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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논란, 새로운 도약 기회로 삼아야

출연자 문제로 조기 종영한 <어느날 갑자기>편

등록|2008.09.26 15:36 수정|2008.09.26 15:53

▲ <인간극장> 같은 휴먼다큐 프로그램은 6mm 소형 카메라를 대부분 사용한다. 6mm 카메라는 화사한 조명이나 매끄러운 화면을 연출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서민들의 생활을 주로 담기 때문이다. ⓒ 윤태


겹치기 출연에서 시작한 논란, 사생활로 확대 '일파만파'

말 많고 탈 많던 KBS 2TV <인간극장> ‘어느날 갑자기’ 편이 5부에서 1부 줄인 4부로 급편성돼 25일 조기종영했다. 제작진은 시청자와 출연자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 사과문을 <인간극장>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기극장, 미스테리극장, 의혹극장’ 등의 불명예스러운 가칭을 사용했고 제작진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리고 출연한 두 주인공과 자녀는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게 했다.

CBS에서 출연해 이미 후원받은 사람들을 같은 소재로 <인간극장>에 출연해 또다시 후원을 받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겹치기 출연에서 시작한 논란은 출연자 전처 및 지인의 게시판 개입으로 사생활 부분까지 확대돼 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증폭시켜왔다.

1부 방송 후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방영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제작진은 사채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들 부부를 통해 그 심각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재차 밝혔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화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당장에 대체할 만한 방영물도 마땅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 중단을 하게 되면 제작진이 타격을 받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진 않았을 것이다.

<인간극장> 출연한 '산골소녀 영자씨' 기억하나요?

제작진도 인정했지만 좀더 확실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 주인공 선정을 했어야 했다. <인간극장>의 주인공 선정 문제는 종종 문제가 돼 왔었다. 이곳에 출연한 주인공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했다.

‘산골소녀 영자씨’는 <인간극장> 출연 이후 광고 촬영하는 세상에 나왔지만 이로 인해 부친이 살해당하고 영자씨는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됐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은 '세상에 이런 일이' 출연 후 <인간극장>에 5회 출연하면서 영화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를 둘러싼 후원금 문제로 <PD수첩>의 소재로 나오기도 했다. 치과 의사 겸 가수 이지씨가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홍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낸시랭이 출연하면서 언제부터 <인간극장>이 연예인을 조명했느냐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는 제작진의 입장과 기획의도가 있었지만 많은 누리꾼들이 그것에 공감하지 않았다. <인간극장>이 전부터 못살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집중 조명해온 데 익숙해진 탓이라 하겠다.

일주일에 30분씩 5회 방영은 과하다

일주일에 30분씩 5회를 방영하는 <인간극장> 제작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곳의 외주제작업체가 번갈아가며 촬영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편의 영화 분량을 방영해야하는 상황이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심도 깊게 소재를 발굴, 검증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이미 출연했던 인물이나 흥미 있는 소재거리에 눈이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를 방영한다거나 하루에 15분 정도씩 짧게 방영한다면 제작하는데 훨씬 수월해질 것이며 인물 선정과 검증 문제도 쉬워질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누리꾼 사이에서는 <인간극장>의 존폐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제작진의 사과로 우선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앞날을 장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울고 웃던 <인간극장>,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인간극장> 제작진과 만나 출연 일정을 상의할 만큼 서민들에게 친근감 있던 프로그램, 없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 다만 새로운 기획의도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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