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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가 '국가공인 가사도우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3개월...지나친 가사 요구에 사기 떨어져

등록|2008.09.25 11:58 수정|2008.09.25 12:08
김아무개(58·양산시 중부동)씨는 지난 6월 요양보호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지난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요양보호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 50~60만원의 학원비도 감수했다. 요양보호사는 학원에서 정해진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학력과 연령제한 없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러나 늦게라도 자신만의 직업을 가지겠다던 김씨의 기대는 재가노인요양서비스 현장에 나가는 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치매나 중풍 노인을 돌보는 전문 요양보호사가 서비스 신청인 가족의 빨래를 하고 밭에서 배추를 뽑는 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 3개월에 접어들었지만, 신종 직업인 요양보호사가 '국가공인파출부' 취급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요양보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일선에서는 모호한 서비스 기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방문요양서비스의 경우 신청인 본인에 한해 목욕, 화장실 이용 등 신체수발과 취사, 청소, 장보기 등 가사지원으로 나뉜다.

하지만 농촌에 거주하는 신청인은 집 앞 텃밭에서 가꾸는 채소가 장보기의 일환임으로 요양보호사에게 채소 가꾸기를 요구하면 응해야 하는 것. 또 빨래나 청소, 식사준비를 하면서 이왕 시작한 것이니 가족 몫까지 해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설명이다.
 
김씨는 "노령화시대에 대비해 취득한 자격증인데 막상 현장에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게 안타깝다"며 "정부에서는 무조건 다해줄 것처럼 홍보하지 말고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알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을 민간에 맡기면서 배출되는 요양보호사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의 자부담 규정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아직은 신청자가 많지 않은 상태라 요양보호전문기관에서도 계약기간 중의 취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신양산요양보호사교육원 김은점 원장은 "정부조차 요양보호사의 개념을 정확히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장에서 겪는 혼란이 많다"라며 "서비스 제공 전 신청인에게 요양보호사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교육자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24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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