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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 재판과정 몇마디만 발췌해 왜곡"

[인터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등록|2008.09.25 18:08 수정|2008.09.25 18:09
지난 상반기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 관련해 구속되었다 50여 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 그의 재판과 관련 언론들은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였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적인 언론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판 결과를 지켜본바 있다.

<조선일보>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안 팀장을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지난 8월 11일 보석으로 석방을 시키자 사설과 기사 등을 통해 해당 재판부를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월 14일 사설을 통해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을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라는 제목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사설의 내용은 더욱 거칠었다. ‘이 판사는 일반인도 아는 상식도 모르고, 모든 판사가 지켜야 할 법관윤리 강령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거친 감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거친 반응에 대해 판사들도 무척이나 격분했던 듯하다. 지난 9월 1일 홍기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 법률 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조선일보의 그 같은 논조는 “영국에선 법정모독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조선일보>에 대해 현직 판사들이 직접 나서서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던 갈등에 대해, 정작 그 사건의 당사자인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조직팀장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4일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을 만나보았다.

-50여 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느라 고생했다. 재판진행과 보석결정에 대해 법원과 <조선일보>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진 바 있다. <조선일보>의 그 같은 거친 반응에 대해 당사자로서 느꼈던 점을 얘기해 달라.

▲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 ⓒ 추광규


“한마디로 해당 재판장을 표현한다면 그분은 친절한 판사님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사상이 진보적인 것이 아니고 재판을 부드럽게 진행하기 위해 피고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재판진행이었다.

예를 들어 제가 변론을 펼치면 ‘일 리가 있네요’, ‘공감할 수 있네요’ 등 추임새를 넣었다는 것. 이는 재판을 부드럽고 그리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한 그 분만의 스타일인 것 같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피고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면서 진행하는 바람직한 재판진행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재판진행 방식에 대해 거친 반응을 보이는 조선일보가 저는 더 이상하게 여겨진다. 재판은 불구속이 원칙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미 50일 동안의 재판과정에서 모든 증거심문이 끝난 상황이었고 형사소송법상으로도 보석결정이 당연히 내려져야할 상황이었다.

1년 안팎의 형이 예상되고 도주의 우려도 없다. 2학기 강의가 예정되어 있고, 가족, 직장 등이 있는 상황에서 보석을 안 해주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와 수구언론들은 재판부의 이 같은 너무도 당연한 결정을 거칠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본질이 여실히 드러난 게 아닌가 한다.”

-재판은 실제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보수 언론들은 어떤 식으로 보도를 했는가
“제가 구속되었을 때부터 조선·문화일보의 비난이 시작되었다. 문화일보는 첫 재판 때부터 재판부를 공격했다.

조선·문화 등은 판사가 피고인인 저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이며, 편파적인 태도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으나, 실제 재판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판사가 한 말을 전체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몇 마디만 발췌해 왜곡하는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실례를 들어, 담당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면서, 방청객 중 몇 명이 저를 보고 박수를 쳤을 때, “왜 절차를 지키지 않느냐, 민주세력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냐”며 박수를 크게 친 방청객 한 사람을 퇴정시키며 엄히 꾸중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행위는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선입관을 가지게 만든다”며 저에게 아주 불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재판부는 “(촛불문화제가 좋은 뜻이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해도)사법부는 시류나 대세를 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가 튼튼하기 위해 닻을 내리는 것처럼 중심을 잡을 수밖에 없다.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한 측면이 있다 해도 실정법 위반 부분을 우리는 따질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어떤 판결을 내리면 진보적인 분들, 보수적인 분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재판부에는 그런 고충도 있다”라고 표현했다.

2차 재판에서는, 공무집행방해 기소건에 대해서 저를 연행한 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왔으나 시종일관 횡설수설 했다. 그래서 일부 방청객들 사이에서 피식하는 정도의 아주 가벼운 웃음이 많아봐야 두 차례 정도 터져 나왔다.

박수친 사람도 없고, 크게 웃은 것도 아닌데, 수구 언론은 이날도 법정모독이 있었는데 재판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 24일 인터뷰 중인 안진걸 팀장. 그는 조.중.동.문의 보도행태에 날카로운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촛불집회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깊이 천착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 추광규


-촛불집회와 관련 해당 재판부가 안 팀장에게 의향을 물어봤다는데 어떤 상황이었는가.
“이날 재판부는 '야간집회금지조항에 대한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촛불집회 참가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보석청구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 여부를 물었다.

저는 '주간 집회의 경우 합법적인 집회신고를 내고 참여할 수 있을 것 같고, 야간 집회인 경우는 법 개정이전이라도 문화제 형태의 합법적인 행사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책회의 실무자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낮에는 참여연대라는 직장인으로 살다가 의사표현에 참여하려면 야간 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몇 해 전부터 합법적인 야간 의사표현 문화로 인정돼온 문화제 형식의 의사표현의 장에는 소박하게 참여할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

이게 사실임에도 조선·문화일보는 피고인이 불법시위를 계속 참여하겠다고 말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두둔하고 석방했다고 하는 황당한 공격을 가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검찰의 공소장 어디에도 경찰 폭행 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폭행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고 심각한 왜곡을 저질렀다.

‘경찰 폭행’하면 과격한 행위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데, 촛불항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한 그들의 비열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집회가 숨을 고르고 있자. MB정부는 권력 기관들을 앞세워 탄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촛불의 의미를 어떻게 새기며 이 같은 국면을 이겨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10~15년 민주화 과정에서 검경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은 나름대로 민주화가 되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큰 착오였다. 수구적이며 보수적 권력이 들어서자마자 이들은 완벽하게 과거 모습으로 회귀했다.

경찰, 검찰, 국정원, 국세청 심지어 KBS 사태에 있어서는 감사원까지 앞장섰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포함되는 이들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범국민적인 바로세우기 캠페인 등이 필요한 때 같다.

현재의 상황은 민주주의도 인권도 민생도 남북화해와 평화도 모두 절대적인 위기의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각 단체들이 해왔던 공공적 활동에 최선을 다하되 한편으론 총체적인 공동 투쟁에 나서는 방법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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