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광역시·도 없애는 건 중앙집권통제 강화 의도"

[박준영 전남지사 인터뷰 ②] "전남에 '은퇴자 타운' 건설하겠다"

등록|2008.09.23 15:29 수정|2008.09.23 15:29

친환경농업 전도사현장에서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준영 전남지사. 전남은 전국에서 친환경농업 비율이 가장 높다. ⓒ 전남도청


광주에서 이전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전라남도 도청 청사 주변은 아직 황량해 보였다. 목포역에서 무안군 삼향면 오룡길 1번지의 도청 청사로 가는 버스 교통편도 미비했고, 방문객을 맨 먼저 맞이한 것은 농민들이 항의 표시로 청사 앞에 가져다 둔 각종 농기계들이었다.

추석 연휴 뒤끝이었지만 청사 내부는 어두컴컴하고 후텁지근했다. 박준영 전남 도지사의 에너지 절약 지시 탓에 공보관실이 있는 5층 복도는 조명이 꺼져있고, 냉방기도 거의 가동을 하지 않았다. 도지사실은 전라남도의 운명을 바꾸려는 도백(道伯)의 열정과 자신감이 넘쳐 났다. 전남에 투자하려는 한 중앙아시아 국가 대사와의 면담이 길어지면서 약속된 인터뷰 시간보다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기자와 대변인에서 자신의 말과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정치행정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그에게서 프로의 진지함이 느껴졌다.

"광역시·도 없애지 말고 지금보다 더 광역으로 가야"

박준영 전남지사 ⓒ 전남도청

-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4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옛 민주당 당적이었고, 지금은 통합했으나 야당이어서 한 번도 여당 도지사가 아니었다. 소수 정당, 야당 당적을 가진 도지사로서 정부와 국회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그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 나는 도지사의 소속 정당이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여당 입장에서 '단체장이 여당 소속인 데는 떡 하나 더 주자'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또 각 지역이 다 지켜보고 있어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이번에 '5+2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선정할 때도 정부가 호남권은 하나로 묶어 5개를 선정하고 영남은 동남권과 대경권, 2개 권역으로 나눠서 10개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랬다고 보지는 않는다.

수도권이건 비수도권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그런 것과 관계없이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자원을 근거로 발전계획을 세우면 된다. 우리에게 적당한 아이디어를 갖고 승부를 해야지 요즘 같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논쟁은 소모적이고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함으로써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다만, 세계 어느 곳에도, 이처럼 조그만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부의 70%가 집중된, 이런 나라는 없다. 이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떠나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에서 이런 식으로 '공산당 논쟁'(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의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있는 갈등과 감정의 골도 줄여나가는 것이 지도자들의 할 일인데 이런 식으로 논쟁을 하면 곳곳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다른 지역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자기지역에 필요한 것이 뭔지를 말하고 정부는 그런 발전계획을 지원해주고 미래성장동력을 분산해주면 된다고 본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지금쯤 행정구역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 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가.
"나는 모두가 합의해서 아무런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가 않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조상들이 자연지형적인 조건을 고려해 정한 역사적 산물인데 불필요한 논쟁을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온 나라와 세계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하필 이럴 때 행정구역 개편 논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또 현재의 행정구역 체제가 낭비적 요소가 많다는데 뭐가 낭비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행정구역 개편을 하기 위한 낭비가 더 크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100년 동안 유지되어온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스템이다. 미국의 50개 주는 200년 전에 지도에서 획을 그어 만든 행정구역이지만 불편해서 고치자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광역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

- 왜 그렇다고 보는가.
"전남 여수·여천시와 여천군이 합해져 여수시가 된 것처럼 자치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논의해서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를 없애 16개 시도를 70개로 나눈다는 것은 중앙집권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와는 역으로 가는 것이다. 중앙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지장자치 선거는 하지만 광역계획은 모두 중앙에 종속된다.

