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MBC노조원 79% "경영진, 공영방송 수호 의지 없다"

MBC노조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 결과...조합원 85.6%, 총파업-경영진 퇴진운동 찬성

등록|2008.09.22 11:38 수정|2008.09.22 11:38

▲ MBC 노조가 서울지부 조합원 1019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 결과, MBC 노조 조합원 86.7%가 "미 쇠고기 협상과 촛불 뉴스와 PD수첩 보도, 공익적 목적에 부합했다"는 의견을 나타냈으며, 79.6%가 MBC 경영진의 'PD수첩' 사과 방송 결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 MBC 노조


MBC 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 10명 중 8명(79.6%)은 <PD수첩> 사과방송이 잘못한 결정이고, 79%는 현 경영진에게는 공영방송 수호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MBC 노조가 서울지부 조합원 1019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22일 <문화방송노보>를 통해 발표됐다. 서울지부 조합원 중 사고자(109명)을 제외한 70.1%(638명)가 설문에 응답했다.

10명 중 7명 '정권의 압력 굴복' 조치 비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BC 노조 조합원 86.7%가 '미 쇠고기 협상과 촛불 뉴스와 PD수첩 보도'가 "공익적 목적에 부합했다"는 의견을 보였고, 79.6%가 MBC 경영진의 <PD수첩> 사과 방송 결정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경영진의 <PD수첩> 사과방송 결정과 관련 책임자 인사조치 등 일련의 과정에도 부정적 의견이 대다수였다. "<PD수첩> 사과방송 수용과 팀장·진행자·시사교양국장 교체 등의 결정이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부당한 조치"라고 답한 응답자도 69.9%에 달했다. 이와 같은 경영진의 판단이 향후 MBC 프로그램의 권력감시와 비판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응답자 수도 전체의 75.7%였다.

또 "경영진, 공영방송 수호 의지와 능력 있다"는 질문에 응답자 중 7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MBC 민영화 저지를 위한 노조의 총파업 투쟁과 경영진의 퇴진운동 방침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 중 85.6%가 찬성해 <PD수첩> 사과방송 이후 빚어왔던 MBC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MBC 노조원 69.9%가 "'PD수첩' 사과방송 수용과 팀장·진행자·시사교양국장 교체 등의 결정이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부당한 조치"라고 답했다. ⓒ MBC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6개월 간의 엄기영 사장 체제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 경영진 출범 후 6개월 동안의 활동에 대해 총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했다"는 의견은 7.6%, "잘못했다"는 의견은 77.4%에 달했다. 특히 편제(4.4%), 보도(8.8%), 기술(6.3%), 영미(3.7%) 4개 부문에서 잘했다는 조합원의 응답률은 한 자리에 그쳤다.  

"현 경영진 출범 후 MBC 프로그램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 중 76.7%가 "나빠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매우 좋아졌다"고 답한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회사가 최근 비상경영방안의 일환으로 내놓은 업무추진비, 통신비 지원 축소, 항공권 등급 조정 등과 관련해서도 대다수 조합원들은 올 한해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응답자 중 29.7%는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이 도입 의지를 밝힌 '프로그램 본부장 책임제'도 응답자 중 70.7%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MBC 노보는 "이는 제작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 경영진이 정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특히 보도, 기술, 편제 등 제작 현업부서 조합원들이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MBC를 정권과 재벌에 헌납한 경영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인가"

한편, MBC 노조는 이날 노보를 통해 "설문조사 결과 <PD수첩> 사과방송과 일련의 납득할 수 없는 인사조치에 대해 '사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노조 집행부가 사내여론을 모른다'던 경영진의 주장은 자신들만의 독선이요, 커다란 오판이었음이 밝혀졌다"며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당당히 맞서지 못한' 경영진의 반성과 사과, '타협과 백기투항을 주도한' 부사장과 기획조정실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또 노조는 "군부독재 시절을 포함해 지난 20~30여년 간 MBC가 겪었던 변화보다 훨씬 더 커다란 격변의 쓰나미가 올 하반기에 한꺼번에 몰려올 것"이라며 "경영진은 지난 6개월처럼 버텨 MBC를 정권과 재벌에게 헌납한 경영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