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민주주의2.0'과 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의 권리는 제한되어야 하는가?

등록|2008.09.19 16:55 수정|2008.09.19 16:55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고 한다. 대중간의 소통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상의 토론과 소통이 보통 간략한 의사소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깊이 있는 질적 토론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속성상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고 성황을 이룰 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전직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는 제한되어야 하는가?

전직 대통령은 침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현역 정치인들은 그런 식의 생각에 집착이 강하다. 과연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 상은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전직 대통령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우선 가장 중요한 기준은 헌법과 법률상의 내용이 될 것이다. 우리의 헌법은 대통령 단임제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헌법이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권리는 일반 국민과 다를 것이 없다. 선거권과 대통령직을 제외한 모든 비선거권이 있다.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라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할 수도 있다. 심지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에 출마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이 아무런 제약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으며,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다. 심지어 정당을 만들어 활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본인이 싫다면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타인과 뜻을 모아서 결사할 자유도 있다. 집회에 참가할 수도 있으며 시위를 할 수도 있다. 대통령 직에 출마하는 것을 제외한 그 어떤 헌법적 법률적 제한도 없다.

국민이 하는 모든 일을 전직 대통령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에 출마하는 일을 제외한 그 어떤 권리도 제한이 없다.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것을 경계하고 다른 제약을 가하려는 시도가 불순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반응

'민주주의 2.0'이라는 토론 사이트의 개설에 대하여 한나라당의 반응은 매우 거칠고 무례하다. 대변인이 나서서 사실상의 정치재개라며 비판한다. 또 인터넷 상왕이라 비아냥 거린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에게 대중을 선동할까 염려된다며 악담을 퍼붓는다.

무엇이 그리 겁나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슨 근거에서 나오는 걸까? 헌법도 법률도 제한하지 않는 것을 거대 집권여당이 막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막아서 막아질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진짜 전직 대통령이 정치를 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가급적 직접 나서지 않고 네티즌들에게 토론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상왕노릇인가? 본래 깊이 있는 토론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누리꾼도 그리 많지 않다. 또 설혹 직접 나서서 토론을 주도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그를 상왕으로 떠받들 것 같지도 않다. 설혹 인터넷에서 추종하는 사람들이 좀 있으면 어떤가? 그렇다고 그가 상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까지 역임한 사람이 대중을 선동하여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본인이 의도를 가지고 선동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휘둘릴 대중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식의 비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격모독으로 들릴 뿐이다.

여전히 전직 대통령을 정적으로 설정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누리꾼들을 매우 의식이 희박한 바보로 취급하고, 전직 대통령을 비난하여 득을 보려는 의도도 보인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미리 차단하고자 노력하는 모습까지 읽힌다. 참으로 자신없고 엉뚱한 일에 집착하는 집권세력이다.

민주당의 속내

민주당은 '민주주의 2.0'에 대하여 특별한 언급도 평가도 별로 내어놓고 있지 않은 것같다. 아마도 나름의 속내가 복잡할 것이다. 재임 시절 노골적으로 반대하던 세력과 차별화에 주력하던 세력이 집합된 정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친노세력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비노와 반노로 구성된 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서서 비판을 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지지부진한 당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당내 일부 세력의 반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속내가 불편하더라도 나서서 비판할 입장이 못된다.

한편으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서로 정치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고, '민주주의 2.0'을 통해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추구하지 않을지 염려하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며 진행되는 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만일 이것을 통하여 친노세력을 응집시키고 정치세력화를 도모한다면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감싸안아서 함께 가기도 어렵다.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민주주의 2.0은 필요하다

정치권에서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염려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냥 전직 대통령이 좀 더 높은 질적 토론을 추구하기 위한 장을 마련한 것으로 보아 넘기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지지세가 결집되고 정치세력화가 진행될 리는 없어 보인다. 네티즌들이 스스로 발제를 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누고 결과물을 정리해서 보관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치세력화에 무슨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또 집권세력이나 현역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보에는 비판이 충분히 가해지는 것이 옳다. 정치인들은 그것이 불편하다 하더라도 국민의 눈에서는 선이다. 국익의 차원에서도 해가 될 리는 없는 것이다. 선동이란 깊이 있는 토론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과 다른 얕은 주장들이 난무하는 곳에서 선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확실히 인터넷 의사소통이 양량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깊이에 있어서는 그리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 못하다. 소통의 양이 충분히 증가한 지금 질적 소통을 향해 발전해 나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 깊이가 더할수록 집권세력이 항상 둘러대는 오해라는 변명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오히려 염려할 것은 이 사이트가 네티즌들의 성향상 그리 성황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깊이 있는 토론보다는 얄팍한 의견과 단순한 찬반의 댓글이 난무하던 기존의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욕설이나 악성 댓글에 익숙한 네티즌들이 과연 심도있는 토론에 관심을 가질지가 걱정이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깊이 있는 토론과 그것을 통한 정보소통의 질적 향상은 우리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저런 억측으로 비난을 가할 일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왜 있어야 하는가?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도 나서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근거없는 억측으로 비판할 요량이면 직접 참여해서 발제도 하고 의견도 깊이있게 개진하는 것이 한층 건설적인 태도가 아닐까? 모든 것을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만 판단하려 드는 정치권이 한심할 뿐이다. 계산이 빠르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