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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끼고 사는 어린이·대학생·노인이 일본의 힘

[지역의 미래, '동네도서관'이 온다 4] 도쿄 히노시립도서관 탐방기

등록|2008.09.24 17:47 수정|2008.09.24 17:47

일본 도쿄 히노시 도서관 (사진위) 히노시립도서관은 관내 병원과 손을 잡고 병원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직접 배달하는 등 보이지 않은 곳의 책 수요까지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책 배달 전 살균 속독기로 소독을 함으로써 병원 어린이들의 위생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아래)히노시립중앙도서관 부관장 鬼倉正敏(ONIKURA MASATOSHI)이 교과 수업 시 필요한 관련 도서를 관내 학교 요청에 따라 신속·정확하게 배달해 주는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강현숙


전국 지자체에 ‘작은도서관’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동네도서관 즉, 작은도서관 건립에 발 벗고 나서면서 수많은 지자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작은도서관 설립에 올인했다. 기본적으로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이 예전의 ‘개발’과 ‘건설’이 아니라 교육·문화·복지로 옮겨가면서 작은도서관 건립은 지자체의 기본 아이템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 건립 초기 부지매입의 난관을 극복하고 멋진 동네도서관을 건립한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인력 부재, 규모 및 프로그램 영세성, 공공도서관과의 연계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당면하면서 본래 작은도서관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고민은 강동·송파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본지는 강동·송파구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국내외 성공사례를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동네도서관의 밝은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강동·송파구 지역 도서관 현주소
② 동네도서관 성공사례 1(서대문구·안산시)
③  동네도서관 성공사례 2(전주시·강릉시)
④ 동네도서관 해외성공사례 3(일본 히노시)
⑤ 이제는 동네도서관이다

책끼고 사는 어린이·대학생·노인이 바로 일본의 힘

지금의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거의 일본의 1960년대와 비슷하다. 인구 1인당 장서수는 1998년도 기준으로 0.38권이며 도서관 이용층도 지역 주민의 2% 수준 정도다. 또한 1960년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가 학생들의 공부방 정도에 불과한 도서관을 어떻게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어떻게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의 해답은 결국 광역자치단체의 추진의지와 지속적인 정책에 그 열쇠가 있었다.

일본의 도서관은 건물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각 도서관에서 서비스하는 기능에 따라 나뉜다. 일본의 도서관은 이동도서관 및 작은도서관(분관)에서 시작해 이후에 중앙관이 들어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분관시스템이 정착돼 있어서 도서관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분관설치 이후 중앙관을 설립하는 방식을 통해 도시 전체의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분관마다 전문사서를 배치해 분관이 부딪히기 쉬운 전문성 결여 문제를 최소화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서 분관이 가지고 있는 장서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과 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동도서관 차 한 대로 시작한 도쿄도 히노시(日野市) 시립도서관의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미래상을 찾아보자.

도쿄 중심지에서 60km 떨어진 히노시립도서관(이하 히노도서관)은 1965년 6월 「히노시립도서관 설치 조례」가 공포되면서 같은 해 9월 21일 이동도서관 1대(정차장 37개)로 시작했다. 당시 히노도서관은 “누구라도 어디에서라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목표로 개설됐는데 초대관장이 저술한 중소리포트에서 제시한 “도서관 자료는 시민들의 것이고 따라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서를 대출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이 닿아 있었다.

이듬해 6월과 8월 타카하타 도서관(시청 나나오 출장소 2층)과 타마다이라 아동도서관(도시전차 폐차 이용)이 개관됐으며 1967년 복지센터도서관, 1969년 사회교육센터 도서관, 1971년 히라야마 아동도서관, 타마다이라 아동도서관이 정식 개관한 이후 1973년 중앙도서관이 개관됐다.

아동도서관의 전성기였던 1975년경에는 “타카하타 대단지 우체국 앞에서 수요일 오후 3시 테마송으로 이동도서관의 도착을 알리면 아이들이 긴 열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었고 책상 4개를 꺼내 준비를 시작하면 해바라기호와 책상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직원들이 대출, 반납 수속과 정리를 했지만 금방 50분이 지나가 버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이후에도 전국 최초로 히노시 행정 자료 등을 제공하는 시정정보실을 오픈했으며 도아먀히노, 모구사도서관 등이 개관, 현재는 중앙관, 분관 7개 이동도서관 1대가 운영되고 있다. 히노도서관은 이동도서관에서 출발해 분관을 도시 곳곳에 설치한 이후 중앙도서관을 설치한 사례다. 즉 이동도서관 및 분관을 통해 도시 곳곳에 도서관 서비스 포인트를 확보하고 중앙도서관을 설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녹음 테이프를 작성해 대여하고 있으며 관내 학교에서 수업 시 필요한 도서를 직접 배달해 주고 있다. 또한 지역 병원과 연계해 어린이 50병동 이상의 병원에 책을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배달 시 책 한권 한권을 직접 살균 소독기를 이용 위생을 도모하는 등 섬세한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히노시립중앙도서관 鬼倉正敏(ONIKUR A MASATOSHI) 부관장은 “건강 보험 제도가 신체 건강에 대한 사회 보장 제도인 것과 같이 정신 및 교양의 측면에서 사회 보장 제도가 바로 도서관”이라며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토요일 오후 히노도서관에는 책가방을 메고와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 엄마와 손잡고 온 유아, 신문과 소설책을 읽고 있는 40대 아저씨, 책을 대여하러 온 20대 대학생, 논문 자료를 찾느라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로 넘쳐났다. 이처럼 동네 도서관에서 미래를 찾는 이들이 바로 일본의 저력이었다.     khs@dongbunews.co.kr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동송파구 주민의 대변지 서울동부신문(www.dongbu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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