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지역 종교인 뭉쳐 난치병 어린이 돕는다
송암교회·수유1동성당·화계사, 9번째 종교연합 바자회 오는 11일 한신대서 개최
▲ 종교연합대바자회지난 2005년 한신대서 열린 종교엽합대바자회 모습. ⓒ 주재일
서울 강북구 수유지역 개신교·불교·천주교인들이 이웃 사랑을 위해 뭉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 종단 소속 종교인들이 각종 음식과 기부한 물품을 판매한다. 그러나 염주나 십자가 같은 종파 상징물은 휴대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자칫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가 종교 갈등만 쌓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물품과 음식 재료 등은 종파별로 준비하지만, 판매할 때는 각 종파가 적절하게 섞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연을 마련했다. 세 종교 대표들이 인사를 한 뒤부터 방송인 이혁재씨가 나와 비자회를 찾은 주민들을 즐겁게 할 입담을 선보인다. 김종찬·선우혜경·장재남·박성심 등 '왕년' 가수들이 나와 장년층의 흥을 돋운다. 또 비보이들은 춤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부드러운 화음이 일품인 복음송 가수 소리엘은 이웃종교인들과도 화합하는 노래를 준비했다.
수익금은 암·백혈병·심장병 등 난치병과 싸우는 어린이 환자에게 전달한다. 지난해까지 여덟 차례 바자회를 해서 4억 2223만원을 벌었고,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138명에게 치료비를 전달했다. 올해는 6000만원을 목표액으로 책정했다.
종교연합 바자회는, 9년 전 강북구청이 음악회를 열어 난치병 어린이 돕기에 나선 소식에 종교 지도자들이 자극받아 기획됐다. 당시 박승화 목사, 성광 스님, 이종남 신부가 만나 자치단체도 이웃 사랑에 나서는 마당에 종교인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세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 바자회를 열자는 의견을 모았다.
특히, 송암교회는 길 건너편에 수유1동성당을 지을 때부터 서로 돕기 시작해 신부와 목사가 서로 왕래하며 설교와 강론을 펼칠 정도로 이웃종교로 화목을 다졌다. 여기에 이종남 신부와 군대에서 군종 장교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성광 스님이 화계사로 오면서 "이웃을 돕는 좋은 일에 왜 화계사를 빼놓느냐"며 적극 참여하면서, 3대 종교인들이 뭉치게 되었다.
일부 보수적인 종교인들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다른 종교와 함께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송암교회 교인 다섯 가정은 종교연합바자회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교회를 떠났다. 박승화 목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우리 지역 목회자들이 바자회에 찾아올 법도 한데, 이웃종교인들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 찾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작은 시련이 이웃을 돕는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종교를 합치자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이웃과 아픈 아이를 돕는데 힘을 보태자는 일인데 속 좁게 굴 필요가 뭐 있나." 세 종단 지도자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다.
이렇게 태어난 개신교·불교·천주교의 연합 바자회는 가을마다 1만 명의 종교인과 지역 주민이 모이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나는 길에 한신대 운동장에 들러 맛난 음식도 먹고, 이웃이 내놓은 물건도 사고, 공연도 즐기고, 이웃종교들이 펼치는 선한 우정도 맛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이글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단체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a href="http://www.welife.org//">www.www.welife.org</a>)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