미국은 200년 넘게 50개 주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미국은 50개 주를 잇는 고속도로를 중앙정부가 다 했다. 어디든 접근을 쉽게 하도록 60년대까지 다 끝냈다. 국가가 할 일은 균형발전을 위한 SOC 기반을 닦는 것이다. 우리는 호남선 복선화 하는 데만 36년이 걸렸다. 앞으로는 70개 자치단체가 다 정부를 쫓아 다녀할 판인데 70개의 서로 다른 이견을 누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도를 없애는 것은 국가 전체의 발전틀을 짜는 데도 문제가 있다."

"중소형 조선산업 전력화 위해 대출 풀어야"

그는 2004년 도지사 취임 일성으로 "낙후된 전남 경제를 살려 희망과 비전이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면서 "특히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일자리 창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구체적 지표를 들어 얘기해 달라.
"우리 도는 '일자리 창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24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4만8천개 정도인데 상반기까지 3만6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64%의 성과를 거두었다. 구체적으로 조선산업에서 3천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서 2만3600여개, SOC 투자건설 분야에서 17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앞으로 전남도와 기업이 체결한 투자유치 MOU가 실현되어 1만4천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면, 금년도 일자리 창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최근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형 조선산업이다. 전남은 리아스식 해안이 많다. 그래서 지난 2004년에 중소형 조선산업을 전남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로 중앙정부와 협의가 되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입지를 찾아 조선소를 유치했는데 최근 들어 금융권이 중형 조선사업장에 대출을 안해준다. 조선소는 선박 수주를 받으면 대출을 받아 도크를 만들어 배를 건조하는데, 대출을 안해주니 선박 건조를 못하고 오히려 수주한 것에 대해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형 조선을 전략사업으로 지정한 정부나 도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은행권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회사가 대한조선(해남)과 C&중공업(목포)인데 두 회사가 수주한 중형선박이 103척, 돈으로 따지면 65억 달러 정도다. 우리나라의 선박건조 기술자립도가 85% 수준이니 최소한 50억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물론 그 기업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정도 문제를 갖고 대출을 안해주면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문제는 지역적인 문제를 떠나 국가 전체의 일자리, 외화 획득, 국가 전략사업 육성의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직접 고용이 1만7천 개이고,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3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그는 "장기적인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 낸다"면서 정부와 전남도의 도의적 책임감을 강조했다. 투자유치에 도정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인구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여수엑스포는 대전 전철 밟아선 안돼"

- 지난 4년간의 성과 중에서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2012년 개최)를 유치한 것을 들 수 있는데, 특별법 제정 등 정부의 지원은 차질 없이 돼 가고 있나.
"'정부 지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이것은 '정부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유치한 박람회이고 오히려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11월에 유치를 했는데 준비기간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새정부 출범까지 공백이 3~4개월 생겨 조직위 구성하느라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래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도에서는 2005년부터 전남 SOC 예산의 절반을 엑스포 관련 사업에 배정하는 식으로 SOC 예산을 집중 투자했다. 전라선 복선 전철화,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순천-여수간 자동차전용도로, 광양-여수간 '이순신 대교' 등에 집중 투자하느라 다른 지역이 소홀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 투자를 했기에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제 2012년 엑스포가 성공리에 열릴 수 있도록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한번의 박람회로 끝낼 것이 아니고 사업적으로 잘 활용해서 지역과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엑스포 이후 시설 활용방안 등에 대해 정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전엑스포 얘기를 꺼냈다. 90년대 초에 열린 대전 엑스포 시설은 운영권이 정부에서 대전시로, 다시 엑스포재단으로 넘겨졌으나 얼마 전에 파산이 되어 해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여수엑스포 시설이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면서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어떤 것은 집중투자해 사후에도 사업적으로 활용하고, 어떤 것은 돈을 적게 들여 끝나고 나면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도쿄 엑스포 등 세계박람회 역사를 보면 엑스포는 국가발전단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수세계박람회는 과연 전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과거 엑스포를 계기로 새로운 산업이 뜨곤 했다. 여수엑스포는 우리나라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국적으로는 10조3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9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우리 전남에는 생산유발효과 6조5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만 5천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엑스포는 전남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행사다. 따라서 박람회 개최 준비를 통해 낙후된 지역 SOC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박람회 기간 동안 800여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일대는 국제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부산에서 목포에 이르는 남해안은 정부가 이미 선벨트 지역으로 확정했지만 그것은 큰 구호이고 거기에 뭘 심을 것인지는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 여수는 부산과 목포의 중간지역이다. 우리 도는 여수엑스포를 통해 지역의 전체적인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연계사업(남해안 선벨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박람회 개최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는 "우리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는 해군을 키워야 하는데 선조들 때부터 바다와 섬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100년 후에는 나라가 먹히는 수모를 겪었다"고 역사적 사실까지 언급했다.

