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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과자·커피크림, 얼마나 위험한가

등록|2008.09.27 15:23 수정|2008.09.27 15:23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제품 3종(5건)에서 잇따라 멜라민이 검출된 이후 소비자들의 불안이 더욱 확산되는 가운데 실제 위험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하지만 문제의 과자를 자주 먹었던 소비자들이나 어린 자녀에게 사준 부모들은 염려가 크다. 특히 매일 4-5잔의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직장인들은 '멜라민 커피크림' 발표 이후 자판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들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멜라민 사료' 파동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멜라민의 독성은 고용량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됐다.

대형 동물에서 멜라민 독성이 공식 확인된 것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2004년과 2007년에 멜라민이 든 사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 5천여 마리에서 급성신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부터다.

사람에서 독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중국 정부 조사결과 22개 분유에서 대부분 수십-수백ppm 검출됐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싼루의 분유는 무려 2천650ppm의 멜라민이 나왔다.

국립독성과학원 장동덕 위해평가연구부장은 "분유를 주식으로 하는 영유아들은 분유에 들어 있는 고농도의 멜라민에 매일 노출됐기 때문에 사망사고까지 초래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5건 가운데는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137ppm이 검출돼 멜라민 함량이 가장 높았다.

이 정도 농도로는 단기간에 큰 위험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장기간 다량 먹을 때는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정 성분을 장기간 매일 섭취해도 안전한 용량을 나타낼 때 '내용 1일 섭취량(TDI)'라는 개념이 쓰인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멜라민의 TDI를 0.5mg/kg bw/day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0.63mg/kg bw/day로 설정하고 있다.

미사랑 카스타드 1개(5.5g, 약 6.5㎝×3.5㎝) 1개당 멜라민이 0.75mg이 들어 있으므로 유럽 기준을 적용할 경우 체중 20kg의 어린이가 하루 13개를 장기간 먹으면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미사랑 카스타드 소용량 1박스에는 8개가 들어 있다.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멜라민을 섭취하게 되면 이들 물질은 신장을 통해 결정의 형태로 배설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몸에 생긴 멜라민이 체내 물질과 반응해 쉽게 결석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추가로 멜라민이 검출된 미사랑 카스타드의 검출량은 8.2-8.6ppm으로 처음 검출된 제품의 16분의 1정도. 같은 체중의 어린이가 하루 100개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므로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커피크림의 경우에는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매일 30mg 이상의 멜라민을 장기간 먹을 경우 신장기능에 이상을 줄 수 있다.

문제의 커피크림에서 검출된 멜라민의 양이 1.5ppm이고 1회용 커피믹스 1개에 함유된 커피크림의 양을 약 5g으로 볼 때 하루 4천 잔 이상을 먹어야 유해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동일 교수는 "아직까지 멜라민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적어 유해성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과자나 빵, 음료에 멜라민에 오염된 경우도 제조과정에서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멜라민의 공포를 너무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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