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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대처' 기민한 싱가포르 AVA, 거북이행정 식약청

[주장] 정부 늑장대응, 국민 불신감만 키워

등록|2008.09.26 16:42 수정|2008.09.26 17:02

▲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와 (주)제이앤제이 인터내셔널이 홍콩에서 수입한 '밀크러스크' 비스켓 제품을 보이며 중국산 멜라민 과자 파동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 남소연


중국발 멜라민 분유 파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다른 나라의 사례를 먼저 확인해 보자.

이번 멜라민 분유 파문 이후 싱가포르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신속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AVA(Agri-Food and Veterinary Authority)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Yili 브랜드'의 아이스 바와 'Dutch Lady 브랜드'의 딸기 우유 샘플 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17일자로 모든 가게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시키고 수거 후 폐기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건을 계기로 19일부터는 모든 중국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수입과 판매도 금지시켰다.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소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싱가포르 AVA의 발빠른 대응

 

▲ 중국산 분유를 원료로 한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게시물 - 싱가포르 식품매장마다 붙어 있다. ⓒ 이봉렬


싱가포르 AVA는 21일 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사탕(White Rabbit Creamy Candy)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발표를 하며,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한 모든 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중단시켰다.

여기에는 우유나 요구르트 뿐만 아니라 초콜릿이나 비스킷, 사탕 등 유제품이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제품을 포함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싱가포르돈으로 1만 달러 (800만원)의 벌금과 3달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제조자에게는 리콜 명령을 판매자에게는 진열상품 회수를 명령했으며, 멜라민 파문과 관련한 핫라인을 개설해 신고와 상담을 받기로 했다.

23일에는 멜라민이 검출된 세가지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FDA(미 식품의약국)의 기준과 비교하여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AVA는 발표를 통해 중국산 유제품의 섭취를 하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면서도, 이번 파문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지는 말 것을 당부한 것이다.

24일에도 멜라민 관련 AVA의 발표는 이어졌다.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 중 다섯 가지 품목에서 추가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발표였다. 싱가포르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모두 8가지로 늘어났는데, AVA는 국민들이 쉽게 확인 할 수 있도록 제품명과 멜라민 검출량, 그리고 제품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현재 싱가포르 매장에서 중국산 유제품 또는 유제품을 원료로 한 식품은 찾아 볼 수 없으며, 매장마다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시물을 걸어 놓고 있다.

보름이 지나서 기자회견 연 식약청

▲ 멜라민 검출과 관련해 2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승 식품산업본부장과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제 눈을 돌려 우리 정부의 대응을 살펴 봐야 할 순서인데, 살펴 볼 만한 게 없다.  식약청 홈페이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멜라민 분유 파문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난 24일 저녁에 올라 온 보도자료가 전부이며 식약청의 기자회견도 25일에야 처음으로 열렸다.

보도자료 역시<해태제과> '미사랑카스타드' 와 <(주)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의 '밀크러스크'에서 멜라민이 발견되어서 회수 폐기한다는 내용과 "분유 등이 함유된 중국산 식품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멜라민 혼입이 예상되는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 시킨 후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싱가포르와는 달리 수거 검사가 끝나 멜라민 혼입이 확인된 제품만 회수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도 있다.

식약청이 밝힌 내용 중 "조속한 시일 내에 멜라민 혼입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한다는 부분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부가 말하는 '조속한 시일'이 충족되려면 앞으로 더 얼마나 더 많은 날이 필요할 지 궁금하다. 식약청의 발표 때문에 국민 불안감을 더 키우게 생겼다.

이번 멜라민 분유 파문의 핵심은 소비자로 하여금 식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에 있다.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이 안전한 지 알 수 없기에 중국산 분유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제품과 과자류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분유보다 더 위험한 건 유해식품 파문이 터질 때마다 늑장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만 키우는 정부당국의 행태가 아닐까 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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