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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 숨어 있는 기업, 제품 광고마케팅을 찾아라

조금 신경 써 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드라마 보실 수 있어요

등록|2008.09.24 08:56 수정|2008.09.24 08:56
다음 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KBS 주말 인기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광고, 홍보 마케팅에 대한 재미난 발견을 하게 됩니다. 드라마 제작지원과 PPL(상품 간접광고)에 관련된 것인데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선 예전 드라마 한번 떠올려 볼까요? 바로 <파리의 연인>인데요, 그 드라마에서 박신영이 김정은에게 커다란 돼지 저금통을 선물하며 "애기야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지만 그 저금통 생산업체 '대박' 났습니다. 주문 물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아주 톡톡히 재미를 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파리의 연인> 돼지저금통은 타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패러디됐다. ⓒ daum 뉴스 캡쳐화면


그런가하면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기억나시죠? 그 드라마에서 왕빛나의 쌍둥이 남동생이 운동하던 승마헬스기구, 그것 역시 대박 났습니다. 당시 운동하는 장면 나올 때부터 저는 눈치 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운동하는 장면을 너무 자주, 오래 보여줄 때 알았습니다. 나중에는 결국 드라마에서 그 운동기구가 모자이크 처리 형식으로 가려져 나오더군요. 시청하면서 무척 부자연스럽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경우를 제작지원 혹은 PPL(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기업의 상품을 배치해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통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합니다. 승마헬스기구 같은 경우 자연스러운 간접광고 수위를 넘었기에 결국 모자이크 처리돼 드라마상에 나오고 어느 회부터인가 아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작지원은 드라마나 영화 끝날 때 자막으로 좀 큼직하게 업체 이름이 나옵니다. 자막에 상호나 브랜드 띄워주고 드라마/영화 제작에 필요한 비용/물품 등을 협의한 만큼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인기 드라마/영화인 경우 제작지원이 많이 따르게 됩니다. 기업의 홍보 마케팅입니다. 제작지원은 브라운관에 드러내놓고 광고/홍보를 하는 반면 PPL은 은연중에 제품을 알린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PPL 상품 들어갈 만한 상황 찾아내기

제가 3년 전에 광고홍보대행사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드라마/영화 PPL, 제작 지원 일도 병행했습니다. 제작 지원할 업체와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연결해주고 성사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게 되지요. 그때 우리가 맡았던 드라마가 KBS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 였습니다.

드라마 촬영 약 3개월 전 1, 2회 정도 대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입수합니다. 그리고 대본을 꼼꼼하게 읽어봅니다. 그 드라마 내용이 암에 걸린 30대 워킹맘(유호정)과 첫사랑인 의사(이인석)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대본에 음료수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몇 번 나오는지 파악하고 음료 회사와 컨텍해 협상을 합니다. 아이가 로봇 장난감 갖고 노는 대본이 나오면 완구회사를 물색해 제작지원 제안서를 넣습니다. 당시 그 드라마에서 유호정이 의류회사 홍보팀 직원으로 출연했는데 우리 홍보대행사에서 제과업체 측과 제작지원이나 PPL 협상이 잘 이루어졌다면 제과업체 홍보팀으로 유호정의 직업군이 바뀌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이인석의 직업이 의사다보니 병원 내부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병원측과는 비용 협상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드라마에서 우리 홍보대행사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홍보대행에 아무 경험이 없는 분과 단 둘이서 일을 하다보니 미숙한 게 많았고 결국 성과도 없이 문을 닫았답니다.

여하튼 그때 잠깐 그 일을 하면서 제작지원과 PPL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됐습니다.

요즘 <엄마가 뿔났다> 인기 절정이죠. 전에 방영분 중에 영수(신은경)의 친구가 미국에서 병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방영됐고 지난 주말 방영분에는 김나운의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이 나옵니다. 갑작스런 죽음이죠.

그리고 드라마상에서 여든이 넘은 이순재씨와 그의 여자 친구(할머니)가 나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냅둬, 이대로 살다 죽게” 등 아버지 이순재의 직접적인 발언이나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노년과 관련해 하는 대사들이 꽤 나옵니다. 주변 인물의 갑작스런 죽음과 이 노인분들 보면서 혹시 생각나는 거 없으세요?

그렇습니다. 모 상조회사가 이 드라마에 제작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을 보고 나서 예고편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드라마! 자연스럽게 자막 통해 상조회사 상호를 보면서 홍보가 되는 겁니다. 주변이나 지인중에 연로하시거나 질병, 사고 등으로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드라마 끝날 때 봤던 상조회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드라마 보실 때 관찰력 갖고 자세히 보시면 어떤 것이 제작지원이고 PPL인지 대략 눈치챌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색다르게 보는 재미라고 할까요?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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