"신라, 백제시대만 해도 해양세력이 중국과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이 끝나자 중앙정부가 해양세력을 죽이기 시작했다. 또 조선시대는 임진왜란 등으로 왜구가 들어오면 공도(空島) 정책을 썼다. 서양 같으면 최전방 섬에다가 성을 쌓고 군사를 파견했을 텐데 우리는 사람들을 나오게 해 섬을 비웠다. 어찌 보면 영토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우(愚)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여수 엑스포는 우리 민족이 해양으로 눈을 돌리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바다는 식량자원, 에너지 자원 등이 무궁무진하다. 일본은 이미 해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 전남은 전국 해조류의 80%를 생산하는데 다시마, 파래, 톳 등이 모두 특별한 성능을 갖고 있다. 기능성 보조식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신약으로 개발할 소지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기회로 바다를 활용해야 한다."

박준영 전남지사 ⓒ 김당


"영산강 뱃길 복원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와 목표 달라"

박준영 지사는 2004년 6월 보궐선거 때 영산강 뱃길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4년만인 지난 6월 그는 영산강에 황포돛배를 띄웠다. 이걸 두고 사람들이 '영산강 운하' 아니냐고 했다. 그는 펄쩍 뛰면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보다 2년이 앞섰다는 것을 강조했다.

- 도지사 선거공약으로 '영산강 프로젝트'를 내세웠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일부인 영산강 운하와는 뭐가 다른가.
"영산강 운하는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업목적이 다르다. 운하는 물류 중심이지만 뱃길복원 사업은 물류와는 관계없는 수질개선 및 치수 중심이다. 그렇게 해서 홍어 같은 예전의 특산물을 실어 나르는 뱃길을 복원하고 주변 지역의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과 연계한 관광자원도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영산강 뱃길복원사업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발표되기 전인 2004년부터 도지사 공약사항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이 지역 출신 허영만씨의 만화 <식객>에 보면 목포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영산포항까지 홍어배가 올라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홍어배를 띄우겠다는 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했다.

- '죽은 영산강을 살려서 홍어배를 띄우겠다'는 것이 지사의 아이디어인가.
"홍어배?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내 아이디어는 '영산강 뱃길을 복원해서 황포돛배를 띄우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6월에 황포돛배 2척을 만들어 다야뜰에서 영산강나루터까지 6km를 운항하고 있다. 순전히 관광용인데 2척 정도 더 하려고 한다. 또 영산강 주변에는 영산강 특정지역 개발계획에 따라 강변도로를 내는데 이미 자전거도로는 시작을 하고 있다."

- 영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수질 개선인가 아니면 관광레저사업을 염두에 둔 것인가. 국비와 민자 등 재원 조달에는 차질이 없는지.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의 목표는 첫째가 수질개선이고, 둘째가 치수대책과 관광자원화이다. 영산강은 지난 1981년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뱃길이 끊겼다. 또 전남이 친환경농업 대표지역인데, 영산강 물이 4, 5급수로 전락해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고 강바닥이 2, 3m나 높아져 큰비가 오면 논이 침수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바닥을 정비해 영산강 수질을 개선하고 뱃길을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영산강 프로젝트 사업은 전체 예산중 70%가 국비로 추진중이다. 앞으로도 국비지원 시기를 앞당겨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

"전남 비교우위 자원 활용...태양광, 은퇴자 타운 등 추진"

박 지사는 2006년 연임 선거에서는 '전남의 운명을 바꾸자'를 슬로건을 내세웠다. 왜 그런 슬로건을 내세웠는지가 궁금했다.

