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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독일 함부르크를 이길 수 있을까

[진단] 박광태 시장 "시장을 못하는 일이 있어도 U대회 유치 재도전"

등록|2008.09.22 15:53 수정|2008.09.22 16:44

▲ 박광태 광주시장은 22일 오전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나서겠다"고 공식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독일 함부르크로 앞선 유치전에서 패배한 러시아 카잔보다 더 강한 상대로 평가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시민 뜻 받들어 U대회 유치 다시 나선다"

광주광역시가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 유치전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22일 오전 연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2015년 하계U대회 유치에 재도전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광주광역시는 2013년 하계 U대회 개최를 놓고 러시아 카잔과 경쟁을 벌이다 실패한 지 약 3개월 만에 다시 2015년 하계 U대회 유치전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다소 약체로 분류되던 러시아 카잔과의 승부에서조차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광주가 독일의 함부르크라는 버거운 상대와의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염려하는 시선이 많다.

이번 광주시의 U대회 유치 재도전은 사실상 이미 예정돼 있었다. 박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뜻'이라고 언급한 일련의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박 시장은 "각계각층의 유치 재도전 촉구 성명이 이어졌고, 시민의 대표기관인 광주시의회의가 재도전을 결의했으며, 각계각층 인사와의 면담 등을 통해 재도전 민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밝힌 대로 경제단체 등 27개 단체가 유지 재도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 8월 27일 광주시의회는 재도전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또 광주시의회 주최로 관련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박 시장은 U대회 유치 재도전이 '시장 3선을 위한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비판적 시선에 대해 "시장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도 시의 장래를 위해 유치에 도전했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인 야심보다는 광주가 국제도시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일념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의 U대회 유치 재도전에 대해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이 깊어가고 있다. 이 우려의 시선은 ▲유치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됐으며 시민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가 ▲재도전은 유치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두 가지 핵심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민과의 민주적 합의와 중앙정부 지원 등이 관건

바꾸어 말하면 이 두 가지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푸는 과정이 광주광역시가 독일 함부르크를 이기고 U대회를 유치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선 시민사회는 1차 도전과정에서의 투명하지 못했던 점을 계속 지적해오고 있다.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유치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도전 과정에서 약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됐지만 그 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는 광주시가 제시한 U대회의 경제파급효과가 부풀려졌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유치과정에 대한 투명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재도전에 대한 시민의 열의와 공감대도 1차 도전 때보다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인원동원 등 물량공세에 치중했던 1차 도전의 실패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U대회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시민들의 참여열기와 실사단의 평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콘텐츠 승부가 대세인 현재 스포츠대회 유치전에서 한물 간 인원 동원 등 보여주기식 유치전은 유럽 등 평가위원들에게 호감보다는 반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람들을 떼로 동원돼 실사단을 향해 꽃다발을 흔드는 광주 시민들을 보면서 환영의 표현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전체주의의 노력 동원을 연상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축제인 U대회가 광주가 보유한 이러저러한 콘텐츠와 들어맞는다고 설득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광주는 2015년 하계 U대회 유치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다시 나서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앙정부로서는 어느 한 곳에 집중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국이다. 2, 3년 단위로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대회를 국제 스포츠계가 한국에 몰아주겠냐는 것도 관건이다.

박 시장은 "시장을 못하는 일이 있어도"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U대회 유치전에 다시 나섰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 역시 "1차전 실패를 교훈 삼아 철저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자세를 다잡았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 성패가 한 두 사람의 결기와 의지만으로 결정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광주시 관계자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확보하고 ▲물량이 아닌 콘텐츠로 승부하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삼위일체 전략만이 광주의 재도전의 성패를 판가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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