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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간과 사물을 재구성하다

장명근 사진전 'DREAM INSIDE' 리뷰

등록|2008.09.21 10:40 수정|2008.09.21 10:40
사진(Photography)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빛과 렌즈가 작용하여 특정한 현실 혹은 사물을 재현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빛과 카메라 렌즈의 역할이 사진의 외면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을 찍는 이도 빛을 잘 제어하고 렌즈의 특성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사진 찍기에서 가장 큰 숙제이다.

작품의 내면을 이루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시각예술인 사진은 렌즈와 빛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선명함과 흐림이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Photography)은 말 그대로 빛의 예술이자 광학렌즈의 조화가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한국사진은 지난 10여 년 동안 30대 젊은 작가들의 비중이 커졌고, 그들은 작가의 감성이나 직관에 의존한 사진작업을 해온 선배작가들과는 다르게 현대미술이나 인문학의 특정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진작품을 주로 발표하였다.

그 결과 작품의 주제가 명료해지고 시각적으로도 세련되어 졌지만, 지나치게 특정한 경향을 따르고 소재가 정형화되어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 장명근_escalier_컬러프린트_76×114cm_2005 ⓒ 장명근


▲ 장명근_la sortie_컬러프린트_76×114cm_2005 ⓒ 장명근



그에 비해서 장명근은 자신의 사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소재를 선택하여 자유로운 사진 찍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사진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2007년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룩스와 학고재 화랑에서 두 차례 연이어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때 작가가 발표한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작가 자신이 일상적인 현실에서 만난 특정한 공간과 사물을 빛과 카메라 렌즈의 특성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개성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여 보여 주었다.

전시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이 감성적이면서도 컬러가 독특하고 카메라 워크가 감각적이어서 외형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기(氣)가 느껴졌다. 작품의 완성도를 이루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적 고뇌와 작품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장명근의 작품에서는 그것이 느껴져서 보는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는다. 작가 장명근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 장명근_le petit jardin_컬러프린트_76×114cm_2004 ⓒ 장명근



이번에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NV에서 전시하는 작품은  ‘DREAM INSIDE’ 시리즈 중 일부이다. 그 중에서 ‘le petit jardin’는 어느 정원의 특정한 부분을 카메라 렌즈를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하게 하고서 찍은 사진인데, 전체적인 화면구성이 자연물과 인공물 반으로 나누어져 있어 경직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이질적인 요소들이 만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공간이 창조되었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카메라워크에 의해서 또 다른 현실이 구성된 것이다.

▲ 장명근_un reve_컬러프린트_76×114cm_2004 ⓒ 장명근



‘un réve’는 유리창처럼 보이는 특정한 사물을 극단적으로 근접하여 촬영 한 결과물인데, 표현대상의 질감과 조명이 어우러져서 외형적으로 낯설어 보이는 독특한 조형언어를 생산 하였다. 빛의 조화가 만들어낸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카메라 렌즈가 재현한 사물의 질감이 얽혀서 현실을 초월하는 영상이미지가 생성된 것이다.

▲ 장명근_le vent_컬러프린트_76×114cm_2006 ⓒ 장명근



‘le vent’는 무엇인가 특정한 현실 또는 사물을 카메라 렌즈에 담은 이후에 디지털프로그램에서 현실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영상언어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외형을 이루는 푸른색 컬러와 적절한 콘트라스트(contrast)가 작품의 의미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0세기 초반 이후 형성된 모더니즘 사진미학은 사진의 기록성과 기계적 재현성 그리고 작가의 감성과 직관이 작품의 본질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장명근의 사진 찍기는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 개인의 관심사와 현대적인 조형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보는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면서도 결코 진부하고 고루하지 않은 영상언어를 생산한다.

작가적인 고뇌와 표현의 자율성 그리고 작품 내용의 개별성이 장명근 사진작품세계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작가가 앞으로 생산해낼  또 다른 독특하고 개성적인 영상언어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2008_0917 ▶ 2008_0929 / 월요일 휴관
갤러리 NV_GALLERY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82.2.736.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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