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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인사 철회하라"-"재발 방지 약속"

[현장] KBS 기자들 보도본부장실 앞 피켓 시위

등록|2008.09.22 10:34 수정|2008.09.22 10:34
오늘(22일) 아침, KBS 기자들은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했다. 아침 7시 50분경부터 기자들이 보도본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 8시 10분이 되자 30여 명의 기자들은 보도본부 입구에서 보도본부장실에 이르는 복도에 일렬로 선 뒤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방송독립 하자는데 보복인사 웬말이냐" "권력 프렌들리 본부장은 각성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17일 밤 9시 54분 전격적으로 내려진 이른바 '보복인사'에 대한 항의 시위였다. 오늘이 첫 날이다.

▲ 22일 오전 8시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지난 17일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기자들 앞으로 김종률 KBS 보도본부장이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일과를 시작하면 다시 업무를 협의하고 지시를 받아야 하는 직속상관들을 상대로 한 시위였지만 기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기자들은 이따금씩 복도를 지나가는 김종률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에게 거침없이 물었다.

"선배, 말씀해 보십시오. 이번 인사의 원칙이 도대체 뭡니까?"
"얘기를 좀 해 주십시오.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내려진 인사입니까?"
"총괄팀장, 해명하십시오." "본부장, 해명하세요."

아침 8시 25분경 기자들이 김현석 기자협회장의 선창에 따라 "절차 외면, 정당성 외면, 부당인사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김 본부장이 다시 나와 "김 회장 외 몇 명만 들어오라"고 제안했고 김 회장과 두 명의 기자가 본부장실에서 15분 남짓 얘기를 나눴다. 고대영 보도총괄팀장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협회측은 이번 인사의 부당성 즉 '인사대기 시간 미확보 및 사전 면담 부재' '내외근 순환원칙 위배' 등을 강하게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22일 아침 보도본부에서 지난 17일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아울러 기자협회측은 "적어도 부산총국으로 발령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과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난 최경영 전 탐사보도팀장에 대한 인사는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본부장은 이에 "협회측의 뜻을 알았으며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김현석 기자협회장이 전했다.

김용진 기자와 최경영 기자는 이미 오늘부터 새 근무지로 출근한 상태다. 김현석 회장은 "재발방지 약속 외에는 아직 변한 것이 없다"면서 "본부장이 책임있는 답변을 할때까지 아침 피켓 시위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아침 9시까지 피켓팅을 한 뒤 해산, 현업으로 복귀했다.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22일 아침 보도본부에서 지난 17일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한편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은 사진을 찍던 모 언론사 기자에게 줄곧 반말로 "어디 소속이야?" "어떻게 들어왔어?"라고 말해 일부 KBS 기자들로부터 "반말하지 마십시오" "취재방해 하지 마십시오"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고 팀장은 결국 전화로 청원경찰 10여 명을 호출,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 고대영 KBS 보도총괄팀장이 피켓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내보내기 위해 청원경찰을 호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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