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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가시 빼내던 날

어머니도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셨겠지

등록|2008.09.28 12:02 수정|2008.09.28 12:02

가시 빼기아들이 애비 손가락을 잡고 요모조모 살피는 순간 기분이 좋았습니다. 바늘로 살을 헤집는데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사이지만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내면서 문득 그 옛날 밭일에 손가락 성한 날 없으셨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 윤승원


새끼손가락에 가시가 박혔다
혼자 어찌 할 수 없어 아내를 불렀더니
눈이 침침해 안 보인다고 했다

그럴테지, 나이 쉰다섯이면 그럴테지
스물다섯 아들을 불렀다

밝은 눈으로 가시 좀 빼보라고 했더니
얼른 달려와 애비 손을 덥석 잡는다

자식이 애비 손가락을 잡고 요모조모 살피는 순간
기분이 좋았다.

바늘로 살을 헤집는데도 아프지 않다
가시를 아직 빼내지도 않았는데
기분 좋은 건 왤까?

'조금 더 오래 가시가 나오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야릇한 심사 누가 알랴

시원하게 빼내고 나서
아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왜요?
아니다. 아무것도.
속으로 말했다. 네가 그저 기특하고 고마워서.

그 옛날 밭일 하시던 어머니 손가락 가시는 내가 전담했는데
어머니도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셨겠지.
덧붙이는 글 내 고향 청양신문에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거친 농사일에 오늘도 손에 가시가 박혀 눈밝은 어린 자식들을 부르고 계실 어르신들이 내 고향에는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가시'는 비단 내 손가락에만 박혀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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