을 걸쳐 전동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다시금 강단에 서게된 것이다. 횡경막으로 정상인처럼 강의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상묵·강인식의 <0.1그램의 희망>은 그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들어가 MIT-우즈홀 공동박사학위 과정을 밟은 일, 1998년 한국해양연구 책임연구원 및 첨단해양탐사선 온누리호의 수석과학자로 진두지휘한 일, 2003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되어 2006년 불의한 사고를 당한 후 6개월 만에 강단에 복귀한 모든 과정을 밝히고 있다.

2006년 7월 2일 아침, 이상묵 교수는 일행들과 함께 카리조 평원의 소금 호수를 관찰 한 뒤,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거기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그로 인해 한 명의 학생이 그 자리에서 이 세상을 떠났고, 이상묵 교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주 후 그가 받은 병원진단은 C4가 완전히 손상된 것이었다. 이른바 뇌에서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척추에 번호가 매겨지는데, C1-C2를 다친 사람은 평생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고, C2-C3가 손상된 사람은 배변이나 배뇨의 통제가 불가능하고, C4이하로 손상된 환자도 그와 비슷하다고 한다.

C4의 손상으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AD(Autonomic Dysreflexia, 자율신경과반사)였다고 한다. 아랫부분이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호스를 끼였다고 하는데, 그것이 막히거나 눌려서 방광이 꽉 찼고, 그로 인해 혈압이 차올라 뇌혈관이 터질 뻔한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사고를 통해 장애를 입었지만, 다시 재기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부분은 하늘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횡경막만을 이용해서라도 정상인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 보아도 나는 큰 행운아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한다. 다시 주어진 제 2의 인생을 가볍게 볼까 봐, 또 내가 방심을 할까 봐 하늘이 AD라는 감시자를 붙여 준 것이 아닐까."(79쪽)

현재 이상묵 교수는 모든 강단의 준비와 활동을 두뇌와 입김 하나로 움직인다고 한다. 머리로 생각한 것들을 컴퓨터에 옮겨 문서로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의 마우스를 불고 빨고 하는 것으로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IT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개발이 돼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게 고맙고 감사할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 까닭에 그는 대학 강단과 더불어, 장애인들이 삶의 질을 높이고 구직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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