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벗 삼아 사는 메콩강 주민
[베트남 메콩강 여행기] 아무도 찾지 않는 메콩강에 갔어요 - 3
▲ 집 입구에는 조상을 위한 제사상이 초라하게 차려져 있다 ⓒ 이강진
얼마나 긴 여행을 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오리떼는 지금 막 탈곡을 끝낸 들판으로 들어선다. 세 명의 능숙한 길 안내를 받아 메콩강을 여행한 오리들은 배가 고팠을까? 들판에서 무언가를 쪼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오리를 몰고 온 사람들은 멀리 고랑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살아 있는 생선을 칼등으로 내리쳐 기절을 시키면서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잡는다. 옆집에 사는 아줌마도 함께 거든다. 잔치 분위기다. 점심 때처럼 생선국이 조그만 화로 위에서 끓고 있다.
▲ 주인 아줌마의 생선 손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 이강진
▲ 피요한 채소는 집 앞마당에서 뜯어 조달한다 ⓒ 이강진
저녁 먹을 시간이다. 식사 준비를 도와주던 이웃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가고 주인 내외와 함께 조금 전에 사 온 생선국을 앞에 놓고 식사를 한다.
낡은 전기밥솥에서 김이 오르며 밥 냄새가 향긋하다. 생선국 안에는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다. 맑은 국이지만 비린내도 없고 맛있다. 특히 생선을 토막 내서 튀긴 것에는 젓가락이 자주 갔다. 주인아줌마는 점심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잘 먹는 듯하면 열심히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내 밥 위에 올려놓는다.
이른 저녁을 먹고 주인아저씨가 권하는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웃집 아줌마와아저씨가 함께 찾아왔다. 도시 사람은 잃어버린 지 오래된 '밤 마실'을 온 것이다. 미리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고 찾아가던 우리 옛 시골 풍습 그대로다.
▲ 아이를 데리고 마실 온 이웃집 엄마. 이곳 마을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표정이 참 밝다. ⓒ 이강진
이웃집에서 나오는 베트남 노래 소리가 온 동네를 흔들고 있다. 도시 사람같으면 소음이라고 경찰에 연락할 정도다. 그러나 주인 내외는 요란한 음악을 트는 집 스피커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며 음악을 즐긴다. 아마도 음악을 틀어주는 집은 동네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날이 저물자 메콩강 모기가 사람을 찾아온다. 나와 아내는 가지고 온 모기약을 연방 몸에 뿌리며 모기에 신경을 쓰고 있으나 마을 사람들은 수건으로 한가로이 모기를 쫓고 있다. 낡은 형광등 불빛 아래 담배를 피우며 아기에게 달려드는 모기를 쫓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골 사람의 모습이 정겹다. 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 어린 시절 시골 친척집에 갔을 때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리는 나는 참지 못하고 침상에 모기장을 치고 올랐다. 우리를 위해 모기장을 사 왔는지 새것이다. 모기장 색이 핑크색이라 좀 그렇지만 모기장 안에 들어와 앉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모기장 천 밖에는 수많은 모기가 붙어 있다. 주인아저씨가 텔레비전을 튼다. 밖의 음악 소리를 이기려고 소리를 한껏 소리를 올려놓은 텔레비전에서는 베트남 연속극이 한창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잠을 청한다. 어느덧 마을 전체를 뒤덮던 음악 소리도 사라지고 주위가 조용하다. 마실 왔던 이웃집 내외도 돌아갔다. 잘 시간이다. 주인집 아들은 우리 때문에 잘 곳이 없어 친구 집으로 간 지 오래다. 대문도 없고 방문도 없는 침상에서 잠을 청한다. 나무 침상이 너무 딱딱해 불편하다. 그러나 도시에서 들어보지 못하는 각종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한다. 물 설고 낯선 이국의 나라 메콩강 오지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 온 식구가 저녁 식사 후 즐기는 테레비전이 장롱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세 번째 글입니다. 다음 네 번째 글로 끝을 맻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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