"전라도가 어렵게 된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지만, 우리 스스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스스로 귀중하게 여기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는 독특하고 지방의 특색을 살린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이 앞서 있는 분야를 뒤좇아 가기보다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전남은 산업화 시대에 경부축 중심의 불균형적인 국토 개발과정에서 소외되고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지만, 다행히 세계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자원이 많다. 바로 이러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남만의 독특한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전남의 운명을 바꾸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 전남의 운명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남이 가진 특별한 자원, 비교우위의 자원부터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뭐냐? 6450km의 해안선, 2000개의 섬, 1000㎢에 이르는 갯벌, 365일 온화한 기후, 10% 이상 더 많은 일조량, 전국 어느 지역보다 깨끗한 공기, 이런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밖에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해야 한다.

비교우위에 있는 태양광만 갖고도 당장 2개 사업을 할 수 있다. 내가 2005년부터 태양광 발전을 권장했다. 현재는 전국 태양광 발전의 58%를 전남이 생산한다. 그것으로 또 태양광 부품사업을 유치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은퇴자 타운이다. 갈수록 은퇴한 연금 생활자들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절대적으로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 즉 일조량이 많아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을 찾는다. 일조량이 많으면 고령자들의 건강에도 좋다. 노인들에게 많은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사철 운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전남은 대표적 친환경 농산물 원산지이다. 그래서 전남 곳곳에 은퇴자 타운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는 "'은퇴자 타운 건설계획'은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면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자치단체들 사이에서도 좋은 정책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전남과 경남 지역을 목포권과 남중권, 부산권 3개 지역으로 나눠 이곳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경제권으로 조성한다는 '한반도 선벨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선벨트 프로젝트'는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는가.
"'남해안 선벨트'는 남북 교류접경벨트, 서해안 신산업벨트, 동해안 에너지 관광벨트와 함께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개발추진하고 있는 4대 초광역개발권 중 하나다. 이 지역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신성장축으로 육성, 남해안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성장전략인데 이 구상은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에서 지난 7월 용역을 발주해 10월에 용역이 완료될 예정이다."

다이아몬드 해상관광허브 ⓒ 김당

- 전남은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시대에는 소외된 땅이지만 현재는 친환경농업과 관광레저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남해안 선벨트' 프로젝트에 반영토록 정부에 건의한 관광레저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도에서 용역팀에 반영을 요구한 주요 핵심사업은 선벨트 연결 광역교통망 조기 확충, 한국형 베네치아 '다도해 해양관광권' 조성 등 14건의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동북아 우주항공 중심도시 건설' 사업과 다도해 해양관광권 조성의 제1단계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 제도 해양관광허브 육성'의 두 가지 사업을 선벨트 개발사업 선도사업으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형 베네치아 '다도해 해양관광권' 조성 사업은 남서해안 일원의 40여개 섬을 대상으로 4개 클러스터로 묶어서 개발하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가 핵심인데 다도해 크루즈 전용부두 건설 등에 총 사업비 5조18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이 요청되는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특별법 제정과 제주특별자치도와 같은 규제완화 그리고 목포~여수~부산간 고속도로 및 남해안 고속화철도 같은 초광역적 교통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 '선벨트 구상'이나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의 핵심이 전남지역 2천개 섬을 관광자원화하는 것인데 섬에 다리만 놓는다고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볼거리는 충분한가.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에 우리 도의 15개 섬이 선정되었다. 문화유적, 빼어난 경관 같은 볼거리와 독특한 별미, 향토음식 같은 먹거리 그리고 조개잡이, 갯벌체험, 하이킹 같은 체험거리의 관광 매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그런데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관광홍보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관광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방문객이 2005년에는 10만이었는데, 완도~신지간 연륙 후에는 2006년 65만, 2007년 98만, 2008년 126만명으로 방문객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친환경농업=전라남도' 통용...전남쌀, 경기미와 격차 줄어"

