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손대는 한나라당... 생뚱맞은 이념전쟁
경기 침체 중에 민생과 무관한 우향우 움직임
[기사보강 : 21일 저녁 8시 10분]
한나라당이 교육과학기술부 대신 '역사교과서 수정'의 총대를 메기로 했다.
교과서 수정을 매개로 대대적인 '이념 전쟁'을 벌이려는 여권의 행보에 대해 "민생을 팽개치고 편 가르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여론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21일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18일 '교과서포럼(이하 포럼)'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일부 역사교과서에 이념 편향적 기술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런 지적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다음 주 교육과학기술부 실무당정협의회에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서포럼은 뉴라이트계열의 시민단체로, 지난 3월 출간한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제주 4·3 사건의 성격을 '좌파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체제를 긍정 평가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다음주 교과부에 전달, 10월 중 내용 조정"
나 의원은 "2004년 국정감사에서 권철현 전 의원으로부터 일부 편향적 역사 기술을 지적받은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이 52%에 이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의 문제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우리 역사의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측면을 축소·폄훼했다. 산업화를 적극 평가함으로써 아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교과서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당의 의견을 당정협의회에서 개진하겠다."
나 의원은 교과부 자료를 근거로 "2002년 8월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가 김대중 정부를 찬양한 것이 논란이 된 뒤 2002년 187건, 2003년 207건의 교과서 내용이 정정됐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서만 약 307건, 전체적으로 1000여건이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에서 구체적 수정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전달하려고 한다"며 "내년 3월 출간되는 역사교과서에 내용을 담으려면 금년 10월 중에는 (당·정간의) 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그 동안 보수진영이 제기해 온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수정 작업을 현 정부가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최근 교육부가 국방부의 교과서 수정 요구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에 "소신껏 일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고 수용 여부는 교육부의 판단에 맡긴다고 하지만, 교육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근·현대사 교과서 우향우하게 될까
고교 현장에서 가장 채택률이 높은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에 어느 정도 '메스'가 가해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아무래도 <대안 교과서> 등에서 드러난 포럼의 시각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포럼은 금성출판사 교과서 중에서 31개 항목과 56개 표현을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에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포럼도 역편향으로 치우쳤거나 억지 트집을 잡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테면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교과서에 인용된 데 대해 "대한민국을 역사의 껍데기로 풍자했는데, 문학적 상상과 역사서술은 구별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재야 대통령 장준하'라는 서술에 대해서는 "장준하의 죽음이 박정희 정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인상을 전달했다"고 평했고, "재벌을 나타내는 말로 '문어발'이 자주 사용된다"는 기술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부작용만 부각시키는 정치적 용어라서 교과서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6·25 전쟁은 자본주의·사회주의 체제 대립의 결과"라는 대목은 역사학계로부터 '중립적 서술'로 인정받을 만 한데, 포럼은 "소련 스탈린이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6·25를 일으켰다는 것을 외면한 양비론적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포럼의 역사관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역사교과서는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학계의 시각이 엇갈릴 수 있는 역사교과서 수정 작업을 다루면서 특정이념에 치우친 단체의 의견만을 청취한 것도 교과서 수정 방향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4년 전 국보법 때와는 달라진 한나라당
나 의원은 "이념 편향을 정상화할 필요는 있지만, 다음 주 당정협의의 주요 안건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며 "더 이상 (수정)할 게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했지만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로부터 지금 이 시점에서 '이념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교과서 수정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여권으로서는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아이들에게 무능하고 위험한 정권의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 왜 국민들을 지겨운 갈등의 늪으로 자꾸 빠뜨리냐"고 논평했고,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도 "경제위기로 민생경제가 파탄이 난 지금 한가롭게 좌편향 교과서 개정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한편으로,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국가보안법 개폐 시도에 대해 "민생을 팽개치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자마자 비난 대상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걷는 것도 '자기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교육과학기술부 대신 '역사교과서 수정'의 총대를 메기로 했다.
교과서 수정을 매개로 대대적인 '이념 전쟁'을 벌이려는 여권의 행보에 대해 "민생을 팽개치고 편 가르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여론도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21일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18일 '교과서포럼(이하 포럼)'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일부 역사교과서에 이념 편향적 기술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런 지적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다음 주 교육과학기술부 실무당정협의회에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서포럼은 뉴라이트계열의 시민단체로, 지난 3월 출간한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제주 4·3 사건의 성격을 '좌파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체제를 긍정 평가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다음주 교과부에 전달, 10월 중 내용 조정"
▲ 나경원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의 문제점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우리 역사의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측면을 축소·폄훼했다. 산업화를 적극 평가함으로써 아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교과서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당의 의견을 당정협의회에서 개진하겠다."
나 의원은 교과부 자료를 근거로 "2002년 8월 일부 근·현대사 교과서가 김대중 정부를 찬양한 것이 논란이 된 뒤 2002년 187건, 2003년 207건의 교과서 내용이 정정됐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서만 약 307건, 전체적으로 1000여건이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에서 구체적 수정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전달하려고 한다"며 "내년 3월 출간되는 역사교과서에 내용을 담으려면 금년 10월 중에는 (당·정간의) 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그 동안 보수진영이 제기해 온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수정 작업을 현 정부가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최근 교육부가 국방부의 교과서 수정 요구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에 "소신껏 일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은 당정협의회에서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고 수용 여부는 교육부의 판단에 맡긴다고 하지만, 교육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근·현대사 교과서 우향우하게 될까
고교 현장에서 가장 채택률이 높은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에 어느 정도 '메스'가 가해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아무래도 <대안 교과서> 등에서 드러난 포럼의 시각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포럼은 금성출판사 교과서 중에서 31개 항목과 56개 표현을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에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포럼도 역편향으로 치우쳤거나 억지 트집을 잡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지난 2006년 교과서포럼 6차 심포지움에 '4·19혁명동지회' 회원들이 들어가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벌였다. 심포지움 현수막이 뜯겨 널부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또한 '재야 대통령 장준하'라는 서술에 대해서는 "장준하의 죽음이 박정희 정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인상을 전달했다"고 평했고, "재벌을 나타내는 말로 '문어발'이 자주 사용된다"는 기술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부작용만 부각시키는 정치적 용어라서 교과서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6·25 전쟁은 자본주의·사회주의 체제 대립의 결과"라는 대목은 역사학계로부터 '중립적 서술'로 인정받을 만 한데, 포럼은 "소련 스탈린이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6·25를 일으켰다는 것을 외면한 양비론적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포럼의 역사관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역사교과서는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학계의 시각이 엇갈릴 수 있는 역사교과서 수정 작업을 다루면서 특정이념에 치우친 단체의 의견만을 청취한 것도 교과서 수정 방향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4년 전 국보법 때와는 달라진 한나라당
나 의원은 "이념 편향을 정상화할 필요는 있지만, 다음 주 당정협의의 주요 안건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며 "더 이상 (수정)할 게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했지만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로부터 지금 이 시점에서 '이념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교과서 수정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여권으로서는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아이들에게 무능하고 위험한 정권의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 왜 국민들을 지겨운 갈등의 늪으로 자꾸 빠뜨리냐"고 논평했고,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도 "경제위기로 민생경제가 파탄이 난 지금 한가롭게 좌편향 교과서 개정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한편으로,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국가보안법 개폐 시도에 대해 "민생을 팽개치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자마자 비난 대상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걷는 것도 '자기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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