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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금융질서의 종말

금융자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하였다

등록|2008.09.23 15:25 수정|2008.09.23 15:25
미국 행정부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채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의 부실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조차 어렵다. 또 심리적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정책 대안을 찾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적 금융시장 불안은 단시일에 해소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금융자본이 요구해온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지구촌의 거대 금융자본은 무한자유를 끝없이 요구하였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정부의 개입이 시장주체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하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였다. 특히 뉴욕을 기반으로 하던 거대금융 자본들은 금융시장에서의 무한자유를 추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1997년 여러나라가 금융위기에 직면하였다. 한국도 역시 IMF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 직면하였다. 물론 글로벌 금융자본들이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본시장을 교란한 탓도 있었다. 이 때는 정부가 개입하여 부실기업들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금융자본과 미국정부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는 각국 정부의 개입이나 구제금융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이른 바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역기능을 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가 지원해서 부실기업들이 연명시키는 동안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들에게 주어질 더 많은 기회를 노린 것이다. 부실한 기업은 물론이고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 헐값에 매각해야 한다. 그 때가 금융자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헐값에 인수한 기업들을 정상화시키고 포장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을 기회가 된다. 정부가 개입하여 유동성을 지원하면 그러한 기회를 상실할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그 후에도 거대금융자본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투기적 버블을 일으키기에 바빴다.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고, 원자재에 대한 투기로 물가를 폭등시켰다. 그러는 동안 세계경제는 멍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버블들이 붕괴하며 거대금융자본들이 송두리채 부실자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던 투기적 행태에 대한 무한자유는 이제 스스로를 무너지고 만들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던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는 그리 오래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구촌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의 개입 부르는 아이러니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는 없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던 금융자본들이 스스로 투기장을 만들고 스스로 그 안에서 무너져간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더라도 이제 정부의 개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미국 정부는 거대 모기지 은행을 공적자금으로 인수하였다. 사실상 국유화된 사례이다.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부실금융자산을 정리하기 위하여 7,00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리먼브러더스등 일부는 파산으로 정리되는 중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금융시장에 전면개입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부르짖던 금융자본이 정부의 개입을 불러들였다.

1997년 국제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주장하던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다. 말레이지아의 전 수상인 마하티르는 이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될 위기는 방치하라고 주장하더니 이제 자신들이 위기에 봉착하자 정부개입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본래 자신들이 주장하던 바에 비추어 대단히 모순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자신들이 하면 로맨스라는 식이다. 과거 금융위기에 직면하였던 수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겪었을 고통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이제 자국에서 세금내는 국민들의 돈으로 뒷수습을 해야하게 되었다.

한동안 투기행위를 통해서 얻은 막대한 평가차익을 즐기며 거액의 연봉을 받아서 재산을 축적했던 그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확실히 불공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뭔가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느껴야할 때가 되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그들이 경계하던 도덕적 해이를 지금 그들이 극도로 증폭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에 지구촌 전체가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파산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지구촌 전체의 이익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뭔가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 왔다는 것만 교훈으로 남을 뿐이다.

정부 규제와 간섭의 필요성 증명된 셈

이제 미국과 월가에서 주창하던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거대한 폐해를 남기고 종말을 고해야 할 때이다. 특히 금융자본들의 무한자유는 지구촌 모두를 극심한 고통의 나락으로 이끌게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말았다.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자금은 주주가 납입한 자기자본이 있고, 예금주나 투자자가 예치한 것이 있다. 간단하게 일반적 은행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은행은 자기자본과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운용한다. 그런데 부실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위험한 투자처에 투자하면 자칫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은행이 파산하면 죄없는 예금자들의 돈까지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은행의 주인인 주주들의 지분이 부실화되는 것은 그리 문제가 크지 않다.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금자들의 돈을 투자해서 모두 날리면 차원이 다른 문제가 생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땀흘려 모은 재산을 은행이 날려먹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각국마다 중앙은행이 지불준비율을 정해서 일정부분을 예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금융위기는 그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금자들의 손실은 곧 기업과 가계들의 줄도산을 촉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거대금융자본의 부실화는 곧 지구촌 전체를 위험한 패닉으로 몰고간다. 뭔가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첫째, 무분별한 파생금융상품에 대하여 규제가 필요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부실화될 때 그 자체만으로는 충격이 훨씬 덜 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각종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고 남발하여 많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얽히게 된 것이 문제이다. 그러한 파생금융상품은 엄밀한 심사와 감독당국의 규제아래 허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자산의 버블에 대비하여 충분한 정책적 규제가 있어야한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지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주택의 가격이 일시적 유동성 과잉으로 폭등할 때 금융기관이 시가의 100%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하여 더더욱 버블을 키우는 역할을 하였다.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때를 대비한 완충장치가 있어야 당연하다. 특히 개인에 대한 대출의 한도는 그 개인의 소득과 연계하여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금융기관의 주요 책임자들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도록 해야한다. 투기행위를 통해서 평가이익을 부풀려 놓고 막대한 연봉을 받아갔다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하고 공평하다. 무분별한 투기로 인하여 발생한 부실에 대하여 경영진을 형사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 위험을 회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기에 뛰어들어 평가이익을 부풀리는 행위는 매우 부도덕할 뿐 아니라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다. 자신들의 고액연봉을 유지하기 위한 부도덕한 투기행위는 근절해야한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더 많은 정부의 구제금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얼마를 투입해야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주체들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부실자산의 규모를 더욱 키워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니 이제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미국과 월가에서 열렬히 주창하던 신자유주의는 이미 그 근거를 상실하였다. 적절한 수준의 정부규제가 필수불가결한 일임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마도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금융질서의 종착지이다. 더 이상은 신자유주의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 월가가 한다고 다 옳은 것이 아님도 충분히 증명되었다. 적절한 규제속에 시장의 실패를 관리할 수 있는 정부가 필수적이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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