그는 도지사가 된 뒤에는 '친환경농업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친환경농업=전라남도박준영 지사는 농촌에 갈 때마다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전남도청


- 전남이 농업의 22%, 친환경농업의 53%를 차지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만큼 경제적 부가가치도 있나.
"그동안 친환경농업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이제는 '친환경농업=전라남도'라는 등식이 통용된다. 그 결과 가락동시장 등에서 상대적으로 저가로 취급되던 전남 농산물이 고품질 안전농산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전남 농산물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어 농가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쌀은 전남이 전국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데 경기미보다 가격이 3만1천원(80kg당) 정도 낮았다. 그러나 친환경을 시작한 이후부터 2007년에는 차이가 1만7천원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을 환산하면 1700억원 정도의 소득을 증대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친환경농업으로 2천억원대의 친환경농자재 시장이 형성되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고, 자연생태 환경보존 등 공익적으로도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 호남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 곡창지대다. 그런데 브랜드 가치로는 경기미에 비해 남도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어떻게 해야 전남쌀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
"쌀 얘기를 잘 꺼냈다. 어느 지역보다도 제값을 받는 정책을 펴나갈 생각이다. 왜냐하면 전남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몸에 좋은 게르마늄이 섞인 황토가 많고, 친환경 농업 비율이 높은 곳이다. 70년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정부는 곡창지대인 우리 전남에 품질보다는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적극 권장해 식량증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경기도는 서울 부유층을 겨냥해 품질 좋은 일반벼를 생산해 공급했다. 그래서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호남미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전남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가장 적게 쓴다. 당연히 제값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미 가격은 1.2% 상승한 반면, 전남쌀은 12.1% 상승해 경기미와의 격차가 1만7천원(80㎏당)으로 크게 좁혀졌다. 전남은 최고로 좋은 명품쌀을 만들 것이다."

- 여객기 기내식을 살펴보니 필리핀항공은 순천농협 김치를 쓰던데 국내선은 원산지표기가 햇반은 경기미, 제주 석수, 이런 식이고 남도쌀이나 생수는 없더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라도 광주-전남 노선의 기내식에 반입하는 방안은 없나.
"강제할 수는 없고 기내에 좋은 식재료를 넣어야죠. 전남쌀을 브랜드화 해야 하는데 가공하지 않고 1차상품으로 팔아버리니까 문제다. 경기미에도 좋은 쌀들이 있다. 그런데 이천쌀의 상당 부분은 전남쌀을 가져가서 가공한 것이다. 시중의 이천쌀이 서울시민이 한 달 먹을 분량이라고 한다. 이천쌀이 어디에 그렇게 많겠냐.

소금도 많이 생산되지만 무시된 전남 특산품 중의 하나다. 신안 소금을 가공해 팔면 일본에서 10배를 받는다. 그런데도 염전사업이 어렵다고 방치하고 오히려 폐전을 하면 정책자금까지 줬다. 그렇게 하니 국내 염전사업이 죽었다. 그런데 내가 세계적 소금과 비교해 성분분석을 해보니 '넘버원'이다. 그래서 신안 소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식품으로 만드니 값이 두 배로 올랐다. 제값을 받으려면 특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해야 한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광주·전남 방문의 해'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남 하면 떠오르는 관광 이미지는 뭐가 있나'고 물었다.

"순천만 갈대, 곡성 기차마을 등 여러 가지 있지만 이제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곡성에 가 보니 홍송이 많고 공기 좋은 곳인데 사과와 멜론 조금 날 뿐, 특산물이 없더라. 그래서 내가 옻을 권유해 3년 전부터 100만평 넘게 옻나무를 심었는데 5, 6년째부터는 생산할 수 있다. 홍송도 한 그루 이식하는 데 20만원 드는데 예산 지원해주면서 베지 말고 파서 이식하라고 했다. 가로수도 홍송으로 심고 기차마을 옆에 '나무은행'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심청축제'보다는 나무은행 벤치마킹 하려고 곡성에 온다. 이처럼 내륙지역은 그곳대로 지역적 특성을 살리면서 해양개발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역시 그에게는 모든 것이 바다